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섧다 [뜻]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아 화나고 답답해서 슬픈 느낌이 마음에 차 있다.[보기월] 무슨 까닭인지 잘 모르지만 아주섧게우는 걸 보니 마음이 쓰였습니다. 갑자기 닥친 추위에 놀란 것은 사람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높은 곳에는 벌써 서리가 내려서 서리를 맞은 푸나무들이 마치 삶은 것처럼 되어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그 푸나무들도 우리처럼 놀랬겠지요? 추위와 가장 가까이 자주 만나게 되는 손이 거칠어지고 입술도 거칠어진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주머니를 털어가는 갖가지 겨울 쓸몬(용품)들이 벌써 나와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그것을 뜯어서 뿌리는 장난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생각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일을 마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나갈 일이 있어 좀 일찍 나가는 길에 다른 것을 챙긴다고 열쇠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또 들어갔다 나오느라 마음이 더 바빴습니다. 수레를 가지러 바쁘게 걸어 가는데 한 아이가 길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잘 모르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싯지싯 [뜻] 남이 싫어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만 자꾸 짓궂게 해 달라고 하거나 괴롭히고 귀찮게 구는 모양[보기월] 어제도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지싯지싯말을 걸어서 끝내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걸 봤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고뿔에 걸린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도 목이 좀 마뜩잖아서 따뜻한 물을 자주 먹고 있습니다. 벌써 아이들은 따뜻한 바람을 틀어 달라고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며 좀 참아달라고 했습니다. 눈에 띄게 빛이 달라진 나무에 고까잎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추운 날씨를 핑계로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놀다보니 여느 날보다 더 시끄럽고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납니다. 어제도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지싯지싯말을 걸어서 끝내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걸 봤습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며 넘치는 힘을 좀 쓰면 좋을 텐데 마당이 그리 넓지 않으니 아이들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까지 춥고 날이 다시 풀린다고 하니 그나마 낫습니다. 이 말은 여러 해 앞에 맛보여 드린 적이 있는 '지싯거리다'의 어찌씨꼴입니다. '지싯대다'라고도 하며 다음과 같은 보기들이 있습니다.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근버근 [뜻] 1)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사이가 꽤 멀어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보기월] 이렇게어근버근지내다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어제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서 좀 놀랐습니다. 저도 옷을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걸 싶은 마음이 들만큼 썰렁했고 아이들도 춥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가을 더위'라는 말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겨울'이 와 버렸습니다. 가을을 탈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아이들이 부쩍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자꾸 다투고 헐뜯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선물처럼 여기라고 타이르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는 말인가 봅니다. 우리 어른들이 지내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한마음으로 뭉쳐서 헤치고 나가야 할 때인데 여전히 제 살길 찾느라 셈하기 바빠 보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받들고 섬기겠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어근버근지내다가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저는 우리가 나아갈 쪽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없신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말을 잃고 우리답게 생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설치다 [뜻] 꼭 해야/있어야 할 만큼에 미치지 못한 채로 그만두다.[보기월] 요즘은 일을 하느라 잠을설치는날이 많습니다. 지난 엿날(토요일)은 잊지 못할 좋은 날이었습니다. 땅이름갈모임(지명학회)이 제가 사는 참고을 진주에서 열렸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마을에 있던 너린바구, 절골, 새내, 새미골은 아직 그대로 살아 있는데 글로 적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하나씩 잊혀지고 있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너우니'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있었는데 왜 '너우니'라고 불렀는지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일한 적이 있는 곳에도 '두물'이라는 예쁜 이름이 '두문(斗文)'이란 한자로 바뀌고 나서는 그 말밑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었거든요. 갈모임에는 늘 배움과 만남이 있어 좋습니다. 몰랐던 것을 새로 알 수 있어 좋고 또 곳곳에서 갈고 닦아 오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토박이말로 된 땅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밝히기 어렵게 된 게 많다는 말씀을 들으며 우리말에 맞는 글자를 좀 더 일찍 만들어 쓰지 못한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모이신 분들이 거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 [오늘 토박이말] 지실 [뜻] 좋지 않은(궂은) 일로 입게 되는 것=해[보기월] 나라에지실이 든 것과 같으니 어찌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쌀랑해진 날씨를 잊게 할 만큼 큰일이 일어나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아이들이 듣고 풀이를 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며 저 혼자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묻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다 안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궁금하지 않다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라에지실이 든 것과 같으니 어찌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제가 걱정을 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다른 나라에도 다 퍼져서 나라 밖에 사는 분들이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다는 말도 들립니다.