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8. 혼기 놓친 처녀에게 혼수를 갖추어 주어라. 영조실록 28권 6년 12월 24일자에 보면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의 상소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금이 신하와 대면하여 정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데 박문수가 말합니다. “지금 서울 밖에는 나이가 20~30살이 넘도록 시집 못간 처녀가 매우 많아 원망이 가슴에 맺혀 따뜻한 기운이 상할 것입니다.” 이에 임금이 말합니다. “임금이 백성을 가르치고 이끌 때 반드시 환과고독(鰥寡孤獨, 늙고 아내가 없는 사람, 젊어서 남편을 잃은 여자, 어리고 부모가 없는 사람,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부터 먼저 돌보았으니, 그 말이 옳다. 안으로는 서울의 벼슬아치들이 찾아 물어서 호조(戶曹)와 선혜청(宣惠廳)에 보고하여 각별히 돌봐주게 하고, 밖으로는 감사와 수령이 역시 혼수(婚需)를 갖춰 주어 때를 넘김이 없도록 하라.” 조선시대에는 혼기를 놓친 처녀들을 보살피는 것도 나라가 할 일이었나 봅니다.
847. 조선의 임금 뒤엔 언제나 “일월오봉병”이 있었다.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는 임금의 용상 뒤에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이 있습니다. 조선의 임금은 반드시 “일월오봉병”에 앞에 앉았던 것이지요. 멀리 행차를 할 때도, 죽어서 관 속에 누워도, 심지어 초상화 뒤에도 ‘오봉병’은 놓였습니다. 그림의 오른편에 붉은 해, 왼편에는 하얀 달이 동시에 떠 있는데 그것은 음양을 상징합니다. 거기에 다섯 봉우리도 있는데 이는 오행(五行)입니다. 음양과 오행은 우주의 조화를 뜻합니다. 또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사람이며,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덕이 가장 커서 드높은 존재가 임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금은 날마다 ‘오봉병’ 앞에 앉아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의 정사를 돌봅니다. 그러면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재(三才) 즉, 우주를 이루는 세 바탕이 갖추어진다고 여긴 것입니다.
846. 한복바지에 대님은 꼭 필요합니다. 요즘 한복바지에서 대님이 생략되곤 합니다. 하지만, 한복 바지의 대님은 많은 점에서 뛰어난 부분입니다. 대님은 겨울철의 부목 구실과 밖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것에 더하여 몸의 기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땅 위의 음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합니다. 양인인 남자가 음기의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동안 음기를 많이 받게 되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지요. 대님은 이런 점과 함께 ‘삼음교{三陰交)’라고 말하는 경혈자리를 묶게 되어 마사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삼음교는 비장(지라), 간장, 신장(콩팥)선이 교차하는 점으로 균형이 깨진 것을 바로 잡아줍니다. 살아있는 차의 성인 순천 금둔사 주지 지허스님은 “말을 보라, 말은 허벅지는 아주 굵은 반면, 발목은 아주 날씬하다. 그것이 말의 건강비결이다. 사람도 건강하려면 발목을 묶어 발목을 날씬하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쁜 토박이말 이야기 영어나 한자말대신 토박이말 써보기 ▲ 훈민정음 바탕의 세종임금상 ⓒ 김영조 얼마 전 한글날이 첫 국경일로 잔치를 치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자말이나 영어에 푹 빠져 우리말글을 짓밟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치 한자말이나 영어를 안 쓰면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쓸 것처럼 말한다. 정말 그럴까?소설은 그 시대의 현실 언어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1990년대 현대소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토박이말과 한자어를 살펴보면, 50위 안에 든 한자말은 33위에 ‘여자’란 한 낱말이 있을 뿐이며, 100위 안에도 여덟 단어 정도이다. 이것은 사전에 실린 한자어가 우리말 전체의 70%나 된다고 하지만, 실제 말글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낮음을 말해준다.소설에서 그렇다면 입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한자말을 쓰는 것이 말글생활의 절대조건처럼 말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얼마든지 토박이말을 활용해서 좋은 말글살이를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세종임금의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토박이말 이야기를 해보자.자연의 아름다움과
845. 조선총독부에 의해 멸종당한 조선호랑이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궁궐에까지 호랑이가 나왔다는 기록이 많이 보입니다. “창덕궁의 소나무 숲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물었다. 좌우 포도대장에게 수색해 잡도록 했다(선조36년, 1603년 2월 13일조), 창덕궁 안에서 호랑이가 새끼를 쳤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니 이를 꼭 잡으라는 명을 내리다 (선조 40년, 1607년 7월 18일조)”들이 그 예입니다. 그런가 하면 단군설화와 박지원의 ‘호질’, 그리고 옛날 얘기에 수없이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입니다. 이 조선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반도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까닭은 조선 사람들의 혼이 조선 호랑이를 닮았다고 조선총독부가 사냥꾼을 동원해 닥치는 대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기록으로만 100마리가 넘게 잡혔다는데 실제론 500 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일제는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호랑이까지 멸종시킨 것입니다.
