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물없다[뜻] 서로 아주 사이가 좋아서 낯(체면)을 차리거나 조심할 것이 없다.[보기월] 하지만 나는 허물없이 한다고 한 것이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습니다. 철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살기 바빠서 또는 살기 힘들어서 못 느끼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져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제 돌아가신 분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하루를 사는 뜻을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마다 짊어진 삶 무게가 무거워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습니다. 내가 힘드니까 둘레에 있는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을 해서 마음을 할퀴기도 하고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 힘든 사람들을 도와 주어야 하는데 그럴 사람도, 힘도 없어서 더 안타깝습니다.어떻게 보면 모든 게 저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를 사랑하지 못 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저마다 새롭게 주어진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알차게 보내면 좋을 텐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푸냥하다[뜻] 생김새가 좀 두툼하다[보기월] 한 눈에 봐도 새끼를 뱄거나 많이 먹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푸냥하게 보였습니다. 배곳 둘레 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꼬까옷으로 갈아입어서 참 예쁩니다. 높은 뫼에 첫눈이 오고 얼음이 얼었다는 기별을 나무들도 들었나 봅니다. 잎들을 하나 둘 떨어뜨리더니 이제 나뭇잎이 없는 잔가지도 보입니다. 겨울 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안에 있는 꽃동이 꽃도 잎 빛깔이 달라지고 마른 잎이 더 많이 보이는 듯 합니다. 두 달마다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먼저 잡힌 일이 있어서 가지 못 해서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저 말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더 그랬습니다. 일부러 안 간 게 아니니 널리 헤아려 주실 거라 믿습니다. 해가 짧아져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깜깜했습니다. 수레에 불을 켜고 왔는데 마을 앞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얼룩 무늬라서 눈에 잘 띄어서 고양이를 보고 멈추개를 밟았습니다. 여느 길고양이들은 사람이나 수레를 보면 재빨리 도망을 가서 몸을 숨기는데 그 고양이는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새끼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퉁어리적다 [뜻]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가볍게) 움직이는 데가 있다.[보기월] 너댓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어쩌면 그리 퉁어리적은지 놀라웠습니다.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올 때 서늘해서 불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맨발로 방바닥을 디디면 차갑게 느껴지고 발이 시리다는 사람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 낮부터 나아질 거라고 했는데 나아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아침에 서두르지 않으려고 집에서 능을 두고 나서는데 어떤 날은 비슷한 때인데도 수레가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습니다. 배곳에 오는 길이 멀지 않지만 많은 수레들을 만나며 오지요. 오늘은 얼마나 바쁜지 옆도 안 보고 들어온 수레 때문에 여러 사람이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골목에서 나오면서 얼마나 빨리 나오던지 부딪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스로 비켜서 멈추었습니다. 저도 뒤에서 그걸 보고 빨리 멈추개를 밟아서 섰구요. 그렇게 해 놓고 미안하단 인사도 없이 빠져 나가는 걸 보고 또 다시 놀라야했습니다.너댓살 먹는 애도 아니고 어쩌면 그리 퉁어리적은지 놀라웠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말하거나 움직이기 앞에 반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치닫다[뜻]2)(일이 어떤 쪽으로)힘차게 내닫다.[보기월]토박이말 놀배움이 이렇게 좋은 쪽으로 치달아 온 겨레 사람들과 함께하는 날이 얼른 오지 싶습니다.온 누리 으뜸 글자 한글날온 나라 사람 잔치 곳곳에잔칫날 사람들은 어디로?가람과 뫼로 들로 바다로?어진 임금님 백성 사랑슬기롭고 뛰어난 글자 자랑되새기고 기리는 마음아니 많아 안타까워한글 바탕 우리말 어머니토박이말 놀배움이좋은 쪽으로 치달아온 겨레와 함께하리 569돌 한글날을 맞아 온 나라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가 열렸습니다. 갖가지 기별을 보고 들으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온 누리 글자들 가운데 가장 으뜸 글자인 한글을 기리는 날, 한글 잔칫날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냥 하루 노는 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놀러 다니는 우리들을 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 수 없어 하는 말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어떻게 여기며 사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 가슴 아팠습니다.글을 몰라 느낌, 생각, 뜻을 드러내고 펼치지 못하는 백성들을 사랑하신 임금님 마음을 기리고 많은 사람들이 슬기롭고 뛰어난 글자라고 추어올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잠투정[뜻] 어린아이가 잠을 자려고 할 때나 잠이 깨었을 떼를 쓰며 우는 짓[보기월] 한동안 구경을 잘 다녔는데 애가 갑자기 울어서 보니 잠이 와 잠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에서 열리는 불빛 잔치에 구경을 못 간 아이들이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어린 조카들과 함께 마실 가는 것 삼아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 애가 있어서 될 수 있으면 가까이까지 갈 생각으로 수레를 몰고 갔는데 수레를 댈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빙빙 돌기도 했습니다.올해부터 돈을 받기로 해서 말도 많고, 이레끝도 아니라서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나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냇물에 띄워 놓은 것들보다 안에 있는 것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알록달록 갖가지 빛깔을 보고 애들이 가장 좋아하더군요. 푹신한 수레에 앉았지만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는 구경을 한다고 볼 수가 없었지요.