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 나비물 뿌려보고, 목물해보셨어요? 더운 여름날 마당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또 먼지를 재우기 위해 물을 뿌립니다. 또 세수를 하고 난 물이나 걸레를 빨고 난 허드렛물을 나비 날개 모양으로 가로로 쫙 퍼지게 끼얹습니다. 이 물을 “나비물”이라고 합니다. 또 “목물”이란 말은 ‘사람의 목까지 찰 정도의 깊은 물’과 ‘여름철 등과 목에만 물을 끼얹는 목욕’을 가리킵니다. 땀을 많이 흘린 여름날 윗도리를 벗고,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리면 어머니께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등에 쏟아 부어주었습니다. 그러면 물은 등을 타고 뒷목 쪽으로 흘러내리는데 이것이 목물이지요. 나비물, 목물 외에 그릇을 씻은 생활폐수를 말하는 개숫물, 이미 사용해 더러워진 고장물(구정물의 작은 말), 끼니 때 외에 마시는 군물, 논이나 그릇에 물을 넣을 때 다른 곳으로 흘러 나가는 벌물, 낙숫물 또는 처마물을 말하는 가스락물, 얼음 위에 괸 덧물도 있습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1122. 에밀레종을 만들 때 정말 아이를 넣었을까? 신나라에서 발매된 “한국의 범종”이라는 녹음테이프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물론 에밀레종 곧 성덕대왕신종이 있습니다. 무게가 무려 22톤이나 되는 에밀레종의 종소리는 다른 종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깊으며, 그 아름다운 울림이 오래 갑니다. 그런데 이 에밀레종의 주조와 관련된 애틋한 전설이 있지요. 만들 때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었고, 그래서 “에밀레”하고 소리가 난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이를 넣었을까요? 하지만, 경주박물관이 종합학술조사를 한 결과 에밀레종에서는 인(燐)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조 당시 아이를 넣었다.”는 그저 전설에 불과한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에밀레종을 만들 때의 어려움과 만든 이들의 정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넣었다는 것이 전설이라 해서 에밀레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1121. 오늘은 백중, 호미씻이를 합니다. 오늘은 음력 7월 보름인 백중으로 철에 따라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차례를 지내는 속절(俗節)이며, 백종, 중원, 망혼일이라고도 합니다. 이날 즐기는 풍속으로 '호미씻이'가 있는데 그 해에 농사가 가장 잘 된 집의 머슴을 뽑아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도롱이를 입히며, 머리에 삿갓을 씌워 우습게 꾸민 다음 지게 또는 사다리에 태우거나 황소 등에 태워 집집마다 돌아다닙니다. 그 때 집주인들은 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합니다. 이 호미씻이는 지방에 따라서 초연(草宴), 풋굿, 머슴날, 장원례(壯元禮)로도 불립니다. 또 마을 어른들은 머슴이 노총각이나 홀아비면 마땅한 처녀나 과부를 골라 장가를 들여 주고 살림도 장만 해 주는데, 옛말에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 라는 말이 여기서 생겼습니다. 백중날 시절음식은 밀전병, 밀개떡, 호박부침, 100가지 나물 등입니다.
1120. 조선시대, 화공은 당상관이 될 수 없었다. 성종실록 18권 3년 5월 26일에는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 윤석이 와서 아뢰기를, ‘지금 최경과 안귀생이 선왕의 얼굴을 받들어 그렸다고 하여 특별히 당상관(堂上官, 정3품 이상)을 제수하였으나, 신은 생각건대 최경과 안귀생은 본래 미천한 자이므로 당상관으로 올려 제수하는 것은 언짢으니, 청컨대 명을 거두소서.”라고 주청합니다. 이후 지평 김이정, 장령 허적, 대사헌 김지경, 대사간 성준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떼 같이 달려들어 주청을 하고, 대왕대비에게까지 아뢴 끝에 결국 성종은 명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미천한 화공(畫工)이 당상관에 제수된 전례가 없었으니 당상관이 아닌 말을 하사하거나 녹을 후하게 주는 것으로 대신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예술가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1119. 신사임당은 21세기의 현모양처 사람들은 현모양처의 대표적인 인물로 신사임당을 꼽습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현모양처가 아닙니다. 당시는 이른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으로 여자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신랑은 자신의 본가와 처가를 오가는 형태였습니다. 따라서 조선 17세기 이전 부인들은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며, 또 딸도 제사를 지내고, 재산도 똑같이 상속받아서 며느리로서보다는 오히려 딸로서 더 많이 살았습니다. 게다가 신사임당은 남편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재혼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사임당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모양처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당당하게 드러낸 여성입니다. 이런 그의 철학, 생활방식은 아들 율곡과 딸 매창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유를 주었는데, 그런 신사임당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현모양처일지도 모릅니다.
