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6.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의 진정한 뜻 “오지랖”은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하는데 옷의 앞자락 곧 “오지랖”을 넓게 하여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쌉니다. 그래서 원래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가슴이 넓다는 말이며,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의 폭이 넓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오지랖이 넓은 것은 미덕입니다. 그런데 이 오지랖은 지나치게 넓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다.”라는 것은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요즈음도 가끔 “오지랖이 넓다.” 또는 “오지랖이 몇 폭이냐?”라는 말들을 합니다. 지나치면 도움은커녕 오히려 귀찮을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지요. 다시 말하면 이 “오지랖”은 없어도 안 되고 지나치게 넓어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오지랖도 중용처럼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2004
1465. 옛 풍류를 오늘에 되살리는 일요풍류회 “풍류(風流)”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속된 일을 떠나 풍치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또는 “우리 민족음악을 예스럽게 일컫는 말” 등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고달픈 삶 속에서도 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슬기로움과 멋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가무(歌舞)를 즐기고 철 따라 물 좋고 산 좋은 경관을 찾아 노닐면서 자연과 기상(氣象)을 키워나가는 생활이 됩니다. 지난 14일 일요일 경기도 광주에서 외팔로 정악대금을 연주하시는 이삼스님을 중심으로 일요풍류 모임이 있었는데 이는 옛 풍류를 오늘에 되살리자는 연주자들과 국악애호가들의 자연스러운 모임입니다. 이 자리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이수자들이 함께하여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피리의 합주에 전통가곡이 어울리는 잔치가 벌어졌는데 매달 둘째 일요일 오후 3시에 있습니다.
1464. 고구려 등에선 세모꼴 모양의 ‘절풍’을 썼다 상고시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풍”이란 모자를 썼습니다. 절풍은 위로 솟아 있고 밑으로 넓게 퍼진 세모꼴 모양 비슷한 고깔 형태의 쓰개인데 절풍건(折風巾)·소골(蘇骨)이라고도 했습니다. ≪남제서 南齊書≫에는 “절풍”, ≪삼국지≫ 위지 동이전, ≪후한서≫·≪양서 梁書≫·≪통전 通典≫에 절풍건을 썼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또 ≪남사 南史≫에는 관인이 절풍변을 썼다고 했으며, ≪북사 北史≫에도 고구려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고깔〔弁〕과 같은 형태의 절풍을 썼다는 기록이 있지요. 일반 선비들이 쓰는 것은 2개의 새깃을 꽂고, 귀인이 쓰는 것은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 금은장식을 하여 “소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역사책들의 기록을 모아보면, 절풍·변·절풍변·절풍건·조우절풍·소골은 모두 비슷한 고깔 형태의 쓰개인데 고구려 고분벽화 감신총(龕神塚)·개마총(鎧馬塚)·무용총(舞踊塚)·쌍영총(雙楹塚) 등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463. 탁한 소리를 듣거든 귀를 씻자 “우뚝 선 일천 봉우리 사이로 날은 저물고 저녁 산자락으로 비는 내리네. 세속의 탁한 소리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없고 푸른 사슴과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위는 성리학과 예학에 능통하였던 조선 중기 학자이며 ‘8문장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이 지은 “산중(山中)”이라는 한시입니다. 시 가운데는 “귀 씻을 일 없고‘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옛날 중국 요(堯) 임금 시절 허유(許由)가 듣지 않을 말을 들었다며 귀를 씻었다는 고사를 떠올린 것입니다. 허유는 들어서는 안 될 소리를 들었기에 귀를 씻었지만 송익필은 그런 소리조차 들을 기회 없는 산속에 살기에 그저 푸른 사슴과 노닐면서 샘물만 마십니다. 이 시처럼 세속의 탁한 소리를 듣지 않고 사슴과 노니는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탁한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되면 귀를 씻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1461. 중요무형문화재 종목엔 무엇이 있을까?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는 형태로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 자산으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을 이릅니다. 구체적으로는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과 예능에 대해서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합니다. 중요무형문화재는 먼저 음악 부분에 제1호 종묘제례악, 제5호 판소리, 제45호 대금산조 등 17종목, 무용 부분에는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등 7종목, 연극 분야에선 제17호 봉산탈춤,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14종목, 놀이와 의식에선 제3호 남사당놀이, 제56호 종묘제례, 제72호 진도씻김굿 등 24종목, 공예기술 분야에선 제22호 매듭장, 제77호 유기장, 제117호 한지장 등 45종목, 음식에선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등 2종목, 무예의 제76호 택견 1종목이 있습니다. 현재 보유자는 모두 2005년 11월 30일 현재 199명입니다.
