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3. “쌩얼”의 원래 말은 “민낯” 요즘 연예인들의 “쌩얼” 사진이 인기라고 합니다. “쌩얼”은 연예인들의 ‘노메이크업’ 즉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말하는 젊은이들의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이 “쌩얼”을 뜻하는 원래의 토박이말은 “민낯”입니다. 대부분 여성들의 화장은 끼니 때마다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일이 되었습니다. 잠을 자거나 아침에 막 깨어났을 때 말고는 이 “민낯”을 보기가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민낯”에서 “민-”은 ‘꾸밈새나 덧붙어 딸린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어입니다. ‘민머리’, ‘민다래끼’, ‘민날’ 따위의 ‘민’이 모두 그런 뜻으로 쓰였습니다. 한편, 접두어 ‘민-’은 ‘닳아서 모자라거나 우둘투둘하던 것이 평평하게 됨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민낯”은 “나는 그녀의 민낯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화장했을 때와 너무나 딴판이었던 것이다.”처럼 쓰입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992. 지금은 잊혀가는 칡소와 우리 토종 소들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의 "향수" 한 구절입니다. 이 ‘얼룩배기 황소’란 호랑이도 물리친다는 "칡소"를 말하는데 털 색깔이 갈색에 가깝고, 호랑이처럼 등줄기에서 배부위로 검은 띠의 털이 있는데 마치 칡넝쿨 같다고 하여 ‘칡소’라고 이름 지어진 우리의 토종 소입니다. 칡소는 한우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고기로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하지요. 이 칡소가 멸종 위기에 있어서 지금 강원도, 충청북도 등 일부 지방에서 복원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토종 소는 이 칡소 말고도 배 부분에 흰색 반점이 있는 ‘백반우’, 몸통은 누런색인데 눈ㆍ코ㆍ뿔과 꼬리의 끝 부분만 까만색이 ‘모분우’, 몸통은 담갈색인데 입 주위만 흰색인 ‘백우’, 털이 곱슬곱슬한 ‘고두머리소’, 소잔등에 바둑판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살붙임이 좋은 ‘부덕소’도 있었습니다. 참고 : “돓씨약초 이야기”, 허정윤ㆍ반재원, 도서출판 산가
991. 조선선조 때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 지난 3월 25일 방송된 ‘진품명품’ 제600회에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이란 옛책이 출품되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선조 때 퇴계 이황의 제자로 학문과 역사에 정통했던 문신 권문해가 중국 원나라 음시부(陰時夫)의 ‘운부군옥’을 본떠서 편찬한 목판본 백과사전입니다. 단군 이래 선조까지의 역사적 사실ㆍ사람ㆍ문학ㆍ예술ㆍ지리ㆍ풍속ㆍ성씨와 산ㆍ나무ㆍ꽃ㆍ동물들의 이름까지 총망라하여 운(韻)의 차례에 따라 배열한 책으로 20권 20책이지요. 참고한 자료는 ‘삼국사기’, ‘계원필경(桂苑筆耕)’ 등 우리나라 책 176종, ‘사기(史記)’, ‘한서(漢書)’ 따위의 중국 책 15종으로 모두 191종이나 됩니다. 이 책은 개인이 쓴 책이지만 양이 방대하고 질이 뛰어나서 임진왜란 이전의 사실을 아는 데 중요한 문헌인데 당태종이 안시성 전투에서 눈에 화살을 맞은 내용도 나옵니다.