1118. 처서, 귀뚜라미가 애끓는 소리로 노래하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 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민요의 내용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다는 참 재미있는 표현이지요.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이때쯤 처량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는 시기의 정서를 잘 드러냅니다. 이제 자연의 순리는 여름은 밀어냅니다.
한글로 만든 중국어 자판, '중국 표준' 될까? 안마태 신부가 개발한 '안음 3.0'에 중국 반응 뜨거워 ▲ '07 다종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에 참가 중인 안마태 신부(앞줄 맨 왼쪽). ⓒ 김영조 지난 7월 3일부터 3일 동안 중국 연길에서는 '07 다종언어 정보처리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 48명, 북한 16명, 중국 소수민족 대표 11명을 포함한 중국 50명, 미국 3명 등 총 11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했다.이 학술대회에서는 다국어 입력방식, 정보처리와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와 기계번역,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회의장 들머리엔 중국어 자판을 시연하는 자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바로 안마태 신부가 한글을 이용한 중국어 자판 '안음(安音) 3.0'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엔 미국 국적의 한국인 안마태 신부(성공회)가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안음 3.0을 설명하기에 바빴다.중국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안음 3.0''안음 3.0'은 이렇다. 한어병음에서처럼 한 낱말을 소리나는 대로 자판에 옮기되 그동안 발음기호로 써왔던 영어 대신 한글을 이용한다.예를 들어 '등소평'이라는 이름을 자판에 옮긴다
1117. 우리 겨레는 불을 깔고 앉는 민족입니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구들(온돌)에 있습니다. 구들은 아랫목을 조금 뜨겁게, 윗목은 미지근하게 되도록 설계합니다. 그래야만 방 안에 온도차가 생기고, 공기가 순환되는데 공기도 머물러 있으면 탁해지고 썩기 때문입니다. 머물러있는 물이 썩는 것과 같이 이치입니다.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는 “아자방”이란 구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 때 구들도사로 불리던 담공선사가 ‘아(亞)’자 모양으로 구들을 만들어 그렇게 불린 것인데 한 번 불을 때면 한 달 반 동안이나 따뜻했다고 전해집니다. 그것은 불이 오래 타는 땔감이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고, 숯가마처럼 불을 꺼트리지 않는 데 그 비밀이 있는 것입니다. 구들(온돌)이야말로 선조가 남겨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가장 효율적인 그래서 가장 과학적인 난방법입니다. 우리 겨레는 불을 깔고 앉거나 눕는 민족입니다.
1116. 이런 말은 정말 쓰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방송을 보면서, 대화를 하면서 일상어를 잘못 쓰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이란 말을 써야 할 때에 부정의 뜻이 들은 “너무”라는 말을 쓰고, “효도해야 될 것 같아요”라는 엉터리 말을 쓰며, “아내”란 우리말을 두고 “와이프”란 외래어를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닭도리탕”, “츄리닝” 등 잘못 만들어진 말도 쉽게 씁니다. 적어도 12년에서 16년 동안 국어공부를 했으면서도 그 정도이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영어는 조금만 잘못 쓰면 큰일 난 듯 하면서도 국어는 지적을 해주면 별거 아닌 듯 왜 그렇게 요란을 떠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말과 글은 한 사람의 철학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병든 말을 쓴다면 그 사람의 생각이 병들어 있다는 얘기 일 것입니다. 올바른 말을 쓰려는 노력이 우리를 지성인으로 애국자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1115. 칠석날은 토종연인의 날 칠석 전날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차우(洗車雨)'라고 하고, 칠석 당일에 내리면 만나서 기뻐 흘린 눈물의 비라고 하며, 다음 날 새벽에 내리면 헤어짐의 슬픔 때문에 '쇄루우(灑淚雨)'가 내린다고 합니다. 또 칠석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를 만들기 위해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에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유난히 부슬비가 내린다는 말도 전하지요. 정월대보름, 경칩과 함께 칠석도 토종 연인의 날로 손색이 없습니다. 칠석에 옛 사람들은 평소 마음에 담아 둔 낭군님과 낭자님께 영원히 변치 말 것을 기약하는 의미로 은행나무 씨앗을 주고받았기 때문입니다. 상술이 만든 밸런타인데이 대신 칠석날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 책이나 은행잎, 씨앗 등을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나누고, 인생을 설계하며, 토종 연인의 날을 즐기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