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허룩하다[뜻] 줄거나 없어져 적다[보기월] 뭐가 들기는 했나 싶을 만큼 허룩한 가방을 메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오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몇 날 동안 쪽빛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기분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구요. 누리어울림터에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하얀 구름을 담은 찍그림도 많이 보여 주시고, 바람에 살랑거리는 살사리꽃 움직그림을 올려 주셔서 가만히 앉아서 가을 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옅은 구름에 가려 파란 하늘이 좁아졌니다. 아침에는 어제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뭐가 들기는 했나 싶을 만큼 허룩한 가방을 메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오는 아이도 보였습니다. 왜 그런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배곳 곳곳에서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를 한다고 떠들썩합니다. 끼리끼리 모여서 토박이말 맞히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토박이말을 익히느라 힘이 든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놀이처럼 하지 않고 일처럼 공부처럼 하려고 하니 그렇지 않나 싶었습니다. 좀 더디더라도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다 같이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펀더기[뜻] 넓은 들[보기월] 어릴 때부터 듣던 '뒤뻔더'가 '뒤펀더기'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날씨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새삼 놀라게 됩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어제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긴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낮이 되어도 덥다고 하지 않는 건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렇게 낮과 밤이 크게 다르니 고뿔이 걸리기 쉽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는 철이 바뀌는 걸 알려 주는 사람이 있어서 눈과 귀 아니 온몸으로 느끼며 지냅니다. 재채기와 코를 푸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구겨진 얼굴까지 다 보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걸 느낍니다.열흘 동안 덧낫집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드디어 집으로 가시는 날입니다. 다른 사람 도움이 없이도 움직일 수가 있고 아픔도 많이 가셨다며 살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아직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시고 앉았다 일어나시기가 힘들다고 하시는데 혼자 계실 수 있을지 걱정은 됩니다.어제도 일을 마치고 저녁 드시는 걸 봐 드리러 갔었는데 낮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누가 다녀 간 이야기, 볼 일 보신 셈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퉁구리[뜻] 어느 만큼의 크기로 묶거나 사리어 감거나 싼 덩어리[보기월] 그렇게 갈고 닦는 데 들인 때새를 모아 묶을 수 있다면 몇 퉁구리가 될지 모릅니다. 건들장마가 깨끗하게 가셔 준 파란 하늘을 보고 많은 분들이 기분이 좋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바람까지 건들건들 불어서 시원했습니다. 이른 아침 바람을 쐰 사람들은 소매 긴 옷을 입고 나선 걸 봤습니다. 저는 아직은 짧은 옷이 시원하고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내가 하면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남들이 먹어 보고 맛있다는 맛집에 갔는데 그리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것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좋다고 날마다 올리는 글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려 놓은 것들 가운데 제게 쓸모 있다고 느껴지는 게 많지 않습니다.어쩌다 좋아 보여서 아이들과 나눠 보면 올린 분이 말한 것처럼 그리 잘 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많은 분들에게 좋다는 말을 듣는 감을 만들어 올리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일을 마치고 밤에 함께 일하는 아우가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추스르다 [뜻] 1)몸을 가누어 움직이다[보기월] 어제 아버지께서는 이레만에 몸을 추스르시고 혼자 걸으셨습니다. 구름에 가렸다 나오는 해처럼 삶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기분처럼 몸도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나빴다가 좋아지기도 합니다. 지난 이레 밝날 덧낫집에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신다는 걸 눈으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엿새 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걸음을 걸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파하셨지요. 어제 아버지께서는 이레만에 몸을 추르스시고 혼자 걸으셨습니다. 첫 걸음마를 하는 아기를 본 듯이 둘레에서 보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해 주었습니다.그동안 다들 힘이 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못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들은 뒤 많이 반가워 했습니다. 사는 곳이 가까우면 좀 더 나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여느 사람 같으면 나가야 할 만큼 좋아지셨지만 아직 마음대로 걸음을 떼지 못하셔서 몇 날 더 있기로 했습니다.그 바람에 저도 집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자 보면 집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됩니다. 마치 나라 밖에 가 보고서 나라 안에 사는 게 얼마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잔재비 [뜻] 1)자질구레한 일을 아주 잘하는 손재주[보기월] 제가 잔재비가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테지만 그런 탓을 한들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건들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가 오다가 그치고 반짝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그러기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처럼 쏟아지기도 해서 슈룹(우산)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비를 맞고 가기도 하고 비그이를 하느라 멍하니 서 있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이레끝 쉴 겨를도 없이 일이 있었습니다. 엿날에는 배움자리에 가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쉬거나 놀러 가는 이레끝에 배움에 뜻을 두고 모인 분들을 뵐 때마다 우러러보입니다. 그렇게 얻게 될 열매를 가지고 또 다른 일을 짜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지멸있게 사는 걸 보면 느끼는 게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집안마다 한가위를 앞두고 풀베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레끝에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우리 집안은 어제 모여서 했습니다. 