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빗먹다 [뜻] 무엇을 벨 때 칼이나 톱이 먹줄을 매긴 대로 나가지 않고 비뚤어지게 잘못 들어가다.[보기월] 나무를 벨 때 톱이빗먹으면힘이 더 들듯이 일도 짜 놓은 대로 되지 않으면 힘이 많이 듭니다. 큰일을 울력해서 잘 마쳤습니다. 함께한 동무들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모두가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서 주어서 어려움 없이 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앞장서서 일한 동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톱질이나 칼질을 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입니다. 톱이 빗먹을 때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그리고 칼이 빗먹어서 손을 베인 적도 있을 것입니다.나무를 벨 때 톱이빗먹으면힘이 더 들듯이 일도 짜 놓은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힘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일을 잘 짰을 뿐만 아니라 짜 놓은 대로 일을 차근차근 잘 챙겼기 때문에 여느 해보다 더 잘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배움을 마치고 헤어진 지 스무 해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을 보며 다들 기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마다 나이가 남긴 자국들을 마주하며 나달이 참 많이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갈침이(교사)가 되도록 이끌어 주신 스승님들을 모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빕더서다 [뜻] 1)다짐(약속)을 어기고 돌아서다.[보기월] 일부러빕더서는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걸립니다.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던 봄을 오늘은 찾을 수 있으려니 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해는 구름 뒤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울마당을 하기에는 괜찮겠다 싶었는데 집에서 나설 무렵 환한 해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뒷낮에는 봄다운 봄을 만날 수 있겠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놀배움 동아리 첫모임을 했습니다. 미리 모일 때를 알려 드리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이어져 못 해드린 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다들 바쁘신데도 겨를을 내어 자리를 함께해 주신 분들께 참으로 고맙습니다. 모임에서는 토박이말 이름을 짓는 데 슬기를 모았습니다. 이름으로 쓸만한 토박이말들을 살펴보면서 뜻이 좋거나 소리결이 좋은 말들 가운데 고르기로 했지요. 이름을 지은 분도 있고, 조금 더 좋은 이름을 생각해서 다음 모임에서 나누기로 했습니다. 모임 끝에는 제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토박이말 놀배움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어려운 갈말(학술용어)을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알려 주기도 하고 새로운 말을 만들기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쌔다 [뜻] 1)어떤 일에 마음이 끌리거나 있으면서도 겉으로 안 그런 체하다.[보기월] 비쌔는건지 아닌지는 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여기저기서 봄을 찾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넣었던 겨울옷을 꺼내 입고 오는 사람도 있고 예쁜 봄옷을 입고 와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도 봅니다. 아침에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땅을 덮은 벚꽃잎들이 앞서 지나가는 수레를 따라가며 날리 듯 달리는 걸 보면서 배곳으로 왔습니다. 열흘 넘기는 꽃이 없다는 말도 생각나고, 벌나비들과 제대로 어울려 보지도 못하고 비와 함께 찾아온 추위에 떨어져 버린 꽃잎들을 보면서 짧으나마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던 그 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는 하늘을 구름이 가린 탓도 있었지만 여느 날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두고 간 옷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걱정할 만큼 배곳 안은 더 썰렁했습니다. 창문을 열기가 싫었지만 꽃동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마시게 해 주려고 열었다가 얼른 닫았습니다. 맑은 공기와 따뜻함 가운데 따뜻함을 골랐지요. 오늘은 옅은 구름을 뚫고 해가 좀 보입니다. 어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발 [뜻] 살림을 하거나 일을 하는 데 드는 돈=비용[보기월] 더 넗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려면 토박이말 갈배움비발도 넉넉하게 있어야 할 것입니다.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 글에서 제 속마음이 살짝 드러났었나 봅니다. 글을 읽고 걱정을 해 주시고 기운 나는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숨김없이 말해서 기운이 빠졌던 것은 아니고 왠지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었던 거라고 할까요? 참일 어제는 저한테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기쁨의 손뼉과 함께 말로 그림으로 선물을 보내 주신 분들이 많아서 더 기분 좋은 날이었지요.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반가운 손님(?)과 함께 낮밤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셔야 할 분이 곁에 안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마음껏 기뻐할 수가 없어서 아침부터 기분이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뒷낮에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마련한 토박이말 갈배움을 잘 해보려고 모인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과 생각들을 나눠 주셔서 앞으로 토박이말 갈배움이 더욱 넓게 퍼져갈 거라는 굳은 믿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라리 [뜻] 많은 말을 해 가며 남에게 무엇을 바라는 일[보기월] 토박이말이 잘 되는 일이라면비라리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여러 곳에서 '봄장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늘까지 오는 곳이 있을 거라고 하고 이틀 쉬었다가 또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가뭄'에 걱정이 많다고 했었는데 이제 그 말은 쏙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봄꽃들이 마음껏 뽐을 내지 못하고 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사람 마음이 잘 바뀐다고 하지만 제 한테 도움이 된다 싶으지 않은 일에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도 틀림없이 맞는 말이구요. 어제 오늘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고 제가 하는 일이 되어 가는 게 딱 그러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토박이말을 생각하면서 토박이말이 잘 살게하려고 힘을 써 왔고 아직도 터울거리고 있습니다.토박이말이 잘 되는 일이라면비라리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보람으로 많은 열매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박이말을 더 많은 사람들 삶 속으로 들어가게 하고 싶은데, 한 켜 더 높은 곳으로 옮겨 놓고 싶은데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각 [뜻] 물과 불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맞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상극[보기월] 그래서 사람 사이도비각이 있다고들 하지만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봄장마'라고 할 만큼 여러 날동안 흐리고 비가 내린 것 같습니다. 