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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 먹고 귀밝이술 마시는 정월대보름

[한국문화 재발견] 온갖 세시풍속의 보고인 또 하나의 명절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정월 명절로는 설과 대보름이 있다. 옛 풍속에는 대보름을 설처럼 여겼다. 동국세시기에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속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놓고 밤을 지새운다는 기록이 보인다 


정월대보름 달은 한 해 가운데 달의 크기가 가장 크다. 가장 작은 때에 견주어 무려 14% 나 커 보인다는데, 그것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월대보름의 달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작은 달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동국세시기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 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라고 나와 있다 

  

▲ 정월대보름 초저녁에 뒷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한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우리나라는 농사를 기본으로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였다. 음양사상(陰陽思想)에 따르면 해를 '()'이라 하여 남성으로, 달은 '()'이라 하여 여성으로 본다.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 보면 달-여신-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약밥, 오곡밥, 귀밝이술은 대보름의 명절음식 


대보름날의 먹거리는 약밥, 오곡밥, 복쌈, 진채식(陳菜食), 귀밝이술 따위가 있다. 

먼저 약밥은 찹쌀을 밤, 대추, , 기름, 간장들을 섞어서 함께 찐 뒤 잣을 박은 것으로 동국세시기신라 소지왕 10년 정월 15일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을 때 날아온 까마귀가 임금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보름날 까마귀를 위하여 제사를 지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약밥은 지방에 따라 오곡밥, 잡곡밥, 찰밥, 농삿밥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대보름날엔 세 집 이상 성이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하며, 평상시에는 하루 세 번 먹는 밥을 이 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믿었다 

  
▲ 정월대보름의 명절음식 오곡밥과 나물

  
▲ 부럼, 땅콕과 호두


또 복쌈은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추잎 따위에 싸서 먹는 것으로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이 높이 쌓아 성주님께 올린 다음에 먹으면 복이 온다고 믿었다. 또한 진채식은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오이고지, 가지고지, 무시래기 따위의 여러 가지 나물을 물에 잘 우려서 삶아 무쳐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고 한 해를 무사히 지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밖에 정월대보름에는 귀밝이술을 꼭 마셨다. 동국세시기"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 이것을 귀밝이술이라고 했다. 

 

부럼깨기와 더위팔기, 대보름의 세시풍속 


설날과 대보름 명절은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이들은 상호 유기성을 가진다. 그래서 설날부터 대보름날까지 각종 풍속은 전체 세시풍속 가운데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전통 농가에서는 정월을 '노달기'라 하여 농민들은 휴식을 취하며 다음 농사 준비를 한다. 또 다양한 제사의식과 점치기, 놀이가 벌어진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제관을 선출하여 풍요로움과 마을의 평안을 비는 마을 제사를 지낸다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부럼깨기다.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면 '부럼깬다' 하여 밤, 호두, 땅콩, , 은행 등 견과류를 깨물며 한 해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빈다. 또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잡귀가 달아나고 이빨에 자극을 주어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했다. ‘부럼깨기처럼 옛 사람들은 견과류를 잘 먹었으며, 곡식이 주식이었기에 턱이 발달하여 얼굴이 네모났다. 이 때문에 턱관절이 발달하고, 두되 발달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얼굴이 달걀형으로 바뀌고, 턱관절이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럼깨기와 함께 더위 팔기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라고 한다. 이름을 불린 사람이 그걸 알면 먼저 더위!”를 외친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 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 아이들은 대보름날이 되면 액연(厄鳶) 띄운다'라고 하여 연에다 '()' 또는 '송액(送厄)' 등을 써서 연을 날리다가 해질 무렵에 연줄을 끊어 하늘로 날려 보냄으로써 액막이를 한다 

  
 

그리고 대보름 초저녁에 뒷동산에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는데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로 한 해 농사를 점쳤으며, 짚이나 솔가지 따위를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 놓은 다음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르는 달집 태우기를 한다. 이때 쥐불놓기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보름 전날 짚을 묶어서 깃대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벼, 기장, , 조의 이삭을 넣어 싸고, 목화도 장대 끝에 매달아 이를 집 곁에 세워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름하여 볏가릿대 세우기라 했다. 또 부잣집의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하는 복토 훔치기‘, 대보름날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 와 풍년과 운수대통하기를 기원하는 용알뜨기도 한다 

  

▲ 대보름날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 와 풍년과 운수대통하기를 기원하는 ’용알뜨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편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으로 설날부터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이 돌며 흥겹게 놀아주고 복을 빌어 준다. 지역에 따라서 마당밟기, 귀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밟는 매귀(埋鬼), 동네에서 쓸 공동경비를 여러 사람이 다니면서 풍물을 치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걸립(乞粒)을 한다 


그밖에 정월대보름 놀이로는 나무쇠싸움(쇠머리 싸움), 놋다리밟기, 다리밟기, 봉죽놀이, 사자놀이 들풀태우기, 고싸움놀이, 월등 달집태우기, 당산옷 입히기, 관원놀이(감영놀이), 농기세배들도 있다. 이제는 잊혀 가고 있지만 정월대보름에 식구들과 함께 달맞이를 하면서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던 풍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다. 김재진 시인은 <어머니>란 시에서 대보름을 세상의 섧븐 사람들이 다 모여 힘껏 달불 돌리는 날이라 했다. 오늘 대보름날 고통 받는 이웃들도 함께 달불 돌리며 웃는 그런 날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