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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또 다시 개불알꽃이 피는 계절에 서서

[그린경제/ 얼레빗 = 이윤옥 기자]  “(앞 줄임)봄까치꽃은 그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푸른빛이 도는 연보라색의 꽃은 가냘파 보이기까지 합니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어떻게 매서운 겨울을 났을까? 또 땅이 풀리자마자 꽃을 피워 남보다 먼저 새봄을 알려줄 생각을 했을까? 봄까치꽃, 이름이 참 예쁩니다. 그런데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라 합니다. 꽃이 지고 난 후 씨앗이 개불알을 닮았다하여 그렇게 불렸다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사람들은 그 이름이 민망하여 예쁜 꽃이름으로 개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뒤 줄임)”


 위 글은 오마이뉴스 3월 14일에 전갑남 기자의 글의 일부다. 그는 봄을 맞아 “보라색 작은 꽃이 관심을 달라고 하네요”라는 글을 실었는데 이곳에 보면 “씨앗이 개불알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렸다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은 이 꽃 개불알꽃에 대해 말해보자. 먼저 국립국어원의《표준국어대사전》 풀이를 보면 “개불알꽃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25~4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이다. 5~6월에 붉은 보라색 꽃이 개의 불알 모양으로 줄기 끝에 한 개씩 핀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산이나 들에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복주머니난. (Cypripedium macranthum)” 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큰개불알꽃"은 올림말에 없다.
 

   

▲ 한국식물도감에 "큰개불알꽃”이라고 소개된 이 꽃은 3~4월에 핀다. 일본인들이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고 보고 그렇게 붙였는데 이를 번역해서 한국에서도 줄곧 그렇게 부르다가 최근에 "봄까치꽃"이라 부르고 있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이 개불알꽃에 대해 설명을 좀 더 해보고자 한다.


 개불알꽃에는 “큰개불알꽃”과 그냥 “개불알꽃”이 있다. 잠시 꽃을 감상해보면 “큰개불알꽃”과 “개불알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개불알꽃”은 5~6월에 피며 복주머니 모양임에도 일본인들이 “개불알"이라 부르는 것을 그대로 따다가 식물도감 등에 써 놓는 바람에 오랫동안 그렇게 불렸으며 지금은 '복주머니난'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왜 예쁜 꽃이름에 개불알 같은 말이 붙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붙인 이름을 한국에서 무비판적으로 들여다 번역하면서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푸른 꽃잎이 4장 달린 “큰개불알꽃(한국에서 요즈음 봄까치꽃이라 부름)”은 유럽이 원산지로 아시아, 북아메리카, 오세니아 등에 귀화식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본에 최초로 정착이 확인 된 것은 1887년 명치 때 일이다.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고 해서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키노 토미타로우(牧野 富太郎 1862~1957) 씨가 이누노후구리(犬の陰嚢, イヌノフグリ)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한국인들이 가져다 “개불알(꽃)”로 부르는 것이다. “큰개불알꽃”은 일본말 “오오이누노 후구리(大犬の陰嚢)”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의 이름있는 식물관련 학자나 책에서 이 꽃을 그대로 개불알꽃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국민은 이 꽃이름을 그렇게 알고 있고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대로 일본사전을 번역해놓은 결과를 빚은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말꽃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요즈음에는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지만 내로라하는 식물도감에는 여전히 “개불알꽃”으로 되어있다.


 “개불알꽃을 보았다 / 우리집 바둑이의 불알과 너무나 닮았다 / 바둑이는 좋겠다 / 불알에도 꽃이 피니까” 이름난 어느 시인은 “개불알꽃” 이름을 마치 토종 꽃이름이라도 되는 양 그렇게 시를 지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요즘 한국에서는 “큰개불알꽃=봄까치꽃”, “개불알꽃=복주머니난(꽃)”이라고 부르는 추세다. 늦었지만 예쁜이름으로 다시 살아나 기쁘다.  덧붙인다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이를 다뤄주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더 지적할 것은 개불알꽃 이름뿐이 아니라 우리의 예쁜 꽃 “금강초롱”은 초대 일본공사 하나부사(花房義質)의 이름이 붙어 있고(화방초, Hanabusaya asiatica’), 조선 초대총독이었던 데라우치(寺內正毅) 이름을 딴 사내초((寺內草)도 있다. 뿐만아니라 우리의 꽃이름에 일본인 학자 이름이 붙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산앵도나무(vaccinium koreanum nakai), 오동나무(paulownia coreana uyeki), 섬백리향(thymus przewarskii nakai), 감나무(diospyros kaki thunb. var.domestica makino) 등.


문제는 이러한 식물에 붙은 일본인 이름이 얼마만큼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없다는 데 있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예쁜꽃 “봄까치꽃”을 보노라면 일제국주의의 못된 해악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