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태화산 백범 명상길과 뜻모를 알림판 "채종임분"

[그린경제/얼레빗 = 양인선 기자] 가끔 함께 하는 ‘늘뫼사랑’ 이란 산악회가 있다. 교직원노조회원의 가족이나 학생들이 주로 참석한다. 지난 토요일에도 가족으로 참여했다. 이번코스가 공주 태화산이며 마곡사도 들린다하여 기대가 컸었다. 백범 김구께서 일제에 의한 명성황후 시해의 보복으로 일본장교를 죽이고 투옥 되었다 탈옥한뒤 한동안 은신하였던 마곡사!!!

 

   
 
세월호 참사후 교육부 지령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 수학여행은 물론이고 체육대회가 취소되고 있다는 얘길 들으며, 교육계의 경직된 사고방식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출발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건강한 정서함양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체육활동은 오히려 독려함이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오늘따라 참가인원 상당수가 중,고,학생으로 대형버스 한대가 만원이었다. 사제가 어울려 서로 나누고, 끌어주며, 도시락을 함께하며 땀 흘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교육활동이 어디 있겠는가? 꼭 학원을 가거나, 자율학습 명목으로 주말에도 학교에 묶어 놓아야 안심이 되는 노예교육이 통탄스럽다.


 태화산의 등산로 갈림길 곳곳에 ‘백범 명상길‘ 이란 푯말이 붙어 있었다. 단지 푯말뿐이었다. 백범의 주옥같은 ‘백범어록’을 길 군데 군데 써 붙여 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생각이든다. 

 

   
 

 백범이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며 걸었을 그때나 지금이나 산세는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나직이 김구 선생님을 불러본다. 김구 선생님! 오늘을 사는 우린 어떻게 살아야 후대에 덜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은 세대가 될까요?


백범 명상길을 걸으며 누군가 한 중학생에게 백범이 누구냐 물으니 ‘김구’라고 대답한다. 김구가 누구냐고 재차 물으니 독립운동가라고 대답한다. 대견하다고  하면서도 더 이상 대화는 진행되지 않는다. 단문 단답이다. 《백범일지》한 번 제대로 읽어볼 여유도 없고, 아니 그 보다도 그런 책을 읽어 역사의식이 생기면 출세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염려되는 세태이니...

우리역사를 재미있게 올바로 배우면 가치관 정립도 되고, 토론에도 익숙해지고, 하루를 살아도 의미있고 주체적이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며 걷다보니 어느덧 마곡사 지붕이 가까이 눈에 들어왔다. 백범이 머리를 자른 삭발바위나 은신했다는 백련암은 가보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알림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채종임분’ 이라고?  나로선 죽었다 깨나도 추측할 수 없는 낱말이었다. 당장 인터넷을 뒤져본다. 누군가도 ‘채종임분이 뭐에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산림청님)답변 왈,  채종원과 채종림에서 조림용 종자.......우량한 임분을 말합니다. 몇 번을 다시읽어 보니 ‘종자나 씨앗 채취를 위한 보존구역’이니 함부로 들어가면 벌금을 물린다는 뜻 인것같다. 맙소사!


이 얼마나 권위적인 표현인가? 임업분야에서 선진화된 일본이 물러 난후 그대로 자료를 물려받았고. 전문용어라 전부 우리말로 바꾸기가 어렵다나? 그걸 누가 모르는가? 수학이나 과학이나... 모든 전문분야 용어를 우리말로 바꿀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알림판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닌가? 복잡하고 어렵게 써야 권위가 서는가?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온다. 백성을 귀히 여기는 백범의 가치관을 조금만 교육 받았어도 이런 오만한 관료적 작태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조차 하다. 알림판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에 전화라도 해볼까? 하지만 망설여진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쓸데없이 옛날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 전화해 학부모임을 밝히고 운영위원회에 관해 문의 했다가, 대뜸 격앙된 목소리고 몇 학년 몇 반 누구 엄마냐고 다그쳐 그야말로 짹소리 못하고 얼버무렸던 기억, 또 업자들의 방해를 무릅쓰고, 경실련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성사시킨 교복 공동구매의 경험 ,반값 이하가격으로 교복값을 낙찰 시켰으나. 고마움의 인사는 커녕 학교장의 싸늘한 냉대와 무시를 받으며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치수를 재고, 배부했던 기억이 몰려온다.


평범한 학부모이거나 허름한 옷차림의 소시민이면 짖 누르고 보는 겉치레문화!

나도 이 기회에 평생 가져보지 않았던 명함 하나 만들어 볼까나? ‘한국문화신문 교육부 기자 양인선’이라고?! 그리고 나서 신문 기자 누구 누구 입니다. ."채종임분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써주세요" 라고 건의 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