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아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알려진 게 참일이라면 앞으로 일이 더 큰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라, 나랏일을 하는 사람, 우리 앞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가 하고 있는 토박이말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을 더 힘써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우리 얼, 우리다움을 되찾아 다 함께 잘 사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해'를 갈음해서 쓸 수 있는 말이라서 자주 쓸 일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귀 [뜻] 드나드는 목의 첫머리[보기월] 배움에도어귀가 있을 텐데 저마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자꾸 땅밑으로 내려가려 하고 마냥 같이 따라갈 수가 없는 어른들이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려니 속이 썩곤 합니다. 무슨 일이든 갖춰야 할 것을 갖추지 않고 하다보면 마음 먹은 대로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 배움을 돕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마을, 고장, 나라 사람들이 두루 함께 갖고 있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배곳과 집에서 한결같이 배움을 도와 주어야 하는데 그게 서로 맞지 않다면 보람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습이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 더 서글퍼집니다. 어른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안 좋은 것을 더 쉽게 따라하는 아이들도 안타깝습니다. 배움에도어귀가 있을 텐데 저마다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치고 배운다면 날마다 보고 때마다 겪는 가슴 아픈 일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흐린 날씨 탓인지 몸이 지친 탓인지 으슬으슬 추운 느낌이 자주 듭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설멍하다 [뜻 ]2)옷이 몸에 맞지 않고 짧다.[보기월] 봄에 입던 바지인 것 같은데 어느새설멍하게보이는 아이는 키가 컸다는 것이죠. 비가 내릴 거라고 하더니 어김없이 왔습니다. 날씨도 바람이 불어서 더 썰렁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들 날씨에 맞는 옷을 잘 챙겨 입고 다니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많이 입고 와서 덥다며 바람틀을 돌리는 아이, 짧은 옷을 입고 와서 춥다는 아이를 다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키가 얼마나 컸는지 눈으로 봐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옷을 보면 한눈에 알 수도 있더라구요. 봄에 입던 바지인 것 같은데 어느새설멍하게보이는 아이는 키가 컸다는 것이죠. 그런 것을 보면 저는 아직도 부럽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봄에 입던 바지가 설멍해서 못 입겠다."는 말을 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물려 준 건 없지만 아이들이라도 키가 쑥쑥 컸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사는데 그마저도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앞생각을 하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한 가지씩 풀리기는 하지만 다들 제 마음같지 않아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여러 사람이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지스러기 [뜻] 골라내거나 잘라 내고 남은 나머지(찌꺼기나 부스러기)[보기월] 갖가지 축제, 페스티벌도 많던데 그지스러기돈만 있어도 우리 잔치는 하겠다 싶었습니다. 지난 밝날(일요일)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 앞생각을 해 보고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나느라 바쁜 걸음을 쳤습니다. 꼼꼼하게 풀어 줄 만큼 넉넉하지 않았지만 좋은 일을 한다며 선뜻 손을 잡아 주어서 얼마나 고맙고 힘이 났는지 모릅니다. 어제도 아침부터 마음이 바빠서 걸음이 절로 빨라졌습니다. 새로 비롯하는 일이 있어서기도 했고 마치고 만나기로 한 분들이 있어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일을 마무리 해 달라는 기별이 곳곳에서 왔지만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 숨은 쉴 수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만난 두 분도 모람(회원)이 되어 주시면서 토박이말 잔치에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을 해 주셨습니다. 좀 더 일찍부터 배곳 밖에 계신 분들을 만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윗일(공무)을 하시는 분들한테 가면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것과 견주어 볼 때 말입니다. 갖가지 축제, 페스티벌도 많던데 그지스러기돈만 있어도 우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겹 [뜻] 한데 마구 섞여 뒤범벅이 됨[보기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들어갔을 때는 먼저 온 아이들로어겹이 져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잔치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잔치에 가서 함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잔치 앞날 자리를 펼치는 데 도움을 달라고 해서 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와서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보이지 않는 움직임들이 잔치를 빛나게 하는 것이겠지요. 다음 날 아이들이 겪배움(체험)을 하는 데 도움을 주러 나갔습니다. 지난해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길이 막혔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나가서 그런지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능을 두고 나섰기에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때가 가까워지자 수레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때 맞춰 온 아이가 한 손으로 꼽고도 남을 만큼 적었지요. 아이들을 다 모아서 들어가려고 했던 생각을 접고 먼저 온 아이들을 들여 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들어갔을 때는 먼저 온 아이들로어겹이 져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경남 곳곳에서 같이 모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참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 [오늘 토박이말] 설맞다 [뜻] 1)총알이나 화살 따위가 제대로 맞지 않다.[보기월] 설맞기라도했으면 목숨은 건졌을 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왜 이렇게 궂은 기별이 많은 것일까요?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버린 배움이, 일을 가다가 문에 끼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간 젊은이,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잡으러 나섰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습니다.설맞기라도했으면 목숨은 건졌을 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하나같이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살릴 수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왜 이렇게 일이 터진 뒤에서야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르지만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 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모습을 여러 곳에서 자주 본다는 게 더 걱정스럽습니다. 가을 더위라는 말을 듣는 요즘입니다. 더위하고는 멀어졌어야 할 가을에 더위 이야기를 하는 것과 온 나라 가운데 열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