하루 빠꼼한 날이 있었지만 느낌에는 이어서 비가 온 것처럼 느껴지지 그런 말이 나오나 봅니다. 엊그제 분 갑작바람(돌풍)에 쓰러진 나무와 집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분 밭에 쳐 놓은 천막도 바람에 거의 쓰러져 있었다고 하니 바람이 얼마나 셌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새벽에 잠들 무렵에 바람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렇게 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게 갑작바람이 불 거라는 기별이 있었다고 하니 더 놀라웠습니다. 이레끝에 가야 할 곳도 여러 군데여서 만남과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나 다 하지를 못했습니다. 저를 기다렸던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다른 까닭이 있었지만 둘레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살다보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만나지도 않으려는 사람
[한국문화신문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대다 [뜻] 남의 이름을 빌려서 대다[보기월] 잘못을 하고 아우 이름을비댄사람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틀 해를 못 보니 우울해진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날씨도 썰렁하고 비까지 내리니 기분이 그런가 봅니다. 어제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아서 비받이(우산)를 들고 오지 않은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가기도 하고 비받이를 들고 마중을 나온 어버이도 계셨습니다. 저도 먼저 갖다 놓은 게 있어서 쓰고 갈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는 구름 사이로 살짝 해를 봤는데 다시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여섯 뜸(반)의 배움을 돕다 보니 아직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배움 채비가 덜 된 아이 이름을 적을라치면 동무 이름을비대는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면 옆에서 바로 알려 줘서 속아 넘어가지는 않지만 두벌일을 하기도 합니다.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웃을려고 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웃고 넘긴답니다. 책을 빌릴 때 동무 이름비대고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더한 이야기도 있더군요. 잘못을 하고 아우 이름을비댄사람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의 이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거스렁이 [뜻]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나타남꼴(현상)[보기월] 비거스렁이를 하는 날씨 탓에 밖에서 좀 떨긴 했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비가 갤 거라고 하더니 저녁 때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부터 궂은 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뒤라서 그런지 더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 왔다갔다 바쁘게 오가면서도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기도 했지요. 만날 곳을 못 잡는 바람에 먼저 가서 그들을 기다렸습니다.비거스렁이를 하는 날씨 탓에 밖에서 좀 떨긴 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따뜻한 만남이 서늘함을 쫓아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꾸어 오던 또 하나의 작은 꿈을 이루게 될지 모르는 자리였으니 더더욱 기쁜 자리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곳에서 같은 일에 뜻을 두고 힘과 슬기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뜻깊은 일입니다. 이제 함께 가는 길이 즐겁고 재미있도록 길을 잘 잡는 일만 생각해야겠습니다. 모두의 손에 놀배움 열매가 가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마음을 바다와 같이 넓게 먹자. 바다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바다는 퐁 소리와 함께 그 돌을 가라앉혀 버리지만 물그룻에 그 돌멩이를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그이 [뜻] 비를 맞지 않으려고 짧은 동안 몸을 옮겨서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보기월]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가던 아이가 비그이를 하는 것도 보였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밤새 잠을 잘 못 잤습니다. 하지만 배곳에 가야 된다는 생각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는데 수레를 몰 수 없을 만큼 식은 땀이 나고 속이 매스끄웠습니다. 아무래도 덧이 났다 싶어서 수레를 돌렸습니다. 게운 뒤에도 속은 마뜩잖았고 머리도 아팠습니다. 제가 아픈 바람에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해 드려서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몸이 아픈 뒤에야 아프지 않을 때의 고마움을 느끼는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나으려고 이것저것 챙겨 먹고 살만하다 싶어서 일어나 움직였습니다.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받이(우산)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어가던 아이가 비그이를 하는 것도 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챙겨 갔는데 그 아이는 아마 깜빡했거나 비가 올 거라는 기별을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가 아니라서 좀 나아 보였지만 곧 그칠 비가 아니라서 안쓰러웠습니다. 제 몸처럼
[한국문화신문 = 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끄러매다 [뜻] 2)제멋대로 하지 못하게 붙잡아 놓다(강제로 통제하다)[보기월]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비끄러매어놓아야 한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긴 합니다. 하루 봄볕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했던가요? 제가 엊그제 곧 터질 것만 같다고 했던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나무들도 이제 하루나 이틀이면 다 피지 싶을만큼 꽃봉오리를 맺고 있더군요. 예쁜 꽃을 구경하는 사람들, 꽃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저도 아이들과 함께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조금 서늘할 것 같아 입고 간 윗도리는 나가자마자 벗어서 허리에 둘러야 했습니다. 발수레가 작아서 못마땅했던 딸아이가 발수레를 빌려서 타는 바람에 타는 게 설어서 잡아 주느라 땀을 좀 뺐습니다. 신나게 봄바람을 쐬며 달리지는 못 했지만 또 하나 돌이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서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만나려고 해도 만나기 쉽지 않던 사람도 만나고 끼리끼리 어울려서 놀러 나온 사람들의 밝은 얼굴을 보며 삶의 기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동무들끼리 발수레를 타고 온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발수레로 갖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