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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일본 시가현 삼정사와 신라계 원진스님 <1>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견줄 만큼 드넓은 비파호수를 끼고 있는 시가현(滋賀県)은 예로부터 물이 좋아 기름진 옥토가 많고 쌀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곳에 삼정사와 백제사 등 천년 고찰이 자리 잡고 있는데 천년 고찰과 더불어 가을철 단풍으로는 일본 최고로 알려져 있어 가을철이면 숙박시설이 동이 날 정도로 일본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 삼정사 본당에 한무리의 답사단이 참배 중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가 자리한 시가현(滋賀県) 오오츠(大津市)는 천년고도 교토 동쪽에 자리하며 고대에는 오우미(近江)로 불렸다. 삼정사의 원래 이름은 원성사(園城寺, 온조지)로 이 고장은 백제인 오오토모(大友) 씨들의 근거지였다. 오오토모 씨는 《일본서기》에 따르면 아치노오미(阿知使主)의 후손인 백제계 도래인들로 황실과 깊은 관계에 있었던 호족이다. 이들이 정착한 이 일대에 천지왕은 오오츠궁(大津宮)을 세웠고 불심이 깊었던 그는 미륵보살을 모시는 절을 세우려고 발원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 원래 원성사이던 절이 삼정사로 바뀌었다.사진은 글쓴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아들 오오토모황자(大友皇子, 후에 弘文天皇)도 숙부와의 권력다툼으로 25살에 자살에 이른다. 오오토모의 아들 곧 천지왕의 손자인 오오토모 요다노오오키미(大友与多王)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있던 재산인 전원성읍(田園城邑)을 희사해서 건립하였는데 여기서 ‘원성’이란 글자를 따서 원성사(園城寺)라고 지었던 것이다.

원성사는 이후 삼정사(三井寺)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름에서 보듯이 우물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삼정사 안에 있는 이 우물은 천지왕(天智天皇), 천무왕(天武天皇), 지통왕(持統天皇)이 태어났을 때 산탕(産湯, 갓 태어난 아기 목욕물)으로 쓰였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 이곳이 고대 황실과 밀접했음을 보여준다. 삼정사를 부흥 시킨 사람은 지증대사 원진(円珍, 814-891)으로 그의 어머니는 신라계 홍법대사 공해(空海,774-835)의 조카딸이다.

  
                         ▲ 원성사에서 삼정사로 절 이름을 바꾼 유래를 간직한 우물

 

원진스님에 대한 출생관련 이야기는 일본의 최대 설화집인 《今昔物語集》11권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여기에 보면 그의 어머니는 아침해의 밝은 광채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원진스님을 낳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원진스님은 8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에게 불경인 《인과경, 因果經》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아버지는 놀라운 마음에 이 경전을 구해주었고 어린 원진은 순식간에 그만 통째로 암기해 버리고 만다.

열 살 때에는 <논어><한서><문선>을 모두 암송해버리는 등 신통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14살 때 연력사(延曆寺)의 의신스님(781-833)에게 맡겨져 불법 공부를 시작한 이래 19살 때 수계를 받고 ‘원진(円珍)’이라는 수계명을 받게 된다.


 7세기에 오오토모씨의 씨사(氏寺)로써 창건되어 9세기에 당 유학을 마친 원진스님에 의해 재흥되는 삼정사는 헤이안시대 이후에 황실, 귀족, 무가들의 폭넓은 신앙의 모체가 되었으나 10세기 이후 비예산 연력사(比叡山延暦寺, 히에이잔 엔랴쿠지)와의 대립항쟁이 격화되어 불타는 등 여러 곡절을 겪었다. 또한 근세에는 풍신수길에게 사령(寺領)이 몰수 되어 폐사의 길을 걷다가 다시 일어서게 되어 항간에는 불사조의 절로 알려져 있다.


  

                  ▲ 조용한 시골 간이역을 연상 시키는 삼정사 역


 숙소인 오오츠 시내에서 삼정사까지는 걸어서 20여분 거리였는데 거리는 깨끗했으며 특히 비파호에서 상수원으로 끌어 쓰고 있는 대규모 콘크리트 수로(水路) 옆길로 난 길을 걷고 있자니 물들기 시작한 가을 단풍의 자태가 몹시 고왔다.
 
길가에 심어놓은 벚꽃나무는 또 얼마나 봄을 뽐낼 것인가 안 봐도 알겠다. 삼정사 본당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수로 곁에는 아주 작은 시골 간이역 같은 삼정사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 수로를 따라 오르면 삼정사 정문에 이른다.
 


"일본 시가현 삼정사와 신라계 원진스님"은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