엿날 저녁 때부터 내린 비가 새벽까지 쉬지 않고 내려서 걱정을 좀 했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산말 [뜻] 살아있는 말, 실감나도록 알맞게 나타낸 말을 이른다.[보기월] 알게 모르게 잊혀져 버린 토박이말이 우리 아이들한테는 산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어오는 건들바람을 맞으면서도 건들바람이라 하지 못하고, 건들장마를 겪으면서도 그리 부르지 못하게 된 우리들입니다.코스모스'는 알지만 살사리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내가 아니 나부터 나서지 않으면 달라질 수가 없으니까요. 내가 가진 것을 내 놓고 내가 이루고 얻은 것을 내어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가지고 얻기까지 들인 땀과 때새는 쉽게 잊어버리는가 봅니다. 나와 같지 않은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을 돕겠다면서도 다 나와 같은 줄로만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아이와 어른들이 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요. 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빠서 앞을 내다 볼, 아이들을 생각해 줄 겨를이 없는 어른들입니다. 모든 것을 돈벌이와 이어서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다 아이들을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해죽거리다 [뜻] 마음에 들어서 또는 마음에 드는 듯이 귀엽게 살짝 자꾸 웃다.=해죽대다[보기월]그 렇게 늘 해죽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살면 참 좋겠습니다. 어제 해는 나지 않았지만 낮에는 좀 더웠습니다. 찬바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참았습니다. 바람틀을 돌려 놓고 아이들을 달래야 했구요.배움쉼 동안 시집(?)을 보냈던 꽃동이(화분)을 찾아 가라는 기별을 받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이름을 적어 붙여 놓았었기 때문에 얼른 찾을 거라고 생각하고 갔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못 찾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겨우 하나를 찾았지만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와서 이름을 보지 않고 그냥 가져갔지 싶었습니다. 얻어서 키운 것도 있지만, 제가 산 것도 있고 그 동안 제 손길이 많이 간 것들이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얼른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새배때(신학기)가 되면 자리를 바꾸기로 아이들과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뜸(반)씩 새로 모둠을 만들고 있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 마음에 들도록 모둠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퍼더버리다 [뜻] 힘을 빼고 죽 뻗어 아무렇게나 기대어 앉거나 눕다.[보기월]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퍼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잠을 푹 자야 튼튼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어른들 옛말씀이 하나 그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고수련 하느라 덧낫집 나즈막한 판 위에서 사흘 잠을 잤는데 몸이 말을 합니다. 잠이 모자라다고 말입니다. 어제도 거기서 잠을 자고 왔는데 아침부터 하품이 쉬지 않고 나왔습니다. 토박이말 맛보기 글을 써 올리고 나니 나른하기까지 해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이 올 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눈이 자꾸 감겼습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퍼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곧 와서 인사를 하다보니 잠은 절로 깨더라구요. 배움열기 첫날이라 그런지 아이들 가운데 첫 때새부터 하품을 해 대는 걸 보며 저도 그런 아이들과 다름없다 싶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참일 어제까지만 해도 아직 잠을 자고 있었을 아이들이 많았을 테니 말입니다. 늘 글을 올리는 곳에서 기별이 온 것도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툭툭하다 [뜻] 국물이 바특하여 묽지 않다.[보기월] 콩나물국밥 국물이 툭툭하고 아주 맛이 있었습니다.어제까지는 들가을달(8월)이었는데 오늘부터는 온가을달(9월)입니다.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라 어제 아침부터 아주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아버지 곁에서 고수련을 하느라 푹 못 잤지만 아침 드시는 것을 보고 온 것 치고는 늦지 않게 배곳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배움방 가심을 먼저 하셨는데 저는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를 어떻게 꾸릴까 생각하는 데 때새를 들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려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나와야 했지요. 그래도 아이들이 왔을 때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게 하려고 이것저것 치울 것은 치우고 버릴 것은 버렸습니다. 책상과 걸상 줄을 맞추고 나니 가심한 티가 났습니다. 낮동안 아버지 곁에 있었던 누나와 겨끔내기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마음은 더 바쁜데 길은 하릴없이 막혔습니다. 제가 잡고 간 길에 왜 그리 수레는 많던지요.얼른 올려고 둘러서 왔는데 보람이 없었습니다. 저녁을 드시는 걸 봐 드리고 우리도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덧낫집 둘레에 있는 밥집이 많긴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한국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추기다 [뜻] 다른 사람을 꾀어서 무엇을 하도록 하거나 돋우어 주다.[보기월] 토박이말 놀배움을 추기는 일을 함께해 줄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나 어제부터 덧낫집(병원)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발이 마뜩잖아지셔서 바삐 모시고 나왔습니다. 쉬는 날인데도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아픈 사람, 다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고 그 가운데 어떤 분은 하늘 나라로 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갈리는 그곳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앞낮에 가서 피를 뽑고, 여기저기를 찍고 했는데 늦은 밤이 되도록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어서 참 답답했습니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서 아픈 사람 그리고 고수련하는 사람을 생각해 주는 마음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더 살펴야 할 사람과 덧낫방(병실)으로 가야 할 사람을 가려서 보내고 받는 일까지 길잡아 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어려움을 줄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오늘은 배움쉼을 마치고 오는 아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러 나왔습니다. 배움방 가심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할 갈배움을 짜는 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