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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비가 오지 않아 그저 푸른 풀밭인 "납백해"

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6. 여섯째날(샹그릴라 → 여강)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샹그릴라에서 맞이하는 아침. 태양이 3,200m의 샹그릴라 시내를 감싸고 있는 산 위로 떠오른다. 샹그릴라라고 하여서인지 샹그릴라에 떠오르는 태양도 뭐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싱거운 생각도 해본다.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는 납백해. 대리와 여강에서처럼 샹그릴라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현지 가이드가 회족 전통 복장으로 버스에 올라탄다. 현지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간선도로를 달리다가 조그만 시골길로 꺾어 들어간다. 


   
▲ 샹그릴라 시내에서 버스 타고 가는데 저 앞에는 4천m가 넘는 산이 보인다.

전면에는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병풍에 굵은 띠를 두른 것처럼 흰 구름도 산맥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이곳의 높이가 이미 3,200m 정도이니 저 산맥의 높이는 4,000m가 넘는다는 얘기이구나. 그런데 갑자기 눈앞으로 여객기가 기수를 낮춰 들어온다. 여객기가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길 왼쪽으로 샹그리라 공항이 여객기를 맞아들이고 있는데, 우리가 목표로 하는 납백해는 길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 비가 오지 않아 그저 푸른 풀밭인 납백해

   
▲ 비가 오지 않아 그저 푸른 풀밭인 납백해

납백해라……. 납백해라는 이름에서 호수를 생각하고 왔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넘실대는 푸른 풀밭. 어디로 갔나 납백해는? 비가 많이 오면 이곳에 얕은 호수가 광활하게 펼쳐지기에 납백해이지만, 올해는 그렇게 비가 많이 오지 않았기에 아직도 푸른 풀밭은 그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다 

푸른 풀밭 곳곳에서는 말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고, 우리가 다가간 곳에서는 말들이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미 호도협의 그 험한 28밴드에서 말을 타보았기에 여기서는 그냥 초원을 어슬렁거릴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관광객을 태우려던 말 한 마리가 무엇 때문에 삐졌는지 갑자기 미치듯이 날뛰다가 우리들 있는 곳으로 달려든다.  

다행히 여러 명의 마부들이 달라붙어 말을 진정시켰지만, 위협을 느낀 우리 가이드가 놀라 뒤로 주춤거리다가 자빠졌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질척이건만……. 그 다음은 말을 안 해도 모습이 그려지리라. 그런 한편에서는 말을 타지 않는 작가들은 타르초와 룽다의 깃발이 펄럭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을 구상하고 있다. 


   
▲ 장족 전통 마을의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는 2층 가옥

납백해를 떠나 우리가 들른 곳은 장족 전통마을.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마을이 아니라 달랑 2층 건물 한 채만이 옹색하게 전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에서는 장족의 전통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길 옆의 2층 건물 하나를 이렇게 꾸며놓은 것이 아닌가? 실망이다.  

사람들이 샹그릴라를 찾아올 때에는 무언가 꿈에 그리던 이상향의 마을을 생각하고 올 테인데, 최소한 그런 모습은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중전이라는 지명을 샹그릴라로 바꿔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런 것에서 내실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 실망감이 앞서니 건물 내부에 전시한 장족의 전통 생활모습에도 눈은 그리 살갑게 다가가지지 않는다.


   
▲ 장족 토종개인 장계
 
다음에 들르는 곳은 샹그릴라 고성. 장족 전통마을을 보지 못한 실망감을 조금은 만회해주려나? 차에서 내리니 광장에는 야크와 장족의 토종개인 장계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얘네들이 왜 여기에? 사진모델들이다. 자기들과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한다는 유료 모델. 그런데 한 야크는 온 몸이 하얗다. 100년에 한 마리 태어나는 신령스런 야크라는데, 백사(白蛇)처럼 유전자 변종으로 태어나는 희귀한 경우이기에 영물(靈物)로 생각하고 있다나? 