990. 태극기를 도안한 사람은 고종황제 “그동안 조선에 국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청국에서 온 마건충이 조선의 국기를 청국의 국기를 모방하여 삼각형의 청색 바탕에 용을 그려서 쓰도록 한데 대하여 고종황제가 크게 분개하여 결단코 청국의 용기를 모방할 수 없다고 거절하면서 사각형의 옥색 바탕에 태극도를 적, 청색으로 그리고 기의 네 귀퉁이에 동서남북의 괘를 붙여서 조선의 국기로 정한다는 명령을 하교하였다.” 위 내용은 1882년 10월 2일자 도쿄에서 발행된 일간신문 ‘시사신보(時事新報)’ 제179호에 실린 기사 일부입니다. 이 기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태극기를 맨 처음 도안한 사람은 박영효가 아니며, 실제 고종황제가 도안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도서출판 한배달에서 허정윤ㆍ반재원 공저로 펴낸 “태극기”입니다. 또 이 책에선 “태극은 만물 생성 이전의 혼돈상태, 음과 양의 두 기운인 정과 신‘이라고 말합니다.
989. 1만 5천명의 부처가 숨겨진 불화, ‘만오천불’ 불화는 불교의 이념과 교리에 따라 중생을 교화하거나 부처님의 자비와 공덕을 기릴 목적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 불화이며, 그래서 그 의미와 가치는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고려불화 160여 점 중 단 13 점만 국내에 있고, 일본의 100여 점을 포함해서 대부분 나라 밖에 있습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 중에 하나는 일본 부도인 소장의 비로자나 불화입니다. 이 불화의 위에는 “만오천불(萬五千佛)”이라고 쓰여 있는데 한 사람의 부처가 그려있지만 그것을 확대해 보면 머리 하나의 크기가 5밀리미터인 1만 5천명의 금부처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합니다. 어디 비워놓은 공간이라고는 없는 초정밀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섬세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평가합니다. 참고 : 에이치디 역사스페셜 5 “실리인가 이상인가, 근대를 향한 역사의 선택”, 효형출판
988. 아쟁, 장엄한 저음부의 소리 서양 관현악 연주를 들으면 ‘첼로’나 ‘콘트라바스’가 내는 장엄한 저음부의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저음부의 악기가 국악에도 있는데 바로 ‘아쟁’입니다. 아쟁(牙箏)은 고려 때 중국에서 들어와 정착된 것으로 원래 7현이었지만 지금은 9줄이나 10줄로도 만듭니다. 거문고보다 큰 몸통에 긁은 줄을 얹고, 개나리 나무로 만든 활대에 송진을 바르고 줄을 문질러 소리냅니다. 아쟁에는 정악아쟁과 산조아쟁이 있는데 정악아쟁은 연주자의 왼쪽에 놓이는 꼬리 부분이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있습니다. 아쟁산조를 연주하거나 반주음악으로 쓰는 산조아쟁은 창극에서 효과음악을 연주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입니다. 말총이 아닌 개나리 나무로 굵은 줄을 마찰시켜 거친 음색을 내지만 그 점이 아쟁의 특징이지요. 서양음악에서 전체 음악을 감싸고, 받쳐주는 첼로처럼 국악관현악에서 아쟁의 저음을 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987. 돈까스와 닭도리탕, 일본말투가 섞인 엉터리 말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는 일본말투가 섞인 엉터리 말이 있습니다. ‘돈까스’도 그 중의 하나인데 돼지고기를 뜻하는 '포크(pork)' 대신에 돼지 ‘돈(豚)’ 자를 쓰고, 얇게 저민 고기란 뜻의 ‘커틀릿(cutlet)’의 일본어 발음인 'カツレツ[까스레스]'를 붙여 만든 억지 말입니다. 따라서 돈까스 대신 ‘돼지고기튀김’이나 원래의 말인 ‘포크커틀릿’이라고 쓰면 어떨까요? 또 "닭도리탕"이란 말도 마찬가지인데 ‘도리’는 새를 말하는 한자 ‘조(鳥)’의 일본말인 ’とり‘입니다. 그래서 "닭도리탕"은 “닭 + とり + 탕”으로 우리말과 일본말이 섞인 "닭새탕"이 됩니다. 그래서 이 ’닭도리탕‘도 ’닭볶음탕‘으로 바꿔 쓰면 좋을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우리말로 굳어진 것이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영어 발음을 잘 못하는 일본인들의 엉터리 말이나 쓸데없이 일본말을 섞은 이상한 말을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요?
