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8. 결혼식장도 장례식장도 온통 검정양복들 큰 길가에 검정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슨 조폭들의 행사인가? 아니면 장례식장인가? 자세히 보니 그건 결혼식장이었지요. 온통 서양식 상복이며, 조폭들이 즐겨 입는 검정양복들이니 착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정양복은 장례식장에 가도 결혼식장에 가도 역시 대부분 남자의 옷차림입니다. 검정양복이 이렇게 기쁜 날도 입고, 슬픈 날도 입는 만병통치라도 되는 옷인가요? 원래 우리 겨레는 검정을 옷색깔로 쓰지 않았습니다. 오방색으로 볼 때 검정은 북쪽을 표시하는 빛깔인데 북쪽엔 오랑캐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혼인예식에는 물론 모두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한복을 입었고, 상복은 염색되지 않은 소색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의생활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남자들에겐 검정양복이 예복처럼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제라도 검정양복의 홍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956. 일본 미소된장 좋아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 된장은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항암식품입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부유층은 우리의 토종 된장이 아닌 일본 미소된장을 사먹습니다. 미소된장은 한국에서 건너갔음이 기록으로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고려 숙종 때 중국 송나라 사람 손목이 쓴 “계림유사”를 보면 “고려에서는 장(醬)을 밀조(密祖,미소)라고 한다.”라고 쓰여있으며, 일본의 사전 격인 유서 ”의명유취초“에서도 고려장을 미소라고 했습니다. 결국, 고려장이 ”미소“라고 불렸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미소된장은 고려에서 건너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장은 습기가 많아 발효가 잘 안 되는 탓에 누룩을 많이 섞습니다. 이는 콩만으로 장을 담는 한국의 장에 비해 약리 효과가 적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토종 된장을 제치고 일본 미소된장 사먹는 것은 문화사대주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955. 말고기를 쇠고라고 우기는 ‘말살에 쇠살’ 4년 전 이라크에서 미군 전투기의 오인 사격으로 영국군 병사가 죽은 것이 이제야 밝혀졌습니다. 미군은 그것을 4년이나 쉬쉬해왔지만 언젠가 비밀은 밝혀진다는 것을 그들은 지나친 것입니다. 아직도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우깁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거짓말이고, 사실은 석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렇게 뻔한 사실을 놓고 벅벅 우기는 것을 ‘말살에 쇠살’이라고 합니다.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갔는데 벌건 말고기를 쇠고기라고 내놓습니다. 누가 보아도 가짜여서 따지면 주인은 쇠고기라고 뻔뻔스럽게 우깁니다. 번연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우리 토박이말로 ‘말살에 쇠살’이란 말을 쓰는 것입니다. 요즘 정치인들도 ‘말살에 쇠살’ 같은 언행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도 쓰면 좋지 않을까요?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954. 오늘은 대동강물도 풀리는 우수 오늘은 24절기의 두 번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옛사람은 우수 때를 3후(三候)로 나누어 초후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놓고, 중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말후에는 풀과 나무에 싹이 튼다고 합니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예로부터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할 만큼 이맘때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로 새싹이 납니다. 봄에 잎과 꽃이 필 무렵 겨울 동장군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아직도 꽤 쌀쌀하게 추운 바람을 불어냅니다. "꽃샘 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계절에 나누는 전래의 인사에도 "꽃샘 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것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피운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 합니다.
953. 설은 삼가고 조심하며, 이웃과 함께하는 날 어제 설의 말밑을 살펴보았는데 그에는 ''삼가고 조심하는 날' 즉,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도 있었지요. 작심삼일을 시작하는 설날, 그리고 먹고 노는 설날이 아니라 삼가고 조심하는 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또 '설날'을 가리키는 잘못된 말 ‘구정’도 써서는 안 되지만 한자어 "정초(正初), 원단(元旦), 세수(歲首), 세시(歲時),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수(年首), 연시(年始)" 등을 쓰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토박이말 ‘설’이 있는데 잘난 체를 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위엔 떡도 못해 먹는 어려운 이웃이 있음입니다. 우리 겨레가 세밑에 ‘담치기’ 풍속으로 설을 모두 함께 쇠려 했음을 본받아야 합니다. 주위에 보시하면 그 보답이 모두 내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952. 설의 말밑(어원)은 무엇일까요? “설”이란 말이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먼저 "섧다" 즉, 한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어가는 처지를 서글퍼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사리다'[愼, 삼가다.]'의 `살'에서 비롯했다 설(說)이다. '삼가고 조심하는 날' 즉,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지요. 나이를 말하는 즉 "몇 살(歲)" 하는 '살'에서 비롯됐다는 연세설(年歲說)도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는 해가 바뀌는 연세(年歲)를 '살'이라 하고, 이 '살'이 '설'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는데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입니다. 따라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낯섦의 의미로 생각되어 낯 '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는 말이지요. 이 밖에 한 해를 새로이 세운다는 뜻의 "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합니다.
