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7. 내일은 봄내음을 안고 오는 우수입니다. 내일(2월 19일)은 두 번째 절기인 우수인데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벌써 저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까요? 동네 아이들은 양지쪽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목을 빼고 봄을 기다립니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예로부터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할 만큼 이맘때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봄에 잎과 꽃이 필 무렵 겨울 동장군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아직도 꽤 쌀쌀하게 추운 바람을 불어댑니다. "꽃샘 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계절에 나누는 전래의 인사에도 "꽃샘 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것도 있습니다.
596. ‘향수’, ‘산도깨비’, 짝사랑‘ 노래의 가사이야기 정지용의 시, 김희갑 작곡, 박인수와 이동원이 부른 가곡 ‘향수’의 가사 중에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란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룩백이 황소는 잘못된 듯합니다. ‘얼룩백이’는 누런 황소가 아니라 서양에서 들어온 젖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광제의 ‘산도깨비’란 신민요를 보면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루화둥둥”이라고 되어있는데 일본 도깨비가 뿔이 하나 달렸고, 우리 도깨비는 뿔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또 손목인이 작곡, 박영호 작사로 고복수가 노래한 ‘짝사랑’에는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으악새는 새이름인가 억새인가로 분분했었습니다. 백로과에서 가장 큰 왜가리는 ‘으악으악’ ‘왝왝’ 울고,. 어린 새끼일 때는 ‘왁왁’ 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가리를 사투리로 ‘왁새’라고 하기에 으악새는 왜가리로 보아야 합니다.
595. 오합지졸 의병으로 왜군 대병을 물리친 정문부 장군 “옛날 임진란에 힘써 싸워 적을 깨뜨려 일세를 크게 울린 이로 해전에서는 이순신의 한산대첩이, 육전에서는 권률의 행주대첩이, 이정암의 연안 대첩이 있어, 역사가가 그것을 기록하였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칭송하여 마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지위가 있어 말과 부역과 군졸들을 낼 수 있음에 힘입은 것이다. 고단하고 미약한 데서 일어나 도망하여 숨은 무리들을 분발시켜 충의로써 서로 격려하여 마침내 오합지졸을 써서 완전한 승첩을 거두어 한쪽을 수복함과 같은 이는 관북의 군사가 제일이다.“ 위는 정문부 장군의 공덕을 기린 ‘북관대첩비’ 중 일부를 번역한 것입니다. 이순신, 권율 등의 장수는 벼슬자리에 앉아 승리를 거두었지만 정문부 장군은 오합지졸 같은 3천 의병으로 2만 8천의 왜군을 물리쳤다는 얘기입니다. 이 북관대첩비가 고향인 함경북도 길주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594. 생활한복은 분명 한복입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이 입을 수 있게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의 생활한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이 훌륭한 옷인데도 현대인이 입기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는데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태어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생활한복도 역시 한복이며, 디자인만을 위해 한복의 특징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한복은 서양옷과 분명 다른 옷입니다. 특히 넉넉하게 만들어 몸을 편하게 해준다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습니다. 또 몸매에 상관이 없게 몸을 가려주는 옷입니다. 따라서 몸에 딱 맞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또 섶코, 도련, 배래 따위의 아름다움을 생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건강에 아주 중요한 천연옷감의 사용은 물론 넉넉한 사폭과 대님의 효과를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들이 이에 대한 원칙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버리는 것은 한복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593. 영어 공용화 주장에 쓴소리를 한 영어학 교수 어제 열린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의 집담회에서 경희대 영어학부 한학성 교수는 영어공용어 주장에 대해 ‘영어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일그러져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어를 써야만 하는 미국에서도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며, 공용어 자체만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영어 공용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현실에서 무엇이 영어를 못하게 했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없이 하는 말이다.’라고 꼬집습니다. 그는 사회 상층부가 영어 교육문제의 해결을 진정으로 원치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곁들입니다. 상층부는 이 문제가 영어 교육의 문제임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적당히 막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는 결국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장벽을 만드는 또 다른 양극화로 가는 길임을 지적합니다.
