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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의 누룽지, 비만에 좋은 음식

[한국문화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누룽지를 새까만 가마솥에서 닥닥 긁을 때부터 퍼져 나오는 구수한 냄새는 가히 일품이었다. 그것은 분명 우리만의 냄새요, 우리만의 맛이 아닐까? 또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나오는 숭늉은 어쩌면 최고의 마실거리리라. 그래서인지 한 수필가도 “우리는 누룽지를 잃었습니다. 대신 라면과 일회용 반짝 문화를 얻었습니다.”라고 탄식한다. 정말 우리는 누룽지를 잃어간다. 우리의 고향을, 우리의 정서를, 우리의 문화를 잃어간다. 정말 누룽지가 우리에게 소중할까? 


허준의 책 동의보감에는 <누룽지>가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증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병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누룽지는 알다시피 쌀로 만든다. 그렇다면 쌀은 현대인이 즐기는 인스턴트음식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어떻게 다를까?


쌀은 밀에 견주어 일반성분,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 함량이 조금 적지만 필수아미노산 함량은 높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라이신 함량은 밀의 2배 정도나 많다. 또 쌀이 밀보다 아미노산가와 단백가가 높아 소화흡수율과 체내 이용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품영양학적인 값어치로서는 쌀이 밀보다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쌀은 식이섬유의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의 자료를 살펴보자. “쌀은 식이섬유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거의 내지 않음은 물론 배부른 느낌을 주고,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줄여줘 비만과 변비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장내 콜레스테롤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 동맹경화증과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뿐만 아니다. 펙틴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는 밥 먹은 뒤 혈당량이 올라가는 것을 눌러줘 인슐린 분비를 줄여주므로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 그런가 하면 식이성 유해물질이 붙게 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거나 유해물질의 체내흡수를 막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쌀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런데 쌀이 아무리 좋아도 누룽지는 쌀을 가공한 형태가 아닌가?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박홍주 농업연구관의 말을 들어보자. “여러 영양성분을 보강한 인스턴트식품이 영양면에서는 누룽지보다 더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인스턴트식품보다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이 사람에게 훨씬 좋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인스턴트식품보다는 누룽지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또 보통 인스턴트식품이 밀가루로 만들어지는데 우리의 몸에 잘 맞지 않는 밀가루로 만든 인스턴트식품보다는 쌀이 모든 면에서 좋기 때문에 그 쌀을 눌려 누룽지로 만들면 훨씬 소화흡수가 좋을뿐더러 쉽게 먹을 수 있어 건강에 좋은 식품임이 분명하다.”  


경희한의원 문찬기 원장의 생각을 들어보자. “밀가루는 전통적으로 구황식품(救荒食品:흉년 에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식품)이다. 우리의 주식이 아니었다는 얘기로 분명 주식은 쌀이며, 바꿔 말하면 우리 몸엔 쌀이 잘 맞는다는 말이다. 또 밀가루는 서늘한 음식이어서 흡수가 잘 안 되고, 장에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장을 차게 해 좋지 않다. 또 밀가루가 기름과 만나면 장에 기름이 많이 낀다. 그래서 기름과 만난 밀가루는 더욱 피해야 한다. 하지만 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흡수가 잘되는 음식이다. 따라서 누룽지도 기름과 만난 밀가루음식들보다 훨씬 좋다. 누룽지를 씹어 먹으면, 침샘에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침이 많이 나오고, 이빨을 자극하게 되면 콩팥을 튼튼하게 한다. 또 누룽지를 먹으면 턱관절운동을 하게 되는데 뇌에 자극을 주어 뇌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  


현대인들은 아침밥을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정말 바쁘다. 그러다 보니 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다가 건강을 잃는다면 그것은 분명 비극적인 일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 우리의 전통식품 “누룽지”가 있다. 아침에 시간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누룽지를 권해보자. 또 몸이 아파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과 살이 쪄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누룽지는 정말 좋은 음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