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 우리의 전통성악, 가곡은 어떤 음악일까요? 우리의 전통성악에 가곡이 있습니다. 가곡(歌曲)은 거문고,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단소, 양금, 장구 등 소규모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시를 노래하는 것입니다.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하며, 판소리, 불교음악인 범패와 함께 한국 3대 성악으로 꼽는데 가지런한 형식미와 아름다운 선율을 지닙니다. 이 전통가곡을 '영혼을 정화해주는 신선의 노래'라고도 말하며, '최고의 문장은 겉으로 드러난 글자 속에 숨어있고, 최고의 음악은 소리의 너머에 있다.'라고 한 옛 현인의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의 하나로 평가합니다. 또 가곡은 남창가곡, 여창가곡, 남녀창가곡으로 나뉘는데 남창가곡은 굵직한 소리의 매력이, 여창가곡은 청아한 소리의 아름다움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가곡은 노랫말을 길게 늘여 뜨려 부르는 게 특징으로 노랫말을 알고 듣지 않으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766. 중인의 집 열 채 값과 맞먹던 가체 조선시대의 사극을 보면 여인들의 머리에 얹는 가체를 볼 수 있습니다. 가체(加髢)는 조선 영조, 정조 때에 유행하던 머리 모양으로 부인들의 머리 위에 얹는 큰머리입니다. 가체 풍습은 신라 때에도 있었으며, 고려시대에 원(元)나라의 복제를 받아들임으로써 보편화하였다고 합니다. 또 이 가체는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썼기에 가체에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것은 중인의 집 열 채 값과 맞먹는 것도 있었습니다. 또 시집갈 때엔 논밭을 팔아 장만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린 며느리가 가체를 무게를 못 이겨 목이 부러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가체에 쓰던 머리 때문에 비구니나 죄수, 천민들의 머리가 매매되었다고 합니다. 정조 12년(1788)에 조금지령을 내렸지만 오랫동안 유행하였습니다. 옛날의 가체가 지금은 명품으로 바뀌었을 뿐 사치 하는 여인네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으며, 이 사치가 늘 문제가 되곤 합니다.
765. '철(銕)‘자의 의미를 아십니까? 한자사전에는 쇠를 말하는 글자로 ‘철(鐵)’자가 있지만, 또 하나의 글자 ‘철(銕)’도 있습니다. 이 풀이는 쇠 ‘철’, ‘철(鐵)’의 옛 글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쇠붙이를 두루 일컫는 말인 ‘금(金)’자 옆에 중국의 한족이 오랑캐를 말하는 ‘이(夷)’자가 붙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중국의 사서 ‘삼국지’에는 ‘그 나라가 쇠를 내는데 삼한과 예와 왜가 모두 이로부터 쇠를 얻는다. ~ 낙랑과 대방의 2군 또한 이를 공급받는다.(國出鐵韓濊倭皆從取之 ~ 又以供給 二郡)“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나라’는 가락국의 전신 ‘변진구야국(弁辰 拘邪國)’을 말하는데 그곳에서 생산되는 쇠를 왜인들과 낙랑, 대방군까지 공급받았습니다. 가락국은 쇠에 관한 한 대단한 기술을 가진 나라였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규슈에 영토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간사, 사기, 조롱의 뜻이 있는 ‘구야’라는 글자로 얕잡았고, 쇠 금(金)자 옆에 오랑캐 이(夷)자를 붙였습니다.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이종기, 기획출판 책장
764. 내일은 말복,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 드디어 내일은 복날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이 복날을 '서기제복'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즉,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써서 복날은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정복한다는 의미라고 이야기합니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에 의하면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해충으로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합니다. 서양 사람들도 이때를 '개의 날(dog's day)'라고 부릅니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인데, 이 별은 삼복 기간이 되면 해와 함께 떠서 함께 집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삼복 때 태양의 열기에 가장 밝은 시리우스의 열기가 보태졌기 때문에 한해 가운데 가장 덥다고 생각했습니다.