844. 무릎 꿇고 마시는 다도는 우리 것이 아닙니다. 요즘 “다례”, “헌다례”들을 하면서 다도를 강조하는 모임이 있곤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가보면 무릎을 꿇고 찻잔을 받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예전 우리 겨레도 물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부처님께 공양할 때 차를 바치는 예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때가 아닌 가까운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실 때 무릎을 꿇었을까요? 늘 가부좌로 앉아서 차생활을 즐기던 조선의 다산, 추사 선생이나, 초의선사가 무릎을 꿇고 마셨을 리는 없지요. 무릎을 꿇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해오던 다도 예절입니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하던 것이라도 좋은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무릎 꿇고 차를 마시는 것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기에 그저 편하게 마시면 될 일입니다.
843. 조선의 아름다움 백자이야기 김상옥 시인은 백자에 대해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 같이 하얀 살결!"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백자(白瓷/白磁)는 우리말 사전에 "순백색의 바탕 흙 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자기. 청자에 비하여 깨끗하고 담백하며, 검소한 아름다움을 풍긴다."라고 되어 있지요. 백자는 조선을 대표하는 눈처럼 하얀 순백색의 그릇들로, 아무런 무늬가 없거나, 있어도 꾸밈이나 번잡스러움은 없습니다. 조선은 백자의 나라입니다. 백자는 바로 조선의 숨결이고, 조선을 꿰뚫는 이념인 성리학을 그릇으로 드러냈다고 합니다. 조선 백자의 독창적 아름다움으로 누구나 17세기 달항아리를 꼽으며, 그밖에 백자들은 아기의 태를 담아서 묻었던 백자태호(白磁胎壺), 문방구인 백자연적, 밥을 담는 그릇인 백자반합, 죽은 사람의 경력을 적어서 넣어 무덤에 같이 묻은 묘지합(墓誌盒)들도 있습니다.
842. 한글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디자인들 지난 560돌 한글날을 맞아 한류전략연구소(소장 신승일)에서는 “아름다운 우리 한글”이란 한글 디자인 상품 화보집을 펴냈습니다. 언어학자들이 세계 최고의 글자로 극찬하는 한글은 언어로서만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한글의 자모를 활용한 디자인은 여러 가지 상품에 적용되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먼저 한글을 활용한 도자기, 서각과 전각은 물론 갖가지 조형물, 한글춤, 글꼴, 한글옷, 한글넥타이와 스카프, 한글 가방과 지갑, 손전화기와 컴퓨터 자판 등 한글을 활용한 정보기기들이 그것입니다. 지난 한글날 당일, 한글날 기념식이 있었던 세종문화회관 앞 특설마당에서는 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글은 글자로서만이 아닌 상품에서도 그 가치가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세종임금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841. 임금에게 받는 선물을 사양하는 글 “오늘날 우리 백성들은 굶주림과 무거운 부역 때문에 신음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은혜를 베푸는 정치가 과부나 홀아비같이 고통받는 백성에게 먼저 미치지 않고, 신과 같이 한 일이 없이 죄만 진 자에게 큰 선물이 내려지니, 은총을 받는 영광스러움이야 더 할 수 없이 크지만 부끄러움과 송구스러움을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신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단지 두서너 명의 식구와 함께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생업을 이어받아, 아침밥 저녁 죽은 걱정 없이 이어 가옵거늘 공연히 전하의 지극하신 은총을 입어 관청의 곡식을 축낼 수 있겠습니까? 옛 사람 중에 임금이 내리시는 음식을 굶주린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한 이가 있었는데, 이 말이 진실로 신에게 맞는 말입니다.“ 조선 효종 때의 문인 송준길의 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참고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조면희,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