592. 정월대보름의 시절음식, 찰밥, 복쌈, 귀밝이술 정월대보름날은 오곡과 함께 찹쌀로 밥을 해먹습니다. ‘삼국유사’ 사금갑조(射琴匣條)에 보면 “신라 제 21대 소지왕이 천천정에 행차했을 때 날아온 까마귀가 왕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보름날 까마귀를 위하여 제사를 지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월대보름을 ‘까마귀 제삿날’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다고 전합니다. 복쌈은 대보름날에 취나물이나 배춧잎, 혹은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입니다.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이 쌓아서 성주님께 올린 다음에 먹으면 복이 온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에는 보면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보름날 아침에 웃어른께 데우지 않은 청주를 드시게 하여 귀가 밝아지길 바라며, 또한 일 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기 기원하였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명주:耳明酒)'라고 합니다.
591. 정월대보름은 토종 연인의 날입니다. 내일(2월 12일)은 설날부터 시작한 명절을 마무리하는 정월 대보름입니다. 신라시대 때부터 이 정월 대보름에는 처녀들이 일 년 중 단 한번 공식적으로 나들이를 허락받은 날이었습니다. 그 나들이는 '탑돌이' 때문이었는데 미혼의 젊은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그런 날입니다. 탑돌이 중 마음에 드는 남정네를 만났지만 이루지 못하여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녀들의 상사병(相思病)을 '보름병'이라고 합니다. 조선 세조 때 서울 원각사 '탑돌이'는 풍기가 문란하여 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따라서 이 대보름날은 바로 우리나라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밸런타인데이 대신 정월대보름을 연인의 날로 하여 아름다운 풍속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또 봄이 오는 길목에 있는 정월대보름을 우리의 새로운 도약의 날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590. 달과 개는 상극?, 대보름날의 월견상극 이야기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 중 ‘월견상극(月犬相剋)’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달과 개는 상극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정월 대보름날에 개에게 하루종일 밥을 주지 않거나 혹은 저녁밥 한 끼만 주지 않습니다. 개에게 밥을 먹이면 달의 정기를 먹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본질인 음력의 에너지원은 달인이어서 개에게 밥을 주는 여자는 개에게 자기의 음력을 도둑질시키는 것으로 본 때문입니다. 월식도 옛사람들은 개가 먹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또 다른 풍속으로 ‘옷동정 버리기’가 있는데 한해 운수가 나빴던 사람이 정월 보름날 저녁에 하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나가 동쪽으로 나이 수대로 걸어가서 자기가 입었던 옷의 동정을 떼어 버립니다. 그리곤 달을 보고 네 번 절을 하면 액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잊힌 정월 대보름에 했던 우리 겨레의 세시풍속입니다.
589. 조리밥(더윗밥)을 아시나요? 정월 14일 밤이나 대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은 체, 얼맹이, 조리 따위를 들고, 보름밥을 얻으러 다니는데 이를 ‘조리밥(더윗밥)’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조리’는 쌀을 이는 데에 쓰는 기구로 가는 대오리나 싸리로 결어서 조그만 삼태기 모양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흔히 복조리라고 말합니다. 예부터 아픈 사람은 병을 고치기 위해 조리밥을 먹었으며, 셋이나 일곱 집의 밥을 얻어먹었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와 ‘경도잡지’에 보면 ‘백가반(百家飯:백 집의 밥)’을 얻어먹었다는 글이 보입니다. 최근에도 세 성바지(김, 이, 박 등 성 종류)의 밥을 얻어먹어야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체면도 자존심도 하나의 풍속으로 감싸는 뜻이 있는데 도도한 선비는 굶으면서도 남에게 한 끼의 음식도 구걸하지 않았으나 이날만은 이 풍속에 모든 것이 묻히는 날이어서 주는 사람도 얻어가는 아이에게도 자유로운 밥입니다.
588. ‘훈민정음 만든 원리’의 새로운 해석 어려웠던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제자해)’를 최근 김슬옹 박사가 쉽게 번역했습니다. “자연의 바탕길은 오직 어둠과 밝음, 여성과 남성 따위의 음양과 쇠, 나무, 물, 불, 흙 따위의 다섯 원소(오행)로 이루어진다. 땅과 우주가 어울려 우주 만물의 바탕(태극)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움직이고 고요해지는 흐름 속에 음양이 생긴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의 어떤 생물이든 이러한 음양의 이치를 버리고 어찌 살아가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에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다만 사람이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정음을 만든 것은 처음부터 지혜로써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에 담겨 있는 근본 이치를 밝혀냈을 뿐이다. 이처럼 자연을 움직이는 이치와 말소리를 내는 이치가 본래 같은 것이니, 훈민정음과 같은 자연의 문자를 쓴다는 것은 곧 하늘과 땅, 그리고 귀신과 더불어 그 문자를 쓰는 것과 어찌 같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