설날은 낲설고, 삼가는 날 겨레의 큰 명절, 말밑과 세시풍속 ▲ 오늘도 오늘이소서, 내일도 오늘이소서! ⓒ 이무성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밤새도록 자지 않고눈 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어머니 곁에서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중략)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어머니는 햇살로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김종해 시인은 설날을 이렇게 노래한다. 어렸을 적 나는 섣달 그믐날 자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지키려다 잠들은 뒤 아침에 일어나서 하얗게된 눈썹에 놀랐었다. 설날 아침 설빔을 입고 세뱃돈을 받은 뒤 온통 내 세상 같았던 옛일이 그리워진다. 이 설날은 한가위와 더불어 우리 겨레의 큰 명절이며, 민족의 대이동이 있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우리의 명절, 설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설"의 말밑과 유래설은 새해의 첫 시작이다. 설은 묵은해를 정리하여 보내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다시 출발하는 첫날이다. 이 새해 첫날 “설”의 말밑(어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 몇 가지 설이 있다.먼저 "섧다"라는 뜻으로 본다. 선조 때 학자 이수광의 `여지승람(輿地勝覽)'에 설날이 '달도일(
951. 세배하는 법을 알아봅니다. 새해 아침 세배할 때는 손은 공손히 맞잡고, 손끝이 상대를 향하게 하지 않게 하며, 누워있는 어른에게는 절대 절하지 않습니다. 흔히 어른에게 "앉으세요", "절 받으세요."“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세배를 한 뒤 일어서서 고개를 잠깐 숙인 다음 제자리에 앉습니다. 그러면 세배를 받은 이가 먼저 덕담을 들려준 후 이에 화답하는 예로 겸손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 좋으며, 덕담은 덕스럽고 희망적인 얘기만 하는 게 좋고, 거북스러운 일은 굳이 꺼내지 않는 게 미덕입니다. 또 손잡는 는 법(공수법:拱手法)도 예법이 있습니다. 엄지손가락은 엇갈려 깍지 끼고 검지부터 네 손가락은 포개는데 평상시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도록 하고, 여자는 반대입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는 남녀 모두 평상시와 반대로 합니다.
950. 떡국과 도소주, 설날의 시절 음식들 세배하러 온 사람에게는 설음식(세찬:歲饌)과 설술(세주:歲酒), 떡국 등을 대접합니다.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여야 하지만 꿩고기가 없을 땐 닭고기를 넣고 끓이는데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설을 쇨 때 반드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겨 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는 뜻의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합니다. 또 설날엔 술을 마시는데 설술은 데우지 않아 '세주불온(歲酒不溫)'이라고 하여 찬술을 한잔 씩 마십니다. 이것은 새해 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생긴 풍습입니다. 설에 마시는 술인 도소주(屠蘇酒)는 한약재인 육계, 산초, 한약재 백출을 만드는 풀인 흰삽주뿌리, 도라지, 방풍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만든 술이어서 이 술을 마시면 모든 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949. 구정은 조선총독부가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 겨레의 오랜 명절 “설”은 태음력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일제강점기 이후 설의 수난은 오랫동안 이어왔습니다. 조선총독부는 1936년 이후 조선의 문화말살에 들어가 이때 우리의 설도 양력설에 빼앗겨 '구정'이란 말로 바꾸어 버립니다. 광복 후에도 양력이 기준력으로 쓰임으로써 양력설은 1989년까지 제도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음력설인 고유의 설은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단 하루 공휴일이었으며, 이중과세라는 명목으로 오랫동안 억눌렀지요. 그렇지만, 우리 겨레는 고유의 명절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1989년 2월 1일 정부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 시행하여 이젠 설날이 완전한 민족명절로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식민지 시절의 쓰레기인 '구정'이란 말을 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