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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의 이육사 시화 19] 해 후

[한국문화신문 = 마완근 기자] 

 

                                                                   해 후 

                                                                                                                 이육사   

모든 별들이 비취계단(翡翠階段)을 나리고 풍악소래 바루 조수처럼 부푸러 오르던 그밤 우리는 바다의 전당(殿堂)을 떠났다  

가을 꽃을 하직하는 나비모냥 떨어져선 다시 가까이 되돌아 보곤 또 멀어지던 흰 날개우엔 볕ㅅ살도 따겁더라  

머나먼 기억(記憶)은 끝없는 나그네의 시름속에 자라나는 너를 간직하고 너도 나를 아껴 항상 단조한 물껼에 익었다  

그러나 물껼은 흔들려 끝끝내 보이지 않고 나조차 계절풍(季節風)의 넋이 가치 휩쓸려 정치못 일곱 바다에 밀렸거늘  

너는 무삼 일로 사막(沙漠)의 공주(公主)같아 연지(脂)찍은 붉은 입술을 내 근심에 표백(漂白)된 돛대에 거느뇨 오―안타까운 신월(新月)  

때론 너를 불러 꿈마다 눈덮인 내 섬속 투명(透明)한 영락(玲珞)으로 세운 집안에 머리 푼 알몸을 황금(黃金) 항쇄(項鎖) 족쇄(足鎖)로 매여 두고 

귀ㅅ밤에 우는 구슬과 사슬 끊는 소리 들으며 나는 일흠도 모를 꽃밭에 물을 뿌리며 머―ㄴ 다음 날을 빌었더니  

꽃들이 피면 향기에 취(醉)한 나는 잠든 틈을 타 너는 온갖 화판(花瓣)을 따서 날개를 붙이고 그만 어데로 날러 갔더냐  

지금 놀이 나려 선창(船窓)이 고향(故鄕)의 하늘보다 둥글거늘 검은 망토를 두르기는 지나간 세기(世紀)의 상장(喪章)같애 슬프지 않은가  

차라리 그 고은 손에 흰 수건을 날리렴 허무(虛無)의 분수령(分水嶺)에 앞날의 기(旗)빨을 걸고 너와 나와는 또 흐르자 부끄럽게 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