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여름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선이 있다. 바로 농어다. 사람들은 흔히 가을과 겨울을 생선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생선은 수온이 내려가면서 지방을 축적하고 맛이 오른다. 그런데 농어만큼은 조금 다르다. 예전에 농어 루어낚시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8월 어느 날 1m가 넘는 점농어를 낚은 적이 있다. 집으로 가져와 회를 뜨는 순간 왜 사람들이 "여름 농어"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내장에는 지방이 두툼하게 끼어 있었고 살에는 윤기가 흘렀다. 그야말로 비만이라고 부를만한 과잉 지방 상태로 여름철을 맞아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품은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제철 음식 가운데 농어만큼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 몸이 약해져 보양이 필요한 시점은 봄과 여름이다. 특히 여름에 더위를 조절하고 이겨낼 수 없는 약한 분들에겐 생사의 틈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름에 체력이 달리고 더위가 버거운 분들은 충실한 보양이 요구된다. 억지로 영양가 높은 것을 많이 먹는 것은 진정한 보양이 아니고, 몸에서 저절로 땅겨서 먹어야 하며, 먹은 음식물이 몸에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충실하게 간직하고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올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다. 늦은 장마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잠시 식혀주고 있지만,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와 높은 습도가 한꺼번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날씨에는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몸의 기운이 쉽게 빠지고 일사병이나 열사병, 이른바 '더위 먹음'이 생기기 쉽다. 더운 날씨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원한 음료를 찾는다. 목마름을 없애고 체온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름 건강은 물만 많이 마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추울 때는 스스로 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더울 때는 몸을 적극적으로 식히는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결국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게 되는데,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도 어려워진다. 그 결과 피부는 뜨겁고 몸속 장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내한외열(內寒外熱)' 상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여기에 '습(濕)'이라는 개념을 더한다. 습이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흐름을 잃은 수분과 순환의 정체를 의미한다. 몸이 무겁고 나른하며, 움직이기 싫고 쉽게 지치는 여름철 증상이 바로 습이 많아진 모습이다. 이러한 여름철 증상에 800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대표 처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늦은 장마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보양식을 찾는다. 삼계탕, 보신탕, 장어, 민어…. 모두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예전에는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는 것이 하나의 풍습이었다.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언뜻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름철 우리 몸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여름에는 두 가지 부담이 있는데 더위와 습기다. 우리 몸은 봄과 가을과 같은 약간 시원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체온유지와 체온 조절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이때의 몸을 표현하자면 몸통은 따뜻하고 피부는 약간 서늘한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일 때 우리 몸은 가장 편안하며 이러한 상태를 위해 노력한다. 이때를 정상 상태로 볼 때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피부는 정상보다 더운 열상태가 되고 내부 장부는 피부에 견줘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태가 된다. 이를 내한외열 상태라 하는데 이를 좁혀서 보면 위장은 차갑고 피부는 뜨거운 상태며 몸이 힘든 불균형 상태다. 여름 더위에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땀을 흘리고, 혈액을 피부로 보내 열을 내보낸다. 그 결과 위장과 장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여름이 다가오고 장마가 시작되면 생각나는 제철 생선이 있다. 민어다. 민어는 흔히 여름 보양식의 대표로 알려져 있다. 복날이면 삼계탕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생선은 가을과 겨울이 더 맛있다. 방어, 대구, 감성돔, 참돔, 우럭 등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생선들은 대부분 수온이 낮아지는 계절에 지방을 축적하고 살이 오른다. 바다는 육지보다 한 철 늦다. 육지의 겨울이 바다에서는 가을에 가깝고, 육지의 봄은 바다에서는 아직 겨울에 가깝다. 그래서 생선은 대체로 차가운 계절에 맛이 좋아진다. 그런데 민어는 예외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민어를 여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민어는 여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는 몇 안 되는 생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다른 생선들이 산란과 고수온으로 맛이 떨어지는 계절에도 민어는 살이 오르고 크기가 커지며 풍부하게 잡힌다. 민어라는 이름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민어(民魚)는 백성 민(民)자를 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옛날에는 여름철이 되면 민어가 많이 잡혀 백성들도 비교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오래전 완주의 산사(山寺)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절 마당 한쪽 텃밭에 머위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봄볕이 완전히 들지 않는 그늘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는데, 머위를 가꾸던 스님이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머위는 독이 조금 있지만 그 독으로 몸의 독을 다스리는 풀이야." 당시에는 무심코 들었던 말이었지만,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여러 음식을 살펴보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나른함과 피로를 호소한다. 충분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눈이 무겁고, 몸이 붓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피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봄을 목의 계절이라 하고, 간(肝)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간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내 몸에 맞은 구조로 바꾸어 영양분을 만들어 주는 공장으로 기운을 펼치고 소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겨울 동안 쌓였던 노폐물과 기체증이 남아 있으면 간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몸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이때 함께 살펴보아야 할 장부가 비장(脾臟)이다. 