한동안 구경을 잘 다녔는데 애가 갑자기 울어서 보니 잠이 와 잠투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애 엄마가 안았다가 업으니 바로 잠이 드는 걸 보고 잠투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조금 울고 잠을 자 주니 애 엄마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악지[뜻] 잘되지 않는 일을 해내려고 굳게 버팀(해내려는 고집)[보기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뭐든 하려는 쪽으로 악지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서늘해지는 날씨는 깊어가는 가을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아침에 가자마자 열었던 바로 옆 창문은 이제 열지 않고 그 앞에 있는 것을 연답니다. 바로 맞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낮에는 땀이 날만큼 더우니 저는 아직 짧은 옷을 안에 입고 나갑니다.그런데 소매 긴 옷을 입고 와서 뛰어 다니다 들어온 아이들이 바람틀을 돌리면 저와 다른 아이들은 추워서 애를 먹습니다. 바람막이를 입고 온 아이들이 덥다고 벗어 놓고는 찾지 않는 옷들이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제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제 몬(물건)도 잘 간수하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 주어야 하겠습니다.아이들도 가을을 타는지 여느 때보다 더 어수선해서 배움을 돕고 이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기 싫어 하는 사람 몇이서 하고 싶은 여럿을 이기는 것을 보면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뭐든 하려는 쪽으로 악지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살바람[뜻]1)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보기월]새벽에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서 잠을 깼답니다.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 보람(상)과 선물을 줬습니다. 많은 배움이들이 보람과 함께 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좋았을 것입니다. 이러면서 아이들 마음 한 쪽에 토박이말이 자리하게 되면 더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낮과 밤이 많이 달라서 고뿔에 걸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잠이 들기 앞에는 문을 조금 열어 두고 잤습니다. 새벽에는 살바람이라고 하긴 그래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워 잠을 깼답니다. 얼른 문을 닫고 잠이 들었는데 이불 속이 따듯하니 좋았습니다. 한글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글과 아랑곳한 기별들이 많이 보입니다. 곳곳에서 여러 가지 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참고을 진주에서도 진주시의 도움으로 한글학회 진주지회와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 뽑기'와 학술발표회를 하고, 두류한국어교육학회에서도 학술발표회를 한답니다. 무엇보다 진주교육지원청에서는 그동안 배우고 익힌 토박이말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허릿매 [뜻]가느스름하고 날씬한 허리 맵시[보기월]그렇게 하루 땀을 흘렸다고 허릿매가 나오기야 했겠습니까? 참 오랜만에 뫼에 올랐습니다. 혼자였으면 그렇게 나서지도 못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가기로 다짐을 한 뒤라 부랴부랴 서둘러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갔습니다. 다들 와 있어서 제가 가자마자 떠날 수가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살사리꽃 잔치가 열리는 곳을 지나가면서 흐드러지게 핀 살사리꽃 구경을 실컷 하기도 했습니다.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아서 꽃멀미에 사람멀미까지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갔던 곳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는 피아골이었는데 아직 좀 일러서 그런지 잎이 울긋불긋 바뀐 건 드물었습니다. 꼬까잎(단풍)이 한창일 때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발 디딜 곳이 없다는데 그날은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가면서 물소리 바람소리에 힘든 줄 모르고 올랐습니다. 땀이 나고 숨이 조금 차는 걸 느끼면서 뫼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습니다.지난 이레 아는 아우가 뫼에 오르고 와서는 배에 기름을 좀 뺐다며 자랑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루 땀을 흘렸다고 허릿
배달말지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포집다[뜻]2)그릇을 포개어 놓다.[보기월]아침부터 쓴 것들을 포집어 놓은 그릇 키가 한 자는 되지 싶었습니다. 어제 집을 나설 때만큼 비가 내리면 큰물이 나가겠다 싶었는데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뒷낮이 된 뒤에도 쉬지 않고 비는 내렸습니다. 아침에 비를 맞으며 공을 차던 아이들이 낮밥을 먹고도 그러고 있었습니다. 공을 차고 싶은 아이들 마음은 비도 꺾지를 못했나 봅니다. 아이들 마음 자리를 오르내리는 요즘 적잖이 멀미를 하곤 합니다. 뻔히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 딱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기운이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깊이 숨을 들이 쉬었다 내 쉬면서 마음을 다스립니다.저녁에 있었던 배움자리는 힘이 들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앞낮에는 아이들과 뒷낮에는 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모임과 안친 일을 하느라 쉬지 않고 달렸기 때문에 몸은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제 말씀을 들으신 분들이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를 알아 듣기 쉽게 잘 풀어줘서 좋다고 하시니 기운이 났습니다. 제가 드린 도움 보다 받은 기운이 더 많았다고 할까요?^^ 마치고 돌아와 보니 설거지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츱츱하다[뜻] 너절하고 살필 줄 몰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다.[보기월] 어른들이 보기에는 츱츱하다 싶어도 나이가 들면제 구실하며 잘 살 테니믿고 기다려야지요.비가 올 거라는 기별에 맞춘 낮은 하늘과 선선함이 함께한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날보다 더 차가운 집안 기운에 더 서늘하게 느껴져 바람막이 긴 소매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이 지은 일이었습니다. 얼른 풀치기는 어렵지 싶습니다.한가위를 보내며 나흘을 이어서 쉬고 온 아이들은 쉬고 싶다며 졸라댔지만 마음으로만 받아주었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도움 손길이 꼭 있어야 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더 힘이 들었습니다. 몸과 입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달래기도 하고 다른 갈침이 손을 빌리기도 하면서 어렵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막말에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를 보고 옆에 있는 아이들도 고개를 저을 때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츱츱하다 싶어도 다 나이가 들면 제 구실하며 잘 살 테니 믿고 기다려 줘야지요. 그럴 때니까요.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바빠지기도 합니다. 토박이말바라기 갈침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