신문 사설 평가, 조선일보가 꼴찌 국어문화운동본부, 신문 사설 문장 검토 결과 발표 ▲ 신문 사설의 국어적, 논술적 관점 평가 그래프 ⓒ 국어문화운동본부 조선일보는 ‘어문 규정을 가장 자주 어긴 신문’과 ‘한자, 알파벳, 외국어를 가장 많이 쓴 신문’으로 뽑혔으며, ‘비문법적인 문장을 가장 많이 쓴 신문’ 부분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또 동아일보는 ‘띄어쓰기를 가장 잘한 신문’으로 뽑혔지만 ‘논리비약, 자극적, 편파적인 문장을 가장 많이 쓴 신문’에서 꼴찌 평가를 받아 빛이 바랬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어문 규정을 가장 잘 지킨 신문’, ‘한자, 알파벳, 외국어를 전혀 안 쓴 신문’, ‘비문법적인 문장을 가장 적게 쓴 신문’, ‘논리 비약, 자극적, 편파적인 문장을 가장 적게 쓴 신문’ 등 띄어쓰기 부분만 빼고 싹쓸이를 한 것으로 드러나 비교적 모범적인 사설을 쓰는 신문임이 부각되었다. 중앙일보가 이렇게 모범적인 사설을 쓰게 된 것은 그동안 신문에 ‘우리말 바루기’를 꾸준히 연재하고, ‘한국어가 있다’란 단행본을 발행하는 등 어문 규정 지키기와 바른 문장 쓰기 노력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라는 평가가 있다. 전체적으로 흠이 가장 적은 사설에도 총점 7점을 얻
보름달 보며 비손 하는 날, 정월 대보름 정월대보름의 유래와 세시풍속 ▲ 정월대보름 달맞이를 하는데 맨먼저 본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 이무성 하늘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다. 구름 타고 천천히 운명을 항해하는 저 보름달을 본다. 뒷동산에 올라 너그럽고 따뜻한 달빛에 온몸을 맡긴 채 지난 어린 추억을 더듬는다. 바로 이틀 뒤에 다가온 음력 정월 대보름(1월 15일)의 풍경이다. 정월 대보름의 달은 한해 가운데 달의 크기가 가장 크다고 한다. 가장 작은 때에 비해 무려 14%나 커보인다는데 그것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기 때문이란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농사를 기본으로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였다. 또한 음양사상(陰陽思想)에 의하면 해를 '양(陽)'이라 하여 남성으로 인격화하고, 달은 '음(陰)'이라 하여 여성으로 본다.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 보면, 달-여신-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진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우리
986. 한복은 보온과 통풍이 잘 되는 옷 사람들은 한복을 입으면 겨울엔 춥지 않으냐고, 여름엔 덥지 않으냐고 물어봅니다. 하지만, 그들은 넉넉한 한복의 장점을 모릅니다. 한복은 옷과 몸 사이에 충분한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효과가 생겨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선선하게 해줍니다. 몸에 딱 맞는 운동복을 입었을 때는 춥지만 한복을 입어보면 두껍지 않아도 춥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소매도 아래는 배래로 넓히고, 소맷부리를 좁게 하며. 토시를 찹니다. 바지는 사폭으로 넓게 하고, 대님으로 묶습니다. 소매와 바지의 이런 특징으로 밖의 공기를 차단하면서도 통풍은 잘 되게 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풍욕을 하도록 돕는 참살이형 의복구조입니다. 또 기체(氣體)인 남자는 대님을 차 기운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혈체(血體)인 여자는 펄럭이는 치맛자락으로 음습한 기운이 뭉치는 것을 소통하여 건강에 좋은 옷이라고 한의사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