비장은 우리 몸의 재활용 공장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날이 따뜻해지면 몸이 한 번 더 탁해진다. 봄의 피로가 지나간 것 같은데도 머리가 맑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 속은 더부룩하고, 몸은 묘하게 무겁다. 이때의 변화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겨울 동안 모였던 것이 풀리고, 봄에 올라온 기운이 머물면서 몸 안에 ‘정리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벼운 음식을 찾는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에서 온 것, 특히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를 찾게 된다. 그 까닭은 다양하지만 결국 맛있기 때문이다. 왜 맛있는가를 궁리하면 답이 나온다. 하나는 나에게 필요한 성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내가 필요로 하고 소화할 수 있을 때 맛있게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실제 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의 생명력이 가장 응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개류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산란을 준비한다. 산란을 앞둔 개체는 자신의 생명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몸 안에 영양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축적한다. 곧 이때의 골뱅이와 소라는 단순한 먹이가 아니라 “생명을 준비하는 상태의 응축된 존재”다. 그래서 같은 골뱅이라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를 연재했던 유용우 한의사가 이제 새롭게 <음식과 건강>이란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전해진 귀중한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본질적으로 같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유용우 한의사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법을 가 가르쳐 줄 것입니다.(편집자 말씀) 봄이 되면 괜히 몸이 무겁고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오후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흔히 ‘춘곤증’이라 부르지만, 이때의 피로는 단순한 나른함과는 다르다. 겨울 동안 안으로 모였던 기운이 위로 올라오면서, 몸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 생기는 피로다. 이럴 때 예로부터 찾던 음식이 있다. 다슬기국이다. 맑은 국물에 쌉싸름한 맛이 도는 다슬기국을 한 숟갈 떠먹으면, 묘하게 속이 풀리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식생활의 감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다슬기를 ‘석라(石螺)’ 또는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한의사로서 진료하다 보면 사춘기 때 품었던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이란 자체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간은 본디 완전(完全)하다”와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서로 주고받는다.”라는 전제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 한의사로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해결책이 샘솟는다. 아울러 ‘무엇이 인간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가’를 궁리하다 보면 ‘굳건한 의지(意志), 강철 같은 마음’ 등이 떠오른다. 실제로 진료하는 중에 “건강은 우직한 실천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작심삼일(作心三日)과 용두사미(龍頭蛇尾)는 마음의 모습 오늘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살펴보는 데 심장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하려 한다. 한국인의 마음은 한없이 크고 넓어 우주를 품을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한없이 좁아 좁쌀보다 작아 좀생이가 될 수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우리들의 생명활동을 마음과 생각의 작용으로 구분하면, 한국인의 대부분은 마음이 앞서서 큰 결심, 큰 마음을 쉽게 내지만 생각이 따라오지 못하고 힘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쉽게 식는 것이다. 따라서 크게 낸 마음이 유지되지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여름의 불볕더위를 겪다가 가을은 어느 한순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올해도 불볕더위 기간이 길어지면서 언제 환절기가 되고 가을이 올까 하는 염려와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지내는 중에, 태풍이 한바탕 지나가면서 불볕더위에 대해 완충 역할을 한듯하다. 불볕더위가 태풍으로 인해 한 꺼풀 꺾여서 가을 환절기가 조금은 완만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비염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가장 고초를 겪는 가을 환절기를 조금은 완만하게 넘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의 구분이 명확한 나라의 경우 사계절의 틈에 환절기가 있다. 이러한 환절기 가운데서도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환절기는 추운 겨울에서 따뜻해지는 봄으로 가는 봄 환절기, 따뜻한 여름에서 서늘한 가을로 가는 가을 환절기다. 이러한 환절기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질환이 호흡기 질환이다. 봄의 환절기에 유독 심해지는 비염 경향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고, 가을 환절기에 유독 심해지는 비염 경향은 혈관운동성비염이 있다. 요즘 만성 비염을 앓는 경우 대부분 알레르기성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학에서 ‘수승화강’이란 자연스러운 천지자연의 흐름이며 이러한 모습이 인체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수승화강이란 자연의 흐름과 동조하는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한방에서는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의 소주천(小周天)이라고 하는데 양방의 관점에서는 심장을 중심으로 동맥혈(動脈血)의 순환을 수승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고, 정맥혈(靜脈血)의 순환은 화강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확장해 설명한다면 낮의 활동은 수승(水升)의 과정이고 밤에 이루어지는 수면 중 휴식과 회복은 화강(火降)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승화강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낮의 왕성한 활동과 밤의 숙면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최근 한국인 모두가 낮의 활동량이 절대적으로 많고 밤의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적어서 수승화강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그러므로 활동과 수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먼저 이룬 뒤 부족한 부분을 한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1. 밤과 낮의 균형이 수승화강의 시작 한의학적에서 단전의 힘이 수승화강을 직접적으로 조율한다고 한다. 단전의 힘이 가장 왕성한 것은 어린이 때인데, 점점 마모되어 노인이 되면 쇠(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