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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입”은 일본말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67)]

[그린경제/얼레빗= 이윤옥 기자]  부천시는 오는 26일 안중근(1879~1910)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 순국 100주년 추념식’과 ‘추념 음악회’ 행사를 개최한다. 17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반입된 안중근 동상을 유치한 데 이어 첫 번째 기념행사로 순국 100주년과 함께 추념행사를 개최한다. (중략) 이들은 ‘안중근 공원’ 내 안중근 동상 앞에서 묵념을 갖고, 안중근 추념사 낭독, 안중근 노래 제창, 헌화와 분향으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공식 추념식 이후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시민들의 헌화와 분향이 가능하니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참석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부일보. 2010.3.26-

 안중근 하면 이등박문(이토히로부미)을 떼어 놓을 수 없고 이등박문하면 일본 제국주의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09년 초대 조선통감이었던 이토오를 조선침략의 원흉으로 지목하여 만주 하얼빈에서 사살한 한말 의병장이자 의사(義士)인 안중근은 2010년 순국 100년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그의 용기 있고 의로운 죽음에 대한 추모행사를 갖는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그 중 중부일보 기사에 보면 ‘하얼빈에서 반입된 동상 부천시 유치’라는 기사가 보인다. 여기서 ‘반입’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반입(搬入) : 운반하여 들여옴. ‘실어들임’, ‘실어 옴’으로 순화’ 하라고 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순화하라는 것은 일본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관보> 제 13,536호(97.2.15)에서도 이 말은 일본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이미 조선시대에도 쓰던 말이다. 광해실록 76권, 6년(1614) 3월 26일 기록에는 “바닷가 백성들의 원망과 괴로움이 이미 극에 달해 낭패스럽고 내지로 반입하는 수고로움 또한 심하여 운반하는 도중에 녹아버리고 줄어들어 백성들에 공급하는 것은 얼마 안 되었습니다.(海路怨苦, 已極狼狽, 內地搬入, 勞擾亦甚, 消融損縮, 給民無幾。)”라는 기록이 보이며 같은 달 3월 30일치에도,

“신들이 작년 가을에 대신들에게 의논하여 염정을 강구하게 하여, 지금 종사관을 파견한 것은, 대개 지방의 형세가 어떻게 처치하여야 소금을 얻을 수 있고 백성들을 괴롭게 하지 않겠는가를 알고자 해서 입니다. 내지로 반입할 때에 녹아 없어져서 모자라는 것이 생기는 것은 곧 소금을 얻은 뒤에 있는 일인데, 만약 이러한 폐단을 깊이 염려한다면, 삼가 천조의 제도를 따르면 된다고 봅니다.” 라는 기록에서 반입이라는 말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일제는 조선의 궁궐을 훼손하여 전국 각지의 귀한 물건을 이곳에 반입(?)하여 조선물산전을 열었다. 기생을 내세워 만든 포스터(1915)

  반입(搬入)이라는 말을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서 보면, “はん‐にゅう【搬入】:(スル)品物を運び入れること。「展覧会場へ作品を―する」⇔搬出。” 곧 번역하면 “한뉴, 물건을 나르는 일, 전람회장에 작품을 반입하다⇔ 반출”하다로 되어 있다. 전람회장에 작품을 반입하다라는 말이 나왔으니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말이 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궁궐이자 조선역사의 상징인 경복궁에서 이른바 ‘식민통치 5주년 기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것을 열었는데 여기에는 전국 각지에 있던 조선의 귀중한 물건들이 마구잡이로 반입되었다.

색동옷을 입힌 기생을 앞세워 조선물산공진회 포스터를 만든 일제는 궁궐하나를 뜯어 공진회미술관으로 개조하여 무려 1,190점이나 되는 귀중한 조선의 물건들을 전시용으로 전국 각지에서 반입했다. 이들 가운데는 본관 1층 전면에 경주 남산 삼릉계약사불, 감산사지석불 2구를 비롯한 덩치 큰 불교미술품들도 반입되었으며 정원에는 야외전시장을 꾸며 놓고는 고적답사(사실상 착취)라는 명목으로 수집한 지광국사현묘탑, 원주 석불2구, 원주 철불2구,이천 향교방석탑(傍石塔)을 비롯한 조선의 국보급 석조 문화재를 반입하여 전시했다.

 정리하자면 반입이란 말은 일본에서 들어 온 한자가 아니라 전부터 쓰던 한자말이다. 전부터 쓰던 말이니까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낱말 하나라도 그 출처를 분명히 밝혀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