나는 얘네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계단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 위의 절로 올라간다. 계단 옆에 쓰여 있는 한시 한 구절을 읊어보자. ‘靑山淸我目 流水靜我耳’. 청산은 나의 눈을 맑게 하고, 흐르는 물은 나의 귀를 맑게 한다. 이정도 시구라면 금방 이해하겠는데, 왜 여기에 이런 시구를 써놓았을까 


   
▲ 절 대불사(大佛寺)

일주문에 달려있는 현판은 구산공원’. ‘? 절이 아니었나? 일주문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분명 절인데?’ 절을 포함한 이 언덕 일대를 공원으로 한 모양이다. 일주문 지나 들어간 건물에는 가운데에 웬 옥황상제 같은 이가 있고, 좌우로 도깨비 같이 생긴 신장(神將)이 창을 들고 호위하고 있다. 머리 위의 현판은 風調雨順’. 바람과 비가 순조롭게 돌아 샹그릴라에 풍요가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구절이리라. 

절은 이곳을 지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 하여 대불사(大佛寺).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언덕 아래로 샹그릴라 시내의 집들이 올망졸망 펼쳐가고 있는 모습이 잘 보인다. 펼쳐지는 시내를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데, 사람들이 협동하여 높다란 탑처럼 생긴 기도 바퀴(prayer wheel)를 돌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마니차다 


   
▲ 세계에서 제일 큰 마니차, 마니차를 돌리면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

안내문에는 이 기도바퀴를 3번 돌리면 옴마니반메홈의 주문을 37.2 bilion이나 하는(practice) 것이라고 한다. ‘bilion’이라면 10억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거 너무 뻥이 심한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마니차를 3바퀴 돌리면서 속으로 소원을 빌고 있다. 

밑으로 내려와 왼쪽 건물로 다가가니 현판에 쓰여 있는 글씨는 紅軍 長征 博物館이다. 1934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의 공격을 피하여 중국 내지로 머나먼 고난의 행군을 하였는데, 이곳 샹그릴라도 그들 홍군의 대장정의 길이었구나. 안으로 들어가니 마당 한편에는 그 당시 홍군의 복장을 한 동상이 우뚝 서있고, 동상 발밑에는 그 당시 대장정의 모습을 부조로 새겨 넣었다.  

당시 고난의 대장정으로 비록 많은 홍군들이 장정 도중에 죽었지만, 정예의 부대로 살아난 홍군은 그 후 결국 국민당 군대를 물리치고 대륙을 지배하게 되었지. 그런데 박물관 안을 들여다보니 그 당시 장정에 대한 전시물은 없고 정면 중앙에는 천수관음상이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 박물관 전경

   
▲ 박물관 내부

별 내용물이 없어 반대편의 민속박물관으로 가본다. 박물관 로비에는 운남성의 지형을 축소해놓은 지형도가 있다. 평야라고는 거의 없는 온통 산뿐인 지형. 그 중 몇몇 산 모형은 꼭대기를 하얗게 해놓았다. 만년 설산이라는 얘기이겠지. 가까이에선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이 하얀 머리를 서로 가까이에 대고 있고, 그 사이 좁은 틈으로 금사강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저 좁은 틈의 호도협을 이틀 동안 걸은 것이네.  

이렇게 작은 지형도로 보니 이곳 샹그릴라에서 좁고 가파른 골짜기를 급하게 빠져나가는 금사강의 한 지류와 여강에서 유유히 흘러오는 또 하나의 지류가 만나 호도협으로 흘러가는 전체 모습이 들어온다. 그런데 왼쪽 위로도 하얀 머리를 이고 있는 산이 보인다. 매리설산(梅里雪山)이다. 설산 이름이 꼭 강아지 이름 같은데, 한자로는 매화나무 동네이니, 설산 밑에는 매화꽃이 만발하는 동네가 자리하고 있는가?  

박물관을 돌며 이곳에 사는 여러 소수 민족의 전시물들을 보고 밖으로 나온다. 짧은 샹그릴라 견학을 마치고 다시 여강으로 내려간다. 여정의 순서로 보면 여기서 티베트 라싸로 가야 하나, 이곳에서는 라싸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하여 다시 곤명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차는 다시 샹그릴라의 넓은 분지를 횡단하여 고개를 올라가더니 이윽고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여강을 향하여 급하게 내려가고, 이윽고 멀리 오늘 하룻밤을 기숙(寄宿)할 여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