763.내일은 입추, 북녘하늘에서 다가오는 가을소식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밤새 열대야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立秋), 북녘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 하늘이 다가옵니다. 입추 때는 벼가 한창 익는 철이므로 이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흉년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추 뒤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돼도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제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됩니다. 비를 섭섭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되는데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하여 기청제 지내는 전야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절 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었습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밥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밥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았지요. 먼저 밥의 이름을 보면 임금이 먹는 수라, 어른에게 올리는 진지, 하인이 먹는 입시, 제사상에 올리는 젯메 등이 있습니다. 밥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이지요. 물론 벼를 깎은 정도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는데 현미밥부터, 조금 더 깎은 7분도밥과 가장 많은 사람이 해먹는 백미밥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밥에 섞는 부재료에 따라서도 나누어집니다. 먼저 정월대보름에 찹쌀, 검은콩, 팥, 찰수수, 차조로 해먹는 오곡밥, 계절에 따라 나는 푸성귀(채소)나 견과류를 섞어서 짓는 밥이 있으며, 콩나물밥, 완두콩밥, 무맙, 감자밥, 밤밥, 김치밥, 심지어는 굴밥까지 있습니다. 또 계절에 따라서 밥 종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봄에는 시루떡에 고물로 쓰는 팥을 넣어 만든 거피팥밥, 여름에는 햇보리밥, 초가을에는 강낭콩밥이나 청태콩밥, 겨울에는 붉은 팥 또는 검정콩으로 밥을 해먹습니다. 그밖에 1800년대 말 즈음 나온 조리서에 처음 등장하는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하는 비빔밥도 있고, 옛날 공부하던 선비들이
762. 병든 대나무를 보고 사람을 생각함 조선 선조 때의 문인으로 형좌좌랑, 이조정랑 등을 역임한 송정 하수일은 그의 문집 ‘송정집’에 대나무를 보고 사람을 생각한 글을 써 놓았습니다. 그는 어느 날 동산 가운데 있는 대나무밭을 거닐다가 병든 소나무를 발견합니다. 대나무는 마디가 촘촘하게 짧고, 벌레들이 좀먹은 구멍이 난데다 굽어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 인간도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본성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물욕에 어두워 양심이 비뚤어지면 저 굽은 대나무와 같이 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저 대나무는 좀벌레 때문에 그 본성을 잃어버리고, 사람은 욕심 때문에 타고난 성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병들어 있다면 그 사람을 무엇에 쓰겠는가? 옛사람이 이르기를 ‘사물을 관찰하여 자신을 반성하여 보라’ 하지 않았는가? 내가 저 병든 대나무를 보며 이 글을 쓰는 것이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조면희, 현암사
761. 세계 최초의 우리 측우기가 중국 것? 세종임금의 왕세자 이향(뒤에 문종)이 1442년에 만든 측우기(測雨器)는 규격화된 것으로는 세계 최초입니다. 서양의 측우기는 1639년 로마에 처음 나타났다고 합니다. 측우기는 비가 내린 양을 재는 기구인데 세종임금 이후 1592년까지 150년간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을 했습니다. 이 기록도 역시 세계최초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측우기가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측우기의 받침대인 측우대에 새겨진 “건륭경인오월조(乾隆庚寅五月造)”라는 글씨 때문입니다. 이 글씨는 측우대를 만든 1770년을 중국 방식대로 청나라 황제 건륭임금 때 만들었다고 표시한 것입니다. 만일 이를 영조임금 때 만들었다는 뜻으로 ‘영조경인오월조“라고 했더라면 오해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훌륭한 발명품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자주적인 국가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하늘의 법칙을 찾아낸 조선의 과학자들", 고진숙, 한겨레아이들
760. 토박이말을 쓰는 말글생활을 해야 합니다. 제 누리집에는 ‘적립금, 마일리지’는 ‘콩고물점수’, 흔히 ‘포토앨범’으로 쓰는 것은 ‘맵시자’, ‘게시판’은 ‘사랑방’, ‘공지사항’은 ‘알림마당’, ‘자료실’은 ‘보물곳간’, ‘이벤트’는 ‘잔치마당’으로 쓰며, ‘HELP'는 '도움마당’으로 씁니다. 처음 ‘콩고물점수’를 쓴다고 했을 때 일부는 좀 무리하지 않느냐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쓰고 나니 모두가 재미있다며 칭찬해주었습니다. 토박이말은 영어나 한자말보다 정감이 있고, 쉬운말이어서 의사소통이 훨씬 잘 됩니다. 영어나 한자말을 쓰면 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듣거나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며, 사대주의일 수도 있습니다. 이래서 토박이말 위주로 말글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말글생활입니다. 다만, 너무 무리한 시도를 해 다름 사람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는 가로 안에 도움말을 써주어야 합니다.
759. 더위를 이기는 한방차, 생맥산 지금 찜통더위는 절정입니다. 이때 많은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체액과 양기가 소모되어 식욕이 떨어지며, 기운을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차인 생맥산을 추천합니다. 생맥산(生脈散)은 맥문동(麥門冬) 8그램, 인삼, 오미자 각 4그램을 한 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 차입니다. 여기에 황기, 감초 각 4그램이나 황백피 0.8그램을 더 넣어 달이기도 합니다. 생맥산은 중국 의서 ‘동원십서(東垣十書)’, ‘의학입문(醫學入門)》 등에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동의보감‘과 ’제중신편(濟衆新編)‘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생맥산은 더위와 관계된 증상들에 좋지만 일사병, 열사병,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따위에도 씁니다. 더위를 이긴다고 에어컨 바람과 함께 살고, 차가운 음식만 찾으면 오히려 몸을 차게 하여 해를 주게 됩니다. 생맥산으로 슬기롭게 더위를 물리치는 올여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