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나무로 서서 새소리 물소리 천둥번개 소리 다 들이켜더니
햇살 속 귀 밝은 소리, 결마다 쟁이며 박달나무로 자라더니
저를 버리려고 늪 속에서 오래도록 묵힌다
늪이 감겨들면 소리들을 삼켰다 뱉어냈다 되풀이하며
깨지지 않을 소리만 남겨두고 푹푹 찌고 말려
득음에 이를 때까지 제 속을 파내는 그,
동자승은 노승을 두드리고
아이들은 나를 두드려 경전을 읽는다.”
이지담 님의 시 <목탁>이다. 수도승에 대하여 교훈을 주는 뜻에서 밤이고 낮이고 눈을 감는 일이 없는 물고기를 본뜬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그 같은 연유에서 목어(木魚)라 부르기도 한다는 목탁. 그 목탁은 수도승만이 아닌 나도 깨워줄 것인가?
▲ 이창홍 명인이 개발한 뛰어난 공명의 목탁
▲ 전시장엔 공명이 크고 아름답게 변신한 이창홍 명인의 목탁과 거문고, 가야금, 장구 따위가 전시되어 있다.
불교의 모든 행사에서 목탁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도구이다. 그런데 그 목탁이 단순한 종교적 쓰임새 곧 불구(佛具)만이 아닌 악기로 태어났다. 바로 거문고 연주자면서 거문고 등 국악기를 연구하고 있는 이창홍 명인(전 KBS국악관현악단 거문고 수석)이 기존의 목탁을 개량해 공명이 크고 아름다우면서 깊이 있는 음색을 내는 목탁을 만든 것이다.
지난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무역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201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이 이창홍 명인의 목탁이 드디어 불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온갖 불교 관련 도구와 작품들이 뽐내는 가운데 박람회 들머리에서부터 그 청정하고 맑은 소리가 진동한다. 부스 번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모탁소리만으로 찾을 수 있었던 이창홍 명인의 목탁부스. 명인의 목탁은 기존의 목탁을 개량해 공명이 크고 아름다우면서 깊이 있는 음색을 내고 있었다.
명인은 1년 전 쯤 영주 ~용두사 스님께 거문고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었는데 마침 놓여 있는 목탁을 두드려보니까 소리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목탁의 공명을 좀 더 잘 되게 해볼까 해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 오늘의 결과를 이르게 한 것이다.
▲ 탁과 거무고 등이 전시된 이창홍 명인의 욕현당국악기 부스
▲ 한 불자에게 개량목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이창홍 명인(왼쪽)
▲ 한 스님이 목탁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새롭게 변신한 이창홍 명인의 목탁은 공명을 위해 심지어 목탁과 손잡이 사이를 잇는 부분까지도 최대한 가늘게 하고 구멍까지 뚫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부분의 두께까지도 공명을 잡아먹는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섬세하면서도 철저한 명인의 연구 덕에 우리는 그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악기를 만나게 되었다.
전시장엔 기존 목탁은 물론 소리가 명인의 것과 견줄 수 없는 일본 목탁도 보인다. 목탁소리가 큰 공명으로 울려 퍼지자 스님은 물론 많은 불자들이 관심을 갖는다. “한번 손에 들면 소리가 너무 맑고 아름다워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명인의 말은 공염불이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선다.
분당에서 왔다는 정상구 불자(57)는 "그동안 듣던 목탁 소리보다도 공명이 잘 되고 아름답게 들린다. 이 목탁으로 나 자신도 깨었으면 좋겠다. 내가 존경해 모시는 큰스님께 선물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스님들이 즈믄해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하지만 단순히 불구(佛具)일 수밖에 없었던 목탁은 이제 이창홍 명인에 의해 악기로 변신했고 머지않아 “목탁 공연”이 열렸다는 기사가 언론을 뜨겁게 장식하는 날이 올 것이란 기대에 들뜨게 된다.
목탁과 국악기 문의 : 010-3968-6666(이창홍 명인)
▲ 이번 불교박람회에는 목탁말고도 여러가지 불구들과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었다.(자수작품 수월관음도, 뿌리차 전시, 유리로 조각한 불상, 한지로 만든 범종 - 왼쪽부터 시계방향)
▲ 불교박람회 전시장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