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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판소리 전설들, 하늘극장 천장을 뚫었다

한국판소리보존회, 제51회 ‘판소리유파대제전’ 열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20일(일) 낮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제51회 <판소리유파대제전> 공연이 열렸다.

 

 

‘판소리유파’란 무엇인가? 이날 공연에서 사회와 해설을 맡은 김세종 한국음악학 박사는 “학문이나 예술은 스승을 통해 제자에게 전해지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계통을 세운다. 따라서 판소리에서의 계통은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갈려 나온 유파(流派)의 전승계보를 말한다. 이를 ‘제(制)’, ‘소릿제’라고 하며, ‘바다’, ‘더듬’, ‘조(調)’라고도 한다.”라고 유파에 관해 설명했다.

 

청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한 명의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서사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공연예술 ‘판소리’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랐다. 그 판소리는 시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른 유파가 생겼는데 19세기 전반, 곧 전기 팔명창시대에는 대체로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가 먼저 떠오른다.

 

그 유파의 전설 곧 무형문화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자신들이 전승받은 소리를 혼신을 다해 펼쳐 보인 것이다.

 

먼저 공연의 문은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 보유자 정명숙 명무가 열었다. 대금ㆍ아쟁ㆍ장고의 반주와 구슬픈 구음 시나위에 맞춰 한을 풀어주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 본격적으로 판소리 전설들의 소리 잔치가 벌어졌다. 김세종 박사의 표현대로 별 중의 별들이 무대에 오른다. 맨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송순섭 보유자가 동편제 <적벽가> 가운데 ‘새타령’을 소리한다. 80대 후반의 나이에도 그가 내지르는 통성은 가히 하늘극장의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다. 객석에서는 감탄의 추임새가 연신 터져 나온다.

 

계속해서 국가무형문화재 흥보가 보유자 정순임 명창이 무대에 올랐다. 먼저 짧은 단가로 소리를 시작한 정 명창은 경지에 이른 소리와 걸쭉한 아니리 그리고 발림으로 동편제 <흥보가> 가운데 ‘제비노정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객석을 조였다 놓는 품새는 가히 정순임 보유자가 왜 명창 소리를 듣는지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뒤를 이어서 국가무형문화재 수궁가 보유자 김수연 명창의 동편제 <수궁가> 가운데 ‘탑상을’도 펼쳐졌다.

 

 

 

 

그리고 이어진 무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 노은주 명창은 고 한농선 명창의 20주기 추모 특별공연으로 동편제 <흥보가> 가운데 ‘첫째 박타는 대목’을 했다. 고 한농선 명창은 송만갑(宋萬甲) - 김정문(金正文) - 박녹주 - 한농선 명창으로 이어지는 동편제 판소리의 정통 소리로 인정받고 200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지만,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 정식 계보를 잇지 못했다. 노은주 명창은 고 한농선 명창의 수제자로 스승을 기리며 창을 한 것이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시 열린 무대는 서편제 소리가 펼쳐진다.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 정회석 명창이 서편제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 젖동냥’ 대목을 부른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심청가 보유자 김영자 명창이 <서편제> 심청가 가운데 ‘모녀상봉’을 불렀다. 이어진 무대는 대전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 고향임 명창이 동초제 <춘향가> 가운데 '쑥대머리‘를 했다. 3년 전인 2019년 국립국악원 우면당과 지난해 5월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에서 8시간이 넘는 동초제 춘향가 완창 마당을 선보였던 저력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준다.

 

 

 

 

 

판소리 명창 무대의 마지막으로는 국가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 신영희 명창의 만정제 <춘향가> 가운데 ’어사장모 상봉‘ 대목이 펼쳐졌다. 신 명창은 심한 감기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고통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멋진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후 정순임ㆍ김수연ㆍ김영자ㆍ고향임 명창이 나와 남도민요 가운데 ’육자백이‘와 ’흥타령‘을 불러 판소리 명창만이 할 수 있는 민요 한마당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들인 이숙영ㆍ정유숙ㆍ제정화ㆍ조성은ㆍ노은주ㆍ김보경ㆍ김수지ㆍ이다은 명창이 남도민요 ’성주풀이‘, ’남원산성‘, ’진도아리랑‘을 흥겹게 불렀다.

 

 

 

2022년 늦가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애호가들은 무형문화재 명창들의 소리를 한 자리서 듣는 호사를 누렸다. 고령이거나 감기에 걸렸음에도 그 소리가 천장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른 순간들을 청중들은 목격한 것이다. 절기 소설을 눈앞에 두고 쌀쌀해진 늦가을이었지만 국립극장 하늘극장은 명창들의 소리에 아직 소춘(小春) 곧 훈훈한 ’작은 봄‘ 속에 들어 있는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