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씻겨주었다’와 ‘씻어주었다’ 중 무엇이 맞을까? 우리는 “아이를 씻겨주었다.”라고 쓰기도 하고, “아이를 씻어주었다.”라고 쓰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 맞을까요? ‘씻다’는 ‘물이나 휴지 따위로 때나 더러운 것을 없게 하다.’라는 뜻의 움직씨(동사)입니다. ‘씻기다’는 이 ‘씻다’의 사동(使動:말하는 사람이 다른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것)형이지요. 그래서 ‘씻겼다’는 제 스스로 씻을 능력이 없어서 누군가에 의해 씻는 동작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고 이를 ‘씻겨주었다’하면 ‘주다’라는 도움움직씨(보조동사)가 뒤따라서 ‘베품’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씻어주었다’는 잘못된 말입니다. 만일 이렇게 쓴다면 아이를 물건처럼 여겨서 씻어주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신발을 벗어주었다.’와 ‘신발을 벗겨주었다.’를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벗어주었다’는 내 신을 벗어서 남에게 주었다는 뜻이며, ‘벗겨주었다’는 벗도록 도와주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네이버 베스트카페 ‘김형배의 한말글사랑’)
622. 백제는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엄격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2’에 보면 “古爾王 二十九年, 春正月, 下令: 凡官人受財及盜者, 三倍徵贓, 禁錮終身”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를 풀어보면 “29년 봄 정월, 관리로서 뇌물을 받거나 도적질한 자는 그 세 배를 배상하며, 종신 금고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입니다. 백제 때는 이와 같이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엄격하게 형벌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종신 금고형이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다시는 관직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뜻입니다. 그런가 하면 “近仇首王 八年, 春不雨, 至六月, 民饑, 至有 子者, 王出官, 贖之” 즉 “근구수왕 8년, 봄부터 6월까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백성들이 굶주려 자식을 파는 자가 나타나자, 왕이 나라의 곡식을 내어 대신 값을 물어 주었다.”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를 보면 백제 때 관리들에게는 엄격했던 반면 백성들이 어려울 때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621. 화이트데이 대신 토종 연인의 날을 오늘은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에서 매출을 늘릴 목적으로 만든 화이트데이입니다. 이런 상술이 빚어낸 '데이'는 이제 '다이어리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키스데이', '실버데이', '그린데이', '포토데이', '와인데이', '무비데이', '허그데이'는 물론 옐로우데이, 할로윈데이, 빼빼로데이까지 더하여 이젠 '데이'로 한해가 시작하고 끝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상술에 휘둘리는 데이 대신 토종 연인의 날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혼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으면 사랑을 나누는 '탑돌이'의 정월대보름, 젊은 남녀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고, 수 나무 암 나무를 도는 사랑놀이를 했던 경칩,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같이 입을 댈 표주박을 심고, 반달 모양의 짝떡을 먹으며 마음 맞는 짝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었던 칠월칠석은 화이트데이에 비해 훨씬 아름다운 날이 될 것입니다.
620. 가장 뛰어난 봄철 식품, 쑥 이야기 뛰어난 봄철 식품 중의 하나인 쑥은 쑥된장국, 쑥버무리, 쑥개떡, 쑥영양밥 등으로 다양하게 해먹습니다. 쑥은 뛰어난 약효로 인해 '의초(천연초)'라고도 하는데 그건 폐허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는 쑥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의 잿더미 속에서 가장 먼저 자란 식물이 쑥일 정도이지요. 약재로 쓰는 쑥은 단오 때 캐서 말린 것이 효과가 크며, 강화도 인진쑥을 최고로 칩니다. 쑥의 성분 중 베타카로틴과 알테미시닌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치네올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복통과 생리통 따위에 효과가 있으며, 몸을 데워주어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차가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쑥은 뜸의 중요한 재료이며, 쑥의 연한 잎을 말려 찐 다음 즙을 만들어 마시면 해열, 진통 등의 효과가 있고, 혈압을 내려주는 작용도 합니다.