1460. 동의보감은 표절서가 아니라 뛰어난 학술서 어떤 이는 동의보감이 중국 의서를 베낀 표절서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동의보감≫은 선조 30년(1597) 어의 허준(1546∼1615) 선생이 광해군 5년(1613)에 총 25권 25책 금속활자로 펴낸 의학 서적입니다. 또 16년간 연구 끝에 완성한 한의학 백과사전 격인 책이며, 모두 23편으로 내경편, 외형편, 유행병·곽란·부인병·소아병 관계의 자편, 탕액편, 침구편으로 되어 있고, 병마다 처방을 풀이한 체제 정연한 책입니다. 동의보감은 우리 실정에 맞는 의서라는 뜻으로 이름 지은 것인데, 보물 제1085호이며, 현재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한방의서로 인정받습니다. 이 책은 중국 의서를 인용했지만 철저히 인용한 것임을 밝혔고, 조선의 실정에 맞는 것을 독창적으로 연구하여 집필한 것으로 현대 기준으로 봐서도 뛰어난 학술서라고 의학박사인 동시에 한의학박사인 박우현 동서의학병원장은 강조합니다.
1459. 현행 종묘제례는 일제강점기 때 왜곡되었다는 주장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것은 물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되었습니다. 세종 때 신악(新樂)으로 발표되고, 세조 때 종묘 제사의 춤으로 확정된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와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는 종묘제례에서 추는 춤인 일무(佾舞)입니다. 또 이 일무를 그려 설명한 책은 1권 1책의 시용무보(時用舞譜)가 유일본인데 펴낸 연대와 편자를 알 수 없는 필사본으로 현재 국립국악원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현재 종묘일무는 1930년대 조선총독부 아래에 있던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아악사장 김영제가 이 시용무보를 참고로 종묘 일무를 재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연구한 이종숙 박사는 현행 종묘일무가 시용무보의 구성체계와 전반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심각한 일로 관련 학자들의 철저한 검증을 통한 수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 ≪시용무보≫의 무절 구조분석과 현행 종묘일무의 비교 연구, 이종숙, 2002
1458. 노인을 위한 보양식, 타락죽 조선시대에는 찹쌀가루에 ‘타락’ 곧 우유를 넣어 쑨 타락죽[駝酪粥]이란 게 있었습니다. 타락죽의 재료는 불린 찹쌀 2컵, 우유 5컵, 물 4컵, 소금 등이며, 죽을 쑤는 방법은 먼저 찹쌀을 깨끗이 씻어 2시간 이상 불린 후, 맷돌(믹서)에 물을 조금 넣고 갈아 체에 밭칩니다. 그런 다음 냄비에 물과 찹쌀가루를 넣고 저어가며 끓이는데, 한 차례 끓으면 우유를 조금씩 넣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먹으며 꿀을 넣어 단맛을 내기도 합니다.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우유는 검정소보다 누렁소의 것이 좋지만, 반드시 끓였다가 식혀서 먹어야 한다. 또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그래야 소화가 잘 된다.”라고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처럼 찬 우유를 마시지 않았지요. 타락죽은 조선시대 임금이 보양식으로 먹었고, 내의원에서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 썼습니다.
1457. “먹거리”라는 말은 써도 좋은 낱말입니다 어떤 분이 방송국에서 “먹거리”라는 말을 쓰기에 지적해서 고쳤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먹거리”를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은 예전 우리말을 끔찍이 아끼던 한 어른이 극구 말린 탓이었습니다. 그 논리는 먹거리가 움직씨의 몸통인 ‘먹’에 ‘거리’라는 이름씨가 붙은 낱말인데 우리말에는 그런 조어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거리’ 같은 이름씨는 ‘반찬+거리’처럼 이름씨 밑에 붙거나 ‘볼+거리’처럼 움직씨의 매김꼴(관형사형) 밑에 붙는 것이며, 굳이 쓰려면 ‘먹을거리’라야 옳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먹거리”가 틀린 말이 아님이 확인되어 다시 쓰입니다. 먹거리처럼 움직씨 먹다의 몸통에 이름씨가 붙는 낱말도 먹보나 먹쇠를 비롯하여 먹성, 먹새 같은 낱말들이 예전에 많이 쓰였다는 것입니다. 꺾쇠, 막둥이, 막말, 날개, 덮개, 밀물 등도 모두 그런 예라고 김수업 우라말대학원장은 말합니다. 참고 : “낱말 ‘먹거리’ 시비”, 김수업(우리말대학원장, 전 대구가톨릭대학 총장)
1456. 전통 개그뮤지컬 재담소리를 아시나요? 요즘 뮤지컬이 한창 인기입니다. 맘마미아는 물론 토종 뮤지컬 명성황후도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 우리 전통에도 이와 비슷한 “재담소리”가 있습니다. 2008년 3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받은 재담소리는 서울·경기 지역의 연희예술의 하나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익살과 해학으로 풀어가면서 소리와 연기로 관객과 하나 되는 민속극이지요. 예전 장소팔·고춘자로 유명했던 만담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소릴 듣지만 이 재담소리는 “재주 섞인 말”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재담소리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민요와 함께 하는 것이어서 전통 개그뮤지컬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남도의 판소리, 서도의 배뱅이굿에 견주면 아직 더 발전시킬 여지가 많다고 합니다. 최근 장대장타령, 개 넋두리, 장사치 흉내 등을 담은 재담소리 음반이 출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