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여 우 비 - 한준ㆍ박세준 별안간 맘이 왜 이럴까 아무 예고도 없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사랑을 가득 품은 그대 여우비가 내려요 난 아직 준비 안 됐지만 그댈 향한 이 맘 사랑인 것 같아요 혹 착각이 아닌지 또 내게 물어봐도 내 맘은 말하죠 이미 그댈 사랑을 한다고 난 벌써 시작해버렸죠 그댈 향한 이 맘 놓을 수가 없네요 난 착각이라 해도 난 이어 가볼래요 그댄 아니래도 이미 나는 사랑하고 있죠 활짝 갠 날, 갑자기 비가 잠깐 쏟아진다. 그렇게 내리는 비를 우리는 ‘여우비’라 한다. 옛이야기에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을 ‘여우비’라고 했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비구름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데 대기 높은 곳에서 강한 돌풍이 몰아쳐 그 탓에 맑은 곳까지 비가 온다고 얘기한다. 비를 표현하는 우리말 이름이 참 많다. 봄에는 ‘가랑비’, ‘보슬비’, ‘이슬비’, ‘모종비’, 모낼 무렵 한목에 오는 ‘목비’도 있다. 또 여름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 하고 잠을 잔다고 하여 ‘잠비’, 여름철 세차게 내리는 ‘달구비’, ‘무더기비’(폭우, 집중호우), ‘자드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초경(初更, 초저녁)쯤 되어서 귀신(鬼神)이 나왔다고 소동이 벌어져 온 마을이 진동(振動)하니 허무한 일이다. 고을로부터 포 쏘는 소리와 두드리는 소리가 일각(一刻, 15분)이나 계속하여 온 마을이 소동하니 밤이 새도록 두렵고 무서우나 흔적이 없는 일이다.” 이는 370년 전 남평조씨라는 한 여성이 쓴 《병자일기(丙子日記)》의 정축년 7월 28일 기록으로 귀신 소동이 난 얘기입니다. 이 일기에는 남평조씨가 병자호란이라는 큰 전쟁을 당하여 피난길에서 가족을 잃고 찾아다닌 이야기는 물론 종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림을 꾸려간 이야기, 이웃집에 불이 나거나 도깨비불 때문에 온 마을 사람이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 종이 도둑 떼에게 물건을 모두 빼앗기고 온 이야기 같은 당시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마치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담겨 있지요. 심지어는 적군이 밀려온다는 소문에 겁이 난 나머지 큰길로 나갈 수 없어서 작은 길로 밀려가다가 많은 피난민 행렬 속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려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눈앞에 보는 듯하니 병자호란 당시에 백성들이 겪었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 듯합니다. 이 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는 시(詩)‘, 소설(小說), 수필(隨筆), 희곡(戲曲) 등을 아울러서 ’문학(文學)’이라고 합니다. ‘문학(文學)’은 본디 ‘글의 학문’이라는 뜻으로 공자가 처음 썼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문학’을 그러한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며, 서양 사람들이 ‘리터러처(literature)’라고 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문학’이라 뒤쳐(번역) 쓰니까 우리가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습니다. ‘문학’은 글 ‘문(文)’ 자 뒤에 배울 ’학(學)‘ 자를 붙인 말인데 예술을 뜻하는 말에 왜 배울 ’학(學)‘ 자를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식 한자말로 ’음악(音樂)‘은 뒤에 즐거울 ’락(樂)‘ 자를, ’미술(美術)‘은 꾀 ’술(術)‘ 자를 붙였습니다. 모두 다 예술을 말하고 있는데도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글자를 붙여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평생 겨레말 사랑에 온몸을 던져 몸부림치다가 4년 전 세상을 뜬 우리말 사랑 으뜸학자 김수업 선생님은 살아계셨을 때 ’문학‘이 아닌 ’말꽃‘을 쓰자고 외쳤습니다. 김수업 선생님은 말합니다. “‘말꽃’은 입말, 글말, 전자말을 모두 싸잡은 ‘말의 예술’이라는 뜻을 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한 개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영국의 작가 R. L. B. 스티븐슨의 중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알고 있다. 그 소설은 2002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원래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한 사람이다.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낮에는 ‘지킬’의 신사와 같은 행동거지를 보이지만 밤에 ‘하이드’가 되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그런데 어제 11월 26일 서울 마포구 ‘신한 플레이 스퀘어라이브홀’에서는 한국양금협회 윤은화 대표의 “두 얼굴(2FACE)” 공연이 열렸다. 윤은화의 전통음악이 가진 차분한 내면과 강렬한 헤비메탈 연주자의 모습을 동시에 한 자리서 본 것이다. 물론 공연의 시작은 그야말로 전통음악 ‘양금산조’로 시작한다. 윤은화 대표가 직접 구성한 ‘윤은화류 양금산조’를 안진의 장구 반주로 열었다. 그동안 양금은 농현이 잘 안된다는 까닭으로 산조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윤은화는 4년여의 노력 끝에 양금산조를 내놓은 것이다. 윤은화의 ‘양금산조’는 농현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뮤트, 트레몰로 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첫눈 오는 날’ 일부) 지난 11월 22일은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었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이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小雪)’을 맞아, 우리떡과 민속놀이 전통나눔으로 양산시민들과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은 ‘소설’을 맞아 낮 11시부터 우리떡을 나누고 민속놀이를 체험하는 '따뜻한 첫눈이 내리는 날, 소설(小雪)' 행사를 연 것이다. 행사장에서는 다양한 전통떡(4종) 시식과 박물관 소장 민속문화재를 딴 미니 에코백(4종) 꾸미기 체험, 민속놀이인 윷놀이ㆍ투호ㆍ활쏘기ㆍ제기차기ㆍ팽이치기 체험 등을 했다고 한다. 