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7. 조그마한 밥상, 소반이야기 조그마한 밥상을 ‘소반’이라고 하는데 겸상이 아닌 외상 또는 독상으로 혼자 받는 작은 것입니다. 소반은 만드는 곳의 지명에 따라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충주반 따위가 있습니다. 또 쓰임에 따라 식반(食盤:음식을 차려 놓는 상), 주안상(酒案床:술상), 공고상(公故床:번을 들 때에 자기 집에서 차려 내오던 밥상인 ‘번상’을 높인 이름), 돌상, 교자상(사각형의 큰 상)이 있습니다. 다리의 모양이나 개수로도 나누는데 다리가 하나인 상은 '외다리 소반(독각반:獨脚盤)', 다리가 셋인 것은 '삼각반', 다리 모양이 개의 발같은 것은 '개다리소반(구족반:狗足盤)', 범의 발 같은 것은 '호족반(虎足盤)', 대나무 마디같은 것은 '죽절반(竹節盤)', 잔치 때에 쓰는 다리가 높은 상은 '고각상(高脚床)'이라고 합니다. 또 소반의 판을 돌릴 수 있는 것은 '회전반', 붉은 칠을 한 것은 '주칠반(朱漆盤)', 판에 자개를 박은 것은 '자개상'입니다.
586. 추사의 세한도를 보셨나요?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습니다. 이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추사의 발문(跋文, 책이나 그림의 끝에 그림의 뜻이나 그린 뜻을 간략하게 적은 글)이 보입니다.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그가 59살 때인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 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려준 것입니다. 한 채의 초가에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와 잣나무를 매우 간략하게 그린 작품으로 문인화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갈필(渴筆,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빳빳한 털로 만든 붓)로 형태의 대강만을 간추린 듯 그려 한 치의 더함도 덜함도 용서치 않는 강직한 선비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585. 우리 겨레는 소나무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우리 겨레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고, 아기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쳤으며, 소나무 장작불로 밥을 해먹고, 방을 데웠습니다. 또 가구를 만들고, 솔잎주와 송화주(松花酒:송화를 줄기 채로 넣고 빚은 술), 송순주(소나무의 새순을 넣고 빚은 술)를 빚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송홧가루로 다식(차를 마실 때 먹는 한과)을 만들어 먹고,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笭)은 약제로 쓰이며, 송이버섯은 좋은 음식재료입니다. 여기에 소나무 뿌리로 송근유라는 기름을 만들어 불을 밝혔고,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송연)으로 먹을 만들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지요. 그리고 송진이 뭉친 호박으로 마고자 단추를 해 달았으며, 흔들리는 소나무의 맑은 소리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는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 소나무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584. 입춘은 ‘아홉 차리’를 하는 날 입춘엔 각자 아홉 번씩 일을 하면 한 해 동안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액을 받는다고 합니다. 글공부하는 아이는 천자문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노인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꼽니다. 여자아이는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길쌈 아홉 바디를 삼고, 실은 아홉 꾸리를 감지요. 또 밥을 먹어도 아홉 번, 매를 맞아도 아홉 번을 맞습니다. 아홉 번 하는 뜻은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 양수로 보았기 때문이며, 가난해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라는 교훈이 들어있는 것이지요. 흥부집 기둥에 입춘방'이란 말이 있습니다. 잠결에 기지개를 켜면 발은 마당 밖으로 나가고, 두 주먹은 벽 밖으로 나가며,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 동네사람들이 거치적거린다고 궁둥이 불러들이라고 하여 깜짝 놀라 일어나 크게 우는 그런 집을 말합니다. 그런 집에 입춘방을 써 붙였으니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댄 말입니다.
583. 내일, 입춘날은 적선공덕행을 해야 합니다. 입춘이나 대보름날 전날 밤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란 풍속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등을 실천하는 미풍양속입니다. 상여 나갈 때 부르는 상엿소리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하였는가' 이처럼 우리 겨레는 죽어서 염라대왕으로부터 입춘날의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했는지 심판받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을 쌓으면 조상을 모실 명당이 보인다고 합니다. 올해는 입춘날 적선공덕행을 하여 복을 받으십시오.
582. 일본이 기모노를 자랑할 때 우린 한복을 외면한다. 얼마 전 히스토리채널에서는 ‘한중일 문화 삼국지’ “한 폭에 깃든 멋, 전통 의복”이 방영되었습니다. 여기에선 중국의 치파오와 일본의 기모노도 같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모노는 허리에 묶는 끈이 5~6개가 되는듯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허리끈 ‘오비’를 혼자서 묶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모노를 입기 위해선 전문가를 찾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복에 비하면 정말 입기가 매우 불편한 옷입니다. 한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우리가 쪽발이라고 비웃는 일본 사람들은 그런 기모노를 자랑스럽게 입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복은 복식 측면에서, 입기 편함에서, 건강면에서 일본 기모노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약간의 불편함 때문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복을 외면하는 것은 일본에 부끄러운 모습일 것입니다.
