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둘레길 |
▲ 양평역 |
▲ 백로가 물을 마시고 일곱개의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아름다운 이포보 |
▲ 버스 정류장 근처 |
[그린경제/얼레빗 = 이백기자]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행복의 열쇠를 하나 가진 것이다. 기억은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하고 기억은 기분좋은 순간을 떠올리게 해서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모두 영양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우울한 기억조차도 사랑하게 된다.
이번 길은 신원역에 주차를 하고 전철을 이용하여 양평역에서 출발하였다. 양평역에 내리면 양평 시장과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중앙선 철로는 사라지고 양평강을 따라 태양과 맞짱뜨면서 걸어야 했다.
이포까지 가려고 일정을 잡은 터라 아침 일찍 서둘러 여정을 떠났건만 해는 기다려 주지 않고 중천에 걸렸다. 양평 현덕교에 여름의 햇님이 내리꽂는 시간. 오고가는 물살에서 강가에 재두루미 가족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시원해야 하지만 머리카락이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뜨거웠다. 철로길에선 터널도 만나 시원하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는데 이 길은 숨 돌릴 짬 조차 없는 야박한 길이다.
"흥 여보시게들 살이 시커멓게 타는 것이 싫어서 우거진 숲과 전등이 켜진 불 속에 앉아 있는가? 사실은 휘황찬란한 전등 빛에도 살이 탄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주절주절 중얼거리기라도 해야 좀 편하였다.
하늘이 주신 찬란한 영양제 비타민을 온 몸으로 받아 가면서 기쁨마음으로 걷는다. 그늘은 주시지 않았지만 숨쉬기 좋은 강의 신 마르시아스(Marsyas)가 훌러덩 다가온다. 마르시아스가 피리를 잘 분다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뜨거운 태양아래 던져 준다. 작열하는 여름 햇살에 강을 만나면 겸손해 지라면서 마르시아스가 말한다. 산채로 껍질을 벗기우는 고통을 알기냐 하냐고. 그래서 안다고 거들먹거리며 걸었던 양평 둘레길이다.
아폴론이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친 마르시아스가 왜 살갖이 산채로 벗겨 졌을까? 아마도 아문의 잔인함을 잠시 잊은게다. 숨어야 하는데 숨지 않은거다. 그리하여 따가운 아문의 눈빛을 피하지 못하고 온 몸의 살이 다 타버린게다. 지금 나의 살이 타 버리듯이....지금도 마르시아스의 신화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아폴론을 이기려는 그녀는 "나보다 바람을 싣고 가는 구름을 더 반기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에 환호하는 그녀가 있었다." 그렇게 말하며 마르시아스를 등지고 먹이를 찾아 헤메는 킬리만자로의 사자가 되어 걷는다. 피리를 주워 불면서...
뜨거운 햇살이 온몸을 감싸고 돌때 그 후끈한 느낌은 오시(午時)에 걸어 보지않으면 모른다. 모자를 쓰고 하늘하늘한 천으로 두건을 두른다해도 화살촉보다 강한 햇살은 머리 속을 파고 든다. 바로 이 때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그늘이며 한그루 나무옆의 쉼터이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걷는다는 것은 미친짓이다라고 말할 수 도 있다.그러나 분명 한 것은 지금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길이 곧 도(道)였기 때문이다. 힘을 내자하며 걷다보면 약 10도 쯤의 경사를 만나게 된다. 이 언덕 위에 개군 잔치국수집이 있다.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도 함께 흥겨운 막걸리 한 사발을 거들어 주신다. 시원한 콩국수에 막걸리 한사발을 흡족하게 마시고 나면 세상이 부럽지 않은 개군쉼터이다.
오래 앉아서 졸린 눈도 좀 붙여가며 쉬고 싶었지만 목적지를 향하여 일어선다. 언덕길을 내려서면서 이포보가 눈에 들어 온다. 바로 앞에 이포보가 보이니 다 온 것 같았지만 실제론 아주 먼 곳에서 약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둘이 슬슬 미쳐가기 시작한다. "자 노래 노래 불러 보세.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지만 너와나 나라 지키는 전투에 살았다." 소리를 지르며 고래고래 질러도 누가 지적하는 사람 없다 시끄럽다고 말하는 사람없다. 정말 좋아라~~~ 손을 흔들며 부르다 보니 어느새 힘이 생기는 효과가 생긴다. 앗싸 군가는 이런거구나 하며 소리높여 웃어제끼니 아폴론이 도망간다. "아이고 내 살다보니 저렇게 이상한 물건은 처음이다하면서...
오기와 끈기로 느리게 걸었지만 재미있게 걸어서 도착한 이포는 흡족한 맘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대구에서 오신 어르신들의 즐거움이 강가에 수다로 떨어지는데 찬란한 태양은 어느새 보라빛으로 치장을 한다. 어느새 좀 전의 노곤함은 사라지고 돌아 오는 길!
양평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양평시장에 내려서 역으로 달려간다. 조금은 힘들게 도전한 이 길에서 오늘 또 무엇을 배웠습니까?
내가 견디고 걸으면 따라 걷는 구름과 바람이 친구였으며 강물이 좀 야박하지만 조금씩 시원함을 나누어 주어서 그것 마저도 감사한 길!
태양이 그렇게 뜨거웠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감사하였던 길 . 이 길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늘과 쉼터였답니다. 여름을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태양과 맞짱뜨러 나가세요.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