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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호주 동포청소년들 "순국선열의 날" 여성독립운동가 영문판 책 펴내

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과 더불어 영문판 책 출판회 가져

[그린경제/ 얼레빗= 정석현 기자]  17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광복회 호주지회(회장 황명하)가 주최한 이날 기념식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행사 1부 와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영문시집 출판기념회로 나뉘어 열렸으며 300여명의 동포들이 모여 뜨거운 조국 사랑의 시간을 가졌다.

 1부 기념식에서는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내빈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고 6명의 학생이 무대에 올라 이석용 선생(1878-1914, 호남 의병장), 차미리사 선생(1880-1955, 교육가), 이윤재 선생(1888-1943, 국어학자) 등 애국선열 6명이 남긴 어록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낭독해 장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한국정부를 대표해 이번 행사에 참석한 허부성 국가보훈처 정부대표단장이 국무총리 기념사를 대독했고, 안홍순 광복회 본회 부회장이 순국선열의 날 약사를 보고했다. 학생들의 애국시 낭송, 송석준 시드니 한인회장의 추념사, 나라사랑 청소년 합창단의 순국선열의 노래로 1부를 마쳤다.

   
▲ 순국선열의 날 행사 모습 1

 이어 곧바로 2부 행사인 한인청소년들이 만든 영문시집 ‘광복의 꽃’(Flowering Liberation)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이 영문시집은 광복회 호주지회가 국가보훈처의 후원 아래 교민학생 41명을 선발해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이윤옥 저)를 영역(英譯)하고 영문시집으로 펴낸 것이다. 

   
▲ 호주 동포 청소년에게 여성독립운동가의 존재를 알리고 그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시영역대회를 기획한 광복회호주지회 황명하 회장

 41명 참가학생들이 지난 5월 이래 3차례 소집교육을 통해 시 영역 교육을 받았고 각각 1편씩 41명 항일여성독립가를 기리는 시를 영어로 번역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번역한 시가 실린 책을 받아 들고 기뻐했다. 이 영문시집은 한글학교와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호주 현지학교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 순국선열의 날 행사 모습 2

 영문시집 출판기념식을 겸해 시 영역 우수작 발표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은 대상 1명,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 부문별 우수 작품상 등이 주어졌다.

 

 시 영역대회 대상의 영예는 인서경 학생에게

 대상의 영예는 인서경(10학년, Henry Kendall High School) 학생에게 돌아갔다. 국가보훈처장 상장과 상금 300달러, 부상으로 한국왕복항공권 1매가 수여됐다. 최우수상은 민병찬(8학년, Baulkham Hills High School) 학생이 받았다. 광복회장 상장과 상금 200달러, 고급 휴대전화가 수여됐다. 

 우수상은 민윤지, 김현희 학생이 수상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상장과 백범김구기념관장 상장, 상금 150달러가 각각 전달됐다. 장려상은 성로제, 허수빈, 인서현 학생이 받았다. 한국광복군동지회장 상장과 상금 100달러가 수여됐다. 부문별 우수 작품상은 시 영역 부문 송은혜 학생, 삽화 부문 강민주 학생, 참가후기 부문 인서경 학생이 수상했다. 

   
▲ "광복의 꽃" 영문판 시집 속에는 학생들이 직접 삽화를 그렸다. 시상식날 전시된 그림

 학생들의 시 영역 지도교수이자 광복회 호주지회 자문위원인 양용선 박사(알파크루시스대학 경제신학교수)는 광복회장(박유철)의 감사패를 전달받았다. 

 황명하 광복회 호주지회 회장은 영문시집 출판기념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로 인정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많이 계시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학생들이 참여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영문시집을 출간함으로써 이들의 불굴의 독립정신과 조국애를 되새기고 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의 저자 이윤옥 시인은 “오늘 호주 동포 학생들이 독립정신을 기리는 힘겨운 번역 작업에 참여하여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지하에 계신 여성독립운동가들과 함께 큰 기쁨의 손뼉을 쳐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했다.이어 시드니 한인성악그룹 칸토포유(CANTO4U)가 축가로써 행사를 함께 축하했다.

