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 새 불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날, 한식 내일은 24절기인 청명(淸明)이고 모레는 한식(寒食)인데 이 청명과 한식은 겹치거나 하루 차이입니다. 그래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생겼지요. 의 기록에 의하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과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했습니다. 수령들은 한식에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했지요.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겨레 의식을 다졌습니다. 불은 꺼지기 쉬운 것이어서 뱀이나 닭껍질로 만들어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보냈는데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고 합니다.
640. “~같아요”란 말을 쓰지 마세요. 얼마 전 서평을 쓰기 위해 글쓴이와 대담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글쓴이는 "아이들이 이젠 스스로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지요. 그래서 나는 "'~같아요'는 잘못된 말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는데 글쓴이는 "제가 논술교사여서 학부모들에게 '~같아요'라는 말투를 쓰지 말라고 하면서도 제가 써버렸네요.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에서 한 출연자는 "부모님께 효도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역시 잘못된 말이지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도 '~같아요'를 쓰는 것이 어찌 올바른 말이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하지 않고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일 뿐이며, 더구나 능동형인 '효도해야 할'로 할 것을 입음꼴(피동)인 '될'을 쓰는 것도 잘못입니다. 올바른 말글생활, 생각하는 말글생활이 나라를 살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639. 세종임금의 끔찍한 백성 사랑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11년 전 세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세종임금이 큰 죄의 조항만이라도 뽑아 적고, 이를 이두문으로 번역하여 민간에게 반포하자고 한 뒤에 나온 대화입니다. 이조 판서 허조가 “신은 폐단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간악한 백성이 율문을 알게 되면, 죄의 크고 작은 것을 헤아려서 두려워하고 꺼리는 바가 없이 법을 제 마음대로 농간하는 무리가 어날 것입니다.”라고 하자, 임금이 “그렇다면, 백성으로 하여금 알지 못하고 죄를 짓게 하는 것이 옳겠느냐? 백성에게 법을 알지 못하게 하고, 그 범법한 자를 벌주게 되면, 조사모삼(朝四暮三)의 술책에 가깝지 않겠는가. 더욱이 조종(祖宗)께서 율문을 읽게 하는 법을 세우신 것은 사람마다 모두 알게 하고자 함이니,”라고 말했다. 절대권력을 가진 세종임금의 백성 사랑과 훈민정음을 창제한 까닭을 알게 하는 내용입니다.
638. 벚꽃축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1910년 한일합병이 된 이후 일본총독부는 문화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일을 표나지 않게 은밀히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조선 사람들이 조선 정신을 갖지 못하게 하는 일인데 조선말과 한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 일본성으로 창씨개명을 하는 것 그리고 한반도에서 무궁화를 모두 없애고 벚꽃으로 바꾸어 심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일은 겉으로 표나지 않으면서 강력하게 추진되었지요. 이제 진해군항제를 시작으로 온 나라가 벚꽃축제로 한바탕 나리를 치를 것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지요. 또 진해 등 몇몇 곳의 벚꽃은 우리의 토종 왕벚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의 문화 식민지를 위해 심었던 그리고 일본인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벚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637. 삼진날, 화전과 진달래술 어떨까요? “삼월 삼진날 연자 날아들고 호접은 편편 나무나무 송림 가지 꽃이 피었다. 춘경을 떨쳐 먼 산은 암암 근산은 층층 태산이 울려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주르르 저 골 물이 콸콸 열의 열 두 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천방자 지방져 월턱져 구부쳐 방울이 버큼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쾅쾅 마주 때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남도민요 ‘새타령’인데 구한말 이날치 명창이 솔숲에 들어가 새타령을 부르자 뻐꾸기가 화답하여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삼진날’은 음력 3월 3일 오늘입니다. 삼진날엔 제비가 돌아오고 땅속에서 뱀이 나옵니다. 이날 꽃놀이를 하며, 화전을 부쳐 먹고, 진달래술(두견주:杜鵑酒)과 삼양주(三釀酒)를 빚어 마십니다. 바람 불면 흉년 든다는 삼진날은 예전 홀수가 겹쳐 좋은 날로 여긴 설날, 단오(4월 5일), 칠석(7월 7일), 중양절(9월 9일)과 함께 명절로 지냈습니다.