우리 겨레, 노래로도 항일했다 등 8곡 수록된 항일가사집 발굴 ▲ 항일가사집 중의 앞부분 ⓒ 김연갑 "日本敎師를 排斥하네 / 적은 눈을 크게 뜨고 東洋人種 한 사람도 / 天下大勢를 살펴보게 죽는 것이 可惜한데 / 施政改設을 한다하고牧畜場과 軍用地를 / 顧問補左를 顧聘하며 生民田地를 掠奪하네 / 우리는 꼼짝 못할지니 海牙問題 生겨나서 / 죠코나 梅花로다여러 목슴을 殺害하네"위 가사는 우리 겨레가 일제 강점기 시절 불렀던 의 것이다.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항일'이다. 이 이 들어 있는 1920년대 항일 애국 단체가 불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 가사집이 삼일절을 맞아 공개됐다. 이는 가칭 전통 운율을 사용한 '항일가사집'이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 필사본으로 '(사단) 한민족아리랑연합회 박물관추진위' 김연갑 이사에 의해 발굴되었다. ▲ 항일가사집의 표지(제목도 아무런 표시도 없다) ⓒ 김연갑 이 항일가사집에는 8편의 가사가 있으며, 첫 편은 오늘의 애국가와 후렴이 같은 것으로 오늘날 부르는 가사가 1907년 작사되기 전까지 불렸던 '애국가'이다. 이는 윤치호의 '무궁화노래'와 김인식의 'KOREA(애국가)'의 사설이 합쳐진 자료라고 한다. 사립학교 학생들과 교인들에
619. 장독뿐 아니라 굴뚝과 장군으로도 쓰인 옹기 옹기(甕器)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였으며, ‘사람의 손길조차 닿지 않았던 것 같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성이 있다.’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옹기는 깨지면 바로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는가 봅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되는 옹기는 우리의 독특한 그릇입니다. 옹기는 숨구멍 역할을 하는 원형조직이 공기 중에서 젖산균과 대장균을 억제하는 기공을 끌어들여 김치를 오래 저장해주는 그릇으로 쓰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옹기는 술을 발효시키는 그릇부터 간장, 된장을 담는 장독, 물독, 떡시루 따위의 커다란 그릇은 물론 뚝배기, 종지 등의 작은 그릇, 굴뚝, 촛병, 등잔, 기와, 주전자, 소줏고리(소주를 내리는 데 쓰는 재래식 증류기), 장군(물, 술, 간장, 똥오줌 따위의 액체를 담아서 옮길 때에 쓰는 그릇) 등으로 다양하게 써왔습니다.
618. 신석기시대 현악기를 재현한 사람 신석기 시대에도 악기가 있었을까요?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상)를 보고 신석기 시대의 현악기를 재현한 사람이 있습니다. 30년 이상 가야금의 개량에 몸바쳐온 천익창 씨가 그입니다. 그는 신라금도 재현한 바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전국의 박물관을 수없이 돌며 토우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가슴에 널빤지 같은 것을 안고 있는 '사람모양 토우'를 보고 박물관의 학예연구관들에게 물었는데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는 가야금을 연구하는 사람이었기에 그것이 악기임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널빤지는 가야금에 있는 줄이나 안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토우를 직접 만들어보고, 줄을 끼어 보며, 안족을 대 보고 확신을 했습니다. 그래서 신석기 시대의 가야금을 재현한 끝에 지난 1월 28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재현 연주를 했습니다.
617.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한복 생활한복을 입으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겨우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한복 입고 춥지 않아요?” 나는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서양옷보다 훨씬 따뜻합니다.” 물론 안에 내복을 입기도 했지만 한복이 따뜻하다는 것은 거짓이 아닙니다. 어쩌다 몸에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밖에 나가 보았는데 추위가 몰려왔지요. 하지만, 바로 한복을 입고 나가니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왜 그럴까요? 우린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은 옷 두벌을 겹쳐 입는 것이 훨씬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것은 중간에 공기층이 밖의 차가움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 이야기는 몸에 달라붙는 옷보다는 넉넉해서 중간에 공기층이 있는 옷이 보온이 잘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폭으로 넉넉하게 만든 한복바지는 몸에 달라붙는 서양옷보다 따뜻한 것입니다. 반대로 여름에도 한복이 더 시원하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무학대사를 이긴 정도전의 궁궐 짓기는 잘못 국토사랑방, 2월 창경궁 답사 동행기 ▲ 창덕궁의 중심건물, 인정전 ⓒ 김영조 지난 1월의 국토사랑방 답사는 순천 선암사, 금둔사, 순천만에서 여수의 향일암으로 이어졌었다. 2월엔 가까이 있는 조선의 궁궐 창덕궁을 찾아보기로 했다. 토요일 늦은 2시 서둘러 가니 돈화문 옆 휴게실에 모여들 있다. 오늘은 꽃샘바람도 없이 온화한 날씨다.현존하는 궁궐 정문으로는 가장 오래된,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 들어갔다. 안내그림판 앞에서 문화해설사가 기본적인 설명을 들려준다. 금천을 가로질러 놓인 금천교를 건너간다. 아직 나무에 움이 트고, 꽃이 피기엔 이른 철이어서 조금은 쓸쓸한 모습이다.
616. ‘꽃멀미’와 ‘긁쟁이'가 무엇일까요? 말글생활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토박이말, 옛말 따위를 살려 써야 합니다. 바가지를 잘 긁는 여자나 잔소리를 귀찮게 잘 늘어놓는 사람을 ‘긁쟁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또 ‘그런지 안 그런지 불분명하다’는 ‘긴가민가하다’, ‘먹을 것을 몹시 탐하는 사람’은 ‘껄떡쇠’라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머지않아 산에는 진달래, 쩔쭉, 산수유들이 한 장의 수채화를 그려 놓을 것입니다. 그때 어떤 사람은 꽃의 아름다움이나 향기에 취하여 일어나는 어지럼증이 있을 텐데 이를 ‘꽃멀미’라고 합니다. 새벽녘 밝아오는 때를 ‘여명’이란 한자말보다는 ‘갓밝이’라 쓰고, ‘내연의 처’ 대신‘곳갓’, ‘키보드’ 대신 ’글쇠판‘, ’왜곡‘ 대신 ’거짓꾸미기‘로 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토박이말, 옛말을 살려 쓰면 말글이 훨씬 정감있고, 풍부해집니다. 그리고 남이 쓴 글과 차별화된 글로 인정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