 <순국선열의 날>은 1905년 전후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일제에 항거하다가 순국한 것을 기리기 위해 1997년 대한민국정부가 제정한 정부기념일이다.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늑결일(勒結日)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명명,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것을 1997년부터 한국 정부가 ‘순국선열의 날’로 복원, 정부기념일로 제정했다. 해외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호주 시드니 두 곳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 허부성 국가보훈처 정부대표단장(왼쪽), 영역대회 영예의 대상을 받은 인서경 학생

 <참가후기 우수상 독후감>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읽으며

                                                             인서경(Henry Kendall High School, Year 10)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전 4권으로 이루어 졌으며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이윤옥 시인의시집이다. 시만이 아니라 그 독립운동가분들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하여 짧지만 알차게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대일항쟁기 때의 삶에 대하여,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하여 알고자 한다면 이 시집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정말 많을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장소가 어디가 되던 이 시집을 읽을 때는 울컥하면서도 감탄하고 또 답답해했다.

일제강점기 때 여자의 몸으로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분들께서 이루신 일들은 정말 감탄할만한 일들이다. 임신한 몸으로 폭탄을 투척하시고, 삼엄한 일본군 경비 아래서도 꿋꿋히 아이들에게 조선의 역사와 한글을 가르치시고, 열 여섯 밖에 안 되는 어린 나이에도 만세운동을 벌이다 잡혀 감옥을 들락날락하시면서도 절대 굴하지 않으시던 여성독립운동가들. 그 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정말 감사한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 일제탄압아래서 자신의 나라를 위해 만세를 부르다 감옥에 갇혀 모진 고문을 받으셨을 생각에 가슴이 죄어왔다.

익숙한 지역이름들, 내 또래나이, 친숙한 이름들 덕분에 상상이 쉽게 되었다. 지금 내 나이 쯤에 백지시험을 내면서 독립만세를 외치며 형사들에게 잡혀 모진고문을 받으셨을 거란 생각에 코 끝이 시큰거렸다. 또 아내로써, 남편과 남성독립군들을 뒷바라지해주시며, 아이들 교육에, 생계를 이어나갈 고민까지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지고 사셨을 분들의 관한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정말 여자의 몸으로써 이루기 힘든 일들을 일제치하에 굴하지 않고, 친일 하지 않고,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님들의 애국심에 목이 매였다.

하지만 이윤옥시인이 계속하셨던 말이 마음에 걸린다. 이분들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분들이 언제 돌아가셨는지, 언제 태어나셨는지 조차가 알려지지 않았고, 여성독립운동가 서훈자분들은 고작 234명(2013.12.31) 밖에 안 되신다. 그리도 모질고 힘든 삶을 사신분들이신데 나라에서는 그분들을 찾아내고 인정하는데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러 애국지사님들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이 어려웠다는 시인의 말에 나도 같이 마음이 씁쓸해졌다. 나라를 위하여 귀한 몸 기꺼이 바치셨는데 정작 우리 후손들이 기억하는 여성독립운동가분들은 두 세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죄스러움과 아쉬움이 크다.

또 남북이 갈라짐으로써 북으로 간 사람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아예 분단때문에, 이데올로기 때문에 갈라지게 된 분들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남한에 남았으나 남편의 월북에 따라가지 못하고 손가락질 받으며 사신 분들도 계셨다. 북에 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더라도 지금만큼은 관심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찾은 나라가 아직도 남남으로써 갈라져있는 모습을 꾸짖는 시들을 읽을 때는 죄송하고 답답했다. 나 같은 학생이 보기에도 문제가 너무 많은데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고민을 하게 해주었다.

역사적인 사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시집 속에 <더 보기>라는 칸은 인터뷰, 기사, 자서전 등등의 다양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어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대한 이해심을 키울 수 있었다. 높은 직위를 가진 분들뿐만이 아니라 평민과 낮은 직위를 가진 분들의 삶 또한 배울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 시인께서 직접 이 모든 자료를 얻고자 몸소 생존하시는 애국지사 분들, 묘지들, 독립운동이 펼쳐진 도쿄 등을 찾아가신 노력에 감동받았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읽으며 가장 공감되는 말 중 하나는 “친일도 기억해야 하고 항일도 기억해야 하는 우리 겨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현실의 쾌락과 미래의 발전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견주어 무거운 역사의 돌덩이를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였다. 정말 이 말과 같이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애국심을 키우며 감사하는 마음을 길렀으면 한다. 무관심 속에서 벗어나 우리의 가슴속에 자리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