북한 아리랑을 들어보세요 신나라, '북한아리랑 명창전집' 출반 ▲ ‘북한아리랑 명창전집’ 음반 표지 ⓒ 신나라 '(후렴)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저놈의 가시내 눈매를 보소 속눈만 감고서 입만 방긋(후렴)저 건너 앞산에 봉화가 떴네 우리 님 오시는가 마중가세(후렴)달밝네 벽파진에 달이 떴네 배 띄워라 저 건너로 굴따러 가자(후렴)천리로구나 만리로구나 정든 고향 돌아갈 길이 막연하구나'이것은 북한에서 부르는 진도아리랑의 가사이다. 남쪽의 가사와 다르지만 재미도 있고, 정감이 있는 내용이다.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노래다. 세계 어느 곳이건 아리랑이 들리면 배달겨레는 눈물을 글썽이며 따라 부른다. 아리랑은 어쩌면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가장 많이 부른 민요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종류의 가사와 음률이 있는 노래이다.얼마 전 발행한 김보희 박사의 논문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 소인예술단의 음악활동'에는 고려인들이 지금도 여전히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의 민요를 부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어떨까? 혹시 혁명가곡으로 변해있는 건 아닐까? 그것이 궁금하지만 그동안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는 1999년 이미 '북한
636. 사대봉사와 불천위제사 우리 겨레는 조상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효의 근본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제사에서 우리는 몇 대조 할아버지까지 모시는 것일까요? 기본이 되는 것은 ‘사대봉사(四代奉祀)’인데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의 사대 신주를 집안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갑오경장(고종 21년) 이후로 계급사회가 무너지자 반상의 구별없이 사대봉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대봉사가 아닌 불천위제사도 있습니다. ‘불천위제사(不遷位祭祀)’는 큰 공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며, 이 신위를 ‘불천위’ 또는 ‘불천지위(不遷之位)’라고 합니다. 불천위는 유림에서 받은 ‘향불천(鄕不遷)’과 나라에서 받은 ‘국불천(國不遷)’, 문중에서 지정한 ‘사불천(私不遷)’ 따위가 있는데 서애 류성룡 종가와 충재 권벌 종가의 불천위제사가 알려졌습니다.
635. 정조임금의 국장을 상세히 기록한 국역 책 나와 "심산궁곡의 많은 백성이 / 눈물을 흘리며 성군을 부르짖으며 통곡하네 / 저들이 어찌 교화를 알리오마는 / 백성을 근심하면서 부지런히 정사 보신 것은 안다네" 위는 병조 참의(조선 시대에, 육조(六曹)에 둔 정3품 벼슬) 김관주가 정조임금의 만장으로 쓴 글인데 정조임금의 국장 기록을 소상히 기록한 의궤(나라에서 큰일을 치를 때 뒷날 참고를 위하여 그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경과를 자세하게 적은 책)인 3권에 나오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성군으로 받들던 정조임금의 승하에 백성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통곡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책에는 무려 104명의 만장 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 책을 현대어로 번역해 를 펴냈으며, 이밖에 ‘문헌으로 보는 고려시대 민속’, ‘종가의 제례와 음식’ 등의 책도 같이 출간했습니다.
634. 눈 속에서 찾은 매화 “그윽한 향기 담담하고 그림자 성글게 비추는데 / 눈이 휘몰아치고 바람 사나워도 태연하니 / 이는 바로 꽃 중의 소부와 허유라네 / 인간의 부귀는 그와는 관계없지.(幽香淡談影疎疎 雪虐風饕只自如 正是花中巢許輩 人間富貴不關渠)” 중국 송나라 육유(陸游)의 ‘눈 속에서 매화를 찾다(雪中梅尋)’란 글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소부는 요임금이 천하를 물려주려 했으나 사양하고, 산에서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며, 세상의 일을 꾀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또 허유도 역시 요임금이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고, 다시 부르자 물에 귀를 씻었다는 사람이지요. 이처럼 육유는 눈 속에 고고하게 핀 매화를 보며, 그 두 사람처럼 세상의 허영에 들뜨지 않고 향기가 담담한 그리고 눈비 몰아쳐도 태연한 그런 사람이기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633.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은 넉넉함 한복이 서양옷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한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역시 ‘넉넉함’입니다. 이것은 직선진동. 섶, 사폭 따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팔과 몸판이 이어지는 진동을 직선으로 하는 것은 평면재단의 기법으로 이렇게 하면 어깨 아래 가슴에 주름이 잡혀 넉넉해집니다. 입체재단으로 몸쪽으로 조금 파고 가슴에 재봉선(다트)을 넣어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서양옷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름이 보기 싫다고 서양옷처럼 입체재단을 하면 한복이랄 수가 없지요. 또 저고리의 안섶과 겉섶을 덧붙인 구조, 바지의 큰사폭, 작은사폭, 마루폭을 대어 바지를 풍성하게 하는 것도 한복을 넉넉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넉넉함은 몸을 조이지 않아 자유롭게 하여 건강에 도움을 주고, 몸과 옷 사이에 공기층을 두어 춥지 않게 그리고 덥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복은 이 넉넉함이 살아있어야 한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