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기자]
“하늘에서 가을을 만드는 예쁜 물감이 내려오지.”
“엄마,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어떻게 내려와요?”
“아무도 모르게 밤에 살짝 내려오지.”
민재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하늘에서 어떻게 내려오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엄마, 가을을 만드는 물감이 언제 하늘에서 내려와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은 민재가 잠든 깜깜한 밤에 달님이 아무도 몰래 살짝 가져 오시지.”
“그런데 엄마, 달님이 어떻게 물감을 가져와요?”
“가을을 만드는 물감은 하느님이 만드신 귀한 물감이거든. 너무 귀한 물감이라서 아무나 가져오지 못하지.”
“엄마, 그럼 하느님만 쓰는 귀한 물감은 어떤 물감이야?”
궁금한 것이 많은 민재의 질문은 끝이 없습니다. 엄마는 민재에게 빨간색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힌 것을 후회했습니다. 민재에게 가을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민재에게 여태까지 엄마 마음대로 거짓말을 한 것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사다주신 빨강 노랑 옷들이 촌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옷을 사다주신 할머니까지 원망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지금까지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엄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거짓말은 끝도 없이 이어지게 생겼습니다.
▲ 그림 김설아(동신중 1) |
“그건 말이지 민재야, 은행나무가 하느님께 하느님, 나는 노란색으로 칠해 주세요. 라고 기도를 해서 노란색 물감을 달님에게 갖다 주라고 한 거야. 단풍나무는 하느님, 나는 빨간색으로 칠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해서 달님이 단풍나무한테 빨간 물감을 가져다 준 거지.”
“엄마가 달님이 물감을 가져온다고 했잖아요?”
“민재야, 그건 말이야, 하느님은 너무 바쁘시거든, 그래서 밤에만 일하는 달님에게 심부름을 시키신 거지. 단풍나무에게는 빨간색 물감을 갖다 주고, 은행나무에게는 노란 물감을 갖다 주고 오너라. 그렇게 심부름을 시킨 거야.”
“그럼, 달님은 하느님 심부름꾼이네요.”
“우리 민재 똑똑하기도 하지 맞아, 달님은 엄마 말 잘 듣는 우리 민재처럼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달님이야.”
“엄마, 하느님 말씀 잘 듣는 착한 달님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겠네요.”
“민재야, 그건 나중에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민재가 잠든 밤에 몰래 오시는데 어떻게 물어봐요.”
“그런 건 엄마가 물어볼게, 민재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민재의 질문에 엄마목소리에는 화가 잔뜩 묻었습니다. 민재는 가을이 어떻게 오는지 재미있게 말해 주던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가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엄마, 빨랑 가을 보러 나가요.”
민재는 엄마의 손목을 끌어당깁니다.
“알았어. 민재야, 먼저 밥이나 먹고 나가자.”
엄마 목소리에서 짜증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래도 민재는 엄마랑 예쁜 가을을 보러 나갈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다른 날은 엄마가 먹여주어도 밥을 잘 먹지 않던 민재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부지런히 먹습니다. 예쁜 가을을 만나고 싶은 민재는 엄마가 밥상을 치우기도 전에 먼저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찬바람이 은행나무를 뒤흔들고 지나갑니다. 노란색 가을이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바람은 심술쟁이입니다. 단풍나무 가지도 살랑살랑 흔들고 지나갑니다. 빨간색 가을도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엄마, 예쁜 가을이 떨어져요.”
엄마는 민재의 말이 들리지 않나 봅니다.
“와, 올해는 단풍이 곱게 들었네, 와 정말 예쁘다.”
엄마는 떨어진 가을을 사부작사부작 밟으며 좋아합니다.
“엄마, 예쁜 가을을 밟으면 어떻게 해. 가을이 아프잖아.”
“민재야,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은 가을이 아니란다. 나뭇가지에 예쁘게 매달려 있을 때만
가을이야. 땅바닥에 떨어진 가을은 낙엽이라고 한단다.”
그렇지만 민재는 땅바닥에 떨어진 빨간색 가을이 불쌍합니다. 노란색 가을도 불쌍합니다. 예쁜 가을을 자꾸자꾸 밟고 지는가는 사람들이 밉습니다.
날아간 민재의 가을은 <3>으로 이어집니다.
<날아간 민재의 가을>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