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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부민관 폭파의거 조문기 선생 동상 세웠다

조문기지사흉상건립추진위원회, 어제 경기도 화성시

[그린경제/얼레빗=이한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인 1945724일 경성 한복판인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별관 )에서 요란한 폭탄소리가 들렸다. 이른바 부민관의거가 일어난 것이다. 부민관의거(府民館義擧)란 독립투사 조문기(趙文紀유만수(柳萬秀) 등 대한애국청년단 단원들이 친일어용대회가 열리던 부민관을 폭파한 의거를 말한다.  

부민관의거의 주역인 조문기 (19272008) 선생을 기리는 동상제막식이 어제 24일 경기도 화성시 매송초등학교에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부민관 폭파 의거 69주년 기념일인 이날 조문기 선생을 기리기 위해 모교인 경기도 화성 매송초등학교에 1.8크기의 청동재질의 동상을 세웠다 

   
▲ 7월 24일 매송초등학교에 제막한 조문기 선생 동상

1927519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선생은 19435월 일본 가와사키[川岐]에 있는 일본강관주식회사(日本鋼管株式會社)에 일하는 한국인 노무자 3,000여 명이 참여한 '조선인 멸시 규탄 파업'을 주도하였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서는 유만수·우동학 동지와 함께 대한애국청년당(大韓愛國靑年黨)을 결성하여 국내에서 대일(對日) 투쟁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을 결의하였다. 

기회를 엿보던 중 19457월 친일파 거두인 박춘금이 조직한 대의당이 서울 부민관(府民館)에서 아세아민족분격대회(亞細亞民族憤激大會)라는 친일어용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저지하기로 결의하고, 724일 유만수·강윤국(康潤國) 등과 함께 부민관에 폭탄을 터뜨려 집회를 무산시켰다.  

광복 후에는 대한애국청년당을 재결성하고, 인민청년군을 조직하여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19486월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저항하여 인민청년군 사건을 일으켰고, 이 일로 1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출옥한 뒤에도 1959년 이승만 대통령 암살 및 정부전복 음모 조작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 동상 제막식 모습

   
▲ 제막식에 참석하여 묵념을 하는 초등학생들

   
▲ 제막식을 한 뒤의 참석자들, 아이들 사이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보인다. 왼쪽 끝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이규봉 운영위원장, 임헌영 소장, 함세웅 이사장

평생을 독립운동으로 지내는 통에 광복 뒤에도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독립유공자로 이름을 올리기를 거부하다가 사위가 몰래 등록하여 1982년 건국포장을 받았다. 이후 1983년부터 광복회 독립정신 홍보위원회의 홍보위원이 되어 전국 순회강연을 다녔고, 1985년부터 8년 동안 광복회 경기도 지부장을 지냈다. 

1991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출범하자 '친일 청산이 오늘의 독립운동'이라는 신념으로 투신하였고, 1999년 제2대 이사장에 취임하여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에 전념하다 200825일 별세 하였다.  

이번 조문기 선생 동상은 조문기지사흉상건립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한 것으로 광복회화성지회, 민족문제연구소, 매송초등학교가 주관하고 화성시청과 국가보훈처가 후원했으며 동상제막을 위한 시민들의 후원금이 모아져 동상 제막식을 갖게 되었다 


   
▲ 동상에 새겨진 조문기 선생 어록 "이 땅의 독립운동가에게 있는 세 가지 죄"

제막행사에 참석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69년 전 부민관에 폭탄을 던졌던 조문기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이 땅에 통일된 민족, 통일된 나라를 만들고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여 겨레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다. 이제부터 올바른 역사교육을 어린이들과 함께 시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땅의 독립운동가에는 세 가지 죄가 있다. 통일을 위해 목숨을 걸지 못한 것이 첫 번째요,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요, 그런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세 번째 죄다라고 하면서 분단된 조국을 아파하던 조문기 선생! 

우리 곁에 다가온 선생의 아담한 동상은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부민관 폭파로 친일파 척결의 의지를 단호히 밝힌 조문기 선생은 그날의 당당한 독립의 의지를 반쪽 밖에 실현 못한 오늘의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 같다.

                                                                                       * 사진제공  (사)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