581. 어려운 한자말, 외래말은 토박이말로 바꾸자 우리는 흔히 한자말이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횡단보도’보다는 ‘건늠길’이, ‘중복어’보다는 ‘겹말’이, ‘내연의 처’보다는 ‘곳갓’이, ‘야속(野俗)하다’보다는 ‘고깝다’가 더 짧고, 정감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래어 ‘모자이크’는 ‘쪽모이’로, ‘미니스커트’는 ‘깡뚱치마’로, ‘액세서리’는 ‘꾸미개’로, ‘플러그’는 ‘꼬지개’로 바꿔 쓰면 어떨까요? 이밖에 ‘곡해(曲解)하다를 ’곱새기다‘로, ’긍정‘은 ’여김‘, ’부정’은 ‘지움’으로, ‘미풍’은 ‘가만한 바람’으로, ‘미인’은 ‘고운매’로, ‘분식’은 ‘밀컷’으로, ‘서약서’은 ‘다짐글’로, ‘여명’은 ‘갓밝이’로, ‘왜곡’은 ‘거짓꾸미기’, ‘연인’은 ‘그린내’, ‘퇴고’는 ‘다듬어쓰기’, '회유책'은 ‘달램수’로 바꿔 쓰기를 권합니다. 처음엔 좀 어색할 수 있어도 자꾸 쓰면 훨씬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토박이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은 우리 말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580. 설날에 즐기는 전통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설날의 전통놀이는 설날에 시작하여 설 명절의 마지막인 정월 대보름날까지 즐겼으며, 우리나라의 민속놀이는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온 마을 사람 나아가 이웃마을 사람들과의 한 덩어리가 되어 즐기는 이 집단놀이는 각 개인과 가정, 마을 공동체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잔치입니다. 또 집약적 노동이 있어야 하는 농경 사회에서 두레나 품앗이 등의 협동 체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이러한 공동놀이 속에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놀이로는 윷놀이와 널뛰기, 연 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바람개비놀이, 쥐불놓이(쥐불놀이), 풍물놀이 등이 있습니다. 또 지신밟기, 동채싸움(차전놀이), 나무쇠싸움, 횃불싸움, 달불놀이, 달집사르기, 고싸움놀이, 도깨비놀이, 횃불 싸움, 지신밟기, 거북놀이, 북청사자놀음, 광대놀이, 처용 놀이와 계명(鷄鳴)점, 보리싹 점, 부름 깨기, 액연 태우기 따위도 있습니다.
579. 설날의 시절음식 이야기 설날에 먹는 시절음식을 알아볼까요? 그리고 설날 세배하러 온 사람에게는 설음식(세찬:歲饌)과 설술(세주:歲酒), 떡국 등을 대접합니다. 떡국은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 것이 제격이었지만 꿩고기가 없는 경우에는 닭고기를 넣고 끓입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지요. 설을 쇨 때 반드시 떡국을 먹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떡국에 '첨세병(添歲餠: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는 별명까지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설날에 술도 마시는데 '세주불온(歲酒不溫:설술은 데우지 않는다)'이라고 하여 찬 술을 한 잔씩 마십니다. 이것은 옛사람들이 정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생긴 풍습이었습니다. 또 오랜 옛날부터 전하여 왔으며, 육계, 산초, 흰삽주뿌리, 도라지, 방풍 등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술인 도소주(屠蘇酒)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578. 설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설날을 맞아 설이란 말의 어원을 살펴봅니다. 먼저 '설다.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낯선 곳이며 낯선 사람입니다. 그래서, 설은 새해라는 정신적, 문화적 낯섦의 의미로 생각되어 낯 '설은 날'로 생각되었고,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또 해가 지남으로써 점차 늙는 처지를 서글퍼하는 뜻의 "섧다"로도 생각합니다. 다음은 '사리다'[愼:삼가다]'의 `살'에서 비롯했다 설도 있습니다. 각종 세시기(歲時記)들이 설을 신일(愼日) 즉,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하고 있는데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입니다. 나이 즉 "몇 살(歲)" 하는 '살'에서 비롯됐다는 연세설(年歲說)도 있습니다. 이 밖에 한 해를 새로이 세운다는 뜻의 "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