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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동은 경상도 사투리입니까?'

다다미 마감재는 지금도 '고려베리'라고 부른다

[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자부동>이 일본말이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인가요? 알려주세요.” 이와 같은 인터넷의 질문에 답이 황당하다. “자부동은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 일본 자부동, 우리말 '방석'을 일본사람들은 자부동이라한다

더 황당한 것은 지금도 《다음 오픈국어사전》에는 ‘자부동: 방석을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로 나와 있다. 어째서 이런 엉터리 정보가 나돌아 다니는 것일까? 

 자부동을 일본어국어대사전 ≪大辞泉≫에서는 ‘ざぶとん,【座布団/座蒲団】: 座るときに敷く布団’으로 설명하고 있다. 번역하면 ‘자부동 : 앉을 때 까는 방석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이 만든《표준국어대사전》에 ‘자부동’은 없다. “사시미 : 생선회”, “미싱: 재봉틀” “몸뻬; 일 바지” 같은 일본말은 실려 있는데 말이다. 국가가 만든 사전에는 없고 민간 사전에서는 ‘자부동’을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놓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일본의 자부동 역사는 가마쿠라시대 (鎌倉時代, 1192-1333)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에도시대 (江戸時代, 1603-1868)쯤에 와야 서민들이 겨우 자부동을 깐다. 그도 그럴 것이 갈대 같은 풀로 만든 ‘자부동’이 아니고서야 헝겊이 귀한 시대에 ‘자부동’을 만들어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일본 방에 까는  다다미는 마감재가 중요한데 이것을 고려베리 (高麗縁)라고 한다. 위 그림은 예전에 왕족들이 쓰던 문양

   
▲ 고급관리들이  쓰던 고려베리 (小紋高麗縁)

 ‘방석’이라하면 우리나라도 한 몫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방석’의 우수성이 엿보이는 기사가 무려 원문기준으로 124건이나 등장한다. 주로 여러 가지 꽃무늬로 짜 만든 ‘만화방석(滿花方席)’이 인기였다. 《태종실록》 2년(1402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일본국 대상(大相)에게 토산물을 내려 주었다. 그가 보내 온 사람에게 주어 보냈으니, 은준(銀樽) 1개, 도금은규화배(鍍金銀葵花杯) 1개, 은탕관(銀湯罐) 1개, 흑사피화(黑斜皮靴) 1개, 죽모자(竹帽子) 10개, 저포(紵布)·마포(麻布) 각각 15필, 인삼(人蔘) 50근, 호피(虎皮)·표피(豹皮) 각각 3장, 잡채화석(雜彩花席) 12장, 만화방석(滿花方席), 만화침석(滿花寢席) 각각 5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조선산 만화방석은 인기품목이었다.

당시 ‘방석’의 재료는 왕골 같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부터 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자부동이 경상도 사투리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일본인의 늘 쓰고 있는 다다미(일본 방바닥에 일종의 돗자리를 붙박이처럼 고정 시켜 까는 것)를 만들 때 다다미 둘레를 마감하는 재료를 일컬어 고려테두리(고우라이베리, 高麗縁)라고 부르는 점이다.

 

   
▲ 일본 다다미 마감재 회사의 광고 누리집에 있는 고려베리(高麗縁)에 대한 안내, 왼쪽 위에 고려베리(高麗縁)라는 말이 또렷하다

고대에는 신분에 따라 왕족이 쓰는 것과 귀족, 고급관리, 서민용이 각각 따로 있었다. 왕족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운겐베리(繧繝縁)이고, 귀족과 고급관리 집안에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고려베리(高麗縁)다.

고려베리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일본의 많은 이야기책에 나오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12세기 일본의 최대설화집인 《곤쟈쿠이야기》에 있는 것으로 이 책 31권 30화에 보면 “늙고 병든 여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고려베리(高麗縁)를 깔고(고려베리로 마감한 깔 것) 그 위에 누웠다” 라는 말이 보인다.

이처럼 방석이나 깔 것에 대해서는 일본보다 한수 위의 전통을 가진 것이 우리인데 “자부동” 같은 말을 쓰는 것은 와리바시(나무젓가락) 같은 말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더 부끄러운 것은 ‘자부동’이 경상도 사투리라고 나와 있는 인터넷 사전들이다. 코미디 치고는 슬픈 코미디다.

 

   

 ▲ 우리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운 화문석이 있으며 '방석'  또한  오랜 옛날부터 동아시아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