소설 무렵은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볕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06년 전(1916년) 오늘은 소설가 이인직(李人稙, 1862∼1916)이 죽은 날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 이인직이 《혈(血)의 누(淚, 1906)》, 《귀(鬼)의 성(聲, 1908)》, 《치악산(雉岳山, 1908)》, 《은세계(銀世界, 1913)》 따위 신소설을 쓴 작가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특히, 《혈(血)의 누(淚)》는 첫 장편소설로서 본격적인 신소설의 효시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배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윤옥 시인의 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2011》에 따르면 《혈(血)의 누(淚)》 작가 이인직이 일본 유학시절 스승인 미도리 교수에게 찾아가서 일본과 조선의 병합을 부추겼습니다. 또 이인직은 한말 을사5적신의 한 사람이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어 최악의 매국노로 불리는 친일파 이완용의 비서로 실질적인 을사늑약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그는 또 “저는 이 수상(이완용을 말함)을 만나서 빨리 거취의 각오를 결정하시도록 근고(謹告, 삼가 아룀) 해보았습니다. 2천만 조선 사람과 함께 쓰러질 것인가, 6천만 일본 사람과 함께 나아갈 것인가 이 두 길밖에 따로 수상의 취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입니다. 소설은 말 그대로 눈이 내리면서 추위가 시작되는데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볕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요. 소설은 양력 11월 하순에 드는데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워집니다. 또 이때는 음력 시월로 “`농공(農功)을 필(畢)`하는 달이다. 추수를 끝내고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달이다.”라고 하여 ”상달“이라 했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어 ”공달“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하기 위해 서두르고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합니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하지요.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둡니다. 그런데 소설 무렵은 첫눈이 오기도 하는데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 무렵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는 12월 11일 낮 3시 전남 순천 순천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운산 송순섭 판소리 전수관이 주최ㆍ주관하고 (사)동편제 판소리 보존회ㆍ온고을소리청ㆍ(사)옥당 국악국극보존회 등이 후원하는 국창 청운 박봉술 선생 탄생 100주년 기림 ‘동편소리 국악대향연’이 열린다. 이번 공연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창 박봉술(1922~1989) 선생의 동편소리 전승과 발자취를 이어가고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헌정 공연이며, 박봉술 선생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예술세계의 발자취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통국악 무대를 구성하였다. ‘동편소리 국악대향연’에는 국창 박봉술 선생의 예능을 이어가는 제자ㆍ명인ㆍ후손 등이 무대에 오르며 특히 송순섭 명창을 비롯하여 김일구 명창, 이옥천 명창, 전인삼 명창, 이규호가 출연하고, 송화자 명인(박봉래 후손)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감상할 수 있다. 고수는 박근영 명고, 박명언(박봉술 후손)이 맡으며, 해설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영대 고려대 교수가 맡는다. 관객석은 선착순 무료입장이며, 전체 연령이 관람할 수 있다. 기타 공연에 관한 문의는 번개글(musarang-6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20일(일) 낮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제51회 <판소리유파대제전> 공연이 열렸다. ‘판소리유파’란 무엇인가? 이날 공연에서 사회와 해설을 맡은 김세종 한국음악학 박사는 “학문이나 예술은 스승을 통해 제자에게 전해지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계통을 세운다. 따라서 판소리에서의 계통은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갈려 나온 유파(流派)의 전승계보를 말한다. 이를 ‘제(制)’, ‘소릿제’라고 하며, ‘바다’, ‘더듬’, ‘조(調)’라고도 한다.”라고 유파에 관해 설명했다. 청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한 명의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서사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공연예술 ‘판소리’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랐다. 그 판소리는 시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른 유파가 생겼는데 19세기 전반, 곧 전기 팔명창시대에는 대체로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가 먼저 떠오른다. 그 유파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을 첼로 - 정진규 가을 첼로는 해 지는 기인 능선을 지니고 있다 소리의 윤곽이 뚜렷하다 능선 위 서 있는 나무들의 각자가 보인다. 그저 통주저음(通奏低音)으로만 젖던 제 슬픔을 비로소 가볍게 추스른다. 처음처럼 슬픔의 모서리를 문지르는 손, 와서 닿는 살갗이 차끈하다. 정신이 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처음부터 등장한 첼로 음악을 리학성이 수학을 풀 때마다 듣는다. 리학성은 그렇게 첼로 음악을 들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추스른다. 리학성은 마치 우리의 전통악기 아쟁의 산조처럼 마음이 아프지만, 펑펑 울 수 없을 때 첼로 음악을 듣고 추스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연주되는 첼로 음악은 가장 종교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J. S. 바흐의 위대한 첼로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가운데 ‘프렐류드’였다. 서양 클래식 연주에서 저음역을 맡는 첼로라는 현악기는 따뜻한 음색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울림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라는 악기의 깊이와 규모를 체험할 수 있는 장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이 음악은 19세기 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