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 신문에는 삼성화재의 광고가 올랐습니다. 제목부터가 <이 꽃병에선 모든 꽃말이 ‘안심’>이라며 우리말 광고를 해 신선했습니다. 이 꽃병은 평소에는 장식용이 되었다가 불이 났을 때 던져서 불을 끄는 소화용구입니다. 대기업이 이렇게 우리말 광고를 할 수 있음에 기쁘기도 했지요. 다만 광고는 2%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꽃병소화기 이름을 “Firevase”라고 영어로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꽃병 이름까지 예쁜 우리말로 지었더라면 얼마나 훌륭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곽재우와 정기룡 장군은 의병 3,000명과 관군 500명, 도합 3,500명을 규합하여 부산 함락에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진해에 머물다가 동래성 십리 밖으로 진영을 옮겼다. 그리고 동래성을 점령하고 있는 아사노 요시나가의 행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통제사의 함대가 부산을 공격하게 된다면 반드시 아사노의 육군은 부산을 지원하기 위해서 군사를 이원화 하게 될 것이고, 그때가 우리의 공격 시점이 된다.” “그런데......아직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정기룡 장군은 탐문에 나섰던 척후병들의 보고를 받고 곽재우에게 의논했다. 지금쯤이면 부산으로 향했던 이순신 함대가 항구를 쑥밭으로 포격해야 하는 것이고 동래의 아사노 부대가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잠잠했다. “통제사의 함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실합니다." “이번에는 세자 저하도 승선하셨다고 들었소.” 정기룡의 표정이 불안하게 변하였다. “전령을 통하여 진린의 곳간을 성공적으로 털었다는 소식과 바로 부산으로 출항 한다고 하였는데......어쩌면 좋습니까?” 곽재우도 경험이 풍부한 의병장이었으나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일본 본토를 공격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를 기다리며 김상아 내가 기다리는 그는 벙거지 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모직코트에 겨자 색 조끼를 받쳐 입었으며 낡은 청바지에 갈색 부츠를 신었을 것이다 산골 출신답게 되바라지지 않았으며 책을 사랑하여 그윽한 눈빛을 지녔을 것이다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바람도 잠시 멈추고 듣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때론 로드 맥퀸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심오한 표정으로 듣기도 하지만 김정호의 “님”을 들으면 눈시울을 적실만큼 아픈 사연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기다렸다오 우리 여기서는 처음이지만 깊은 인연이야 별 몇 개가 사라질 만큼 오랜 것이라오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살았느냐 묻지 않겠지 개울가를 뒤 덮은 하얀 들찔레 모래톱의 벌거숭이 아이들 동그랗게 닳은 조약돌 뒤뜰의 감나무 단풍 눈 내린 달밤의 부엉이 소리 그리고 그리고 음악 그래, 이거면 됐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과 준사는 동시에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래......똥을 삼키는 표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구루시마 미치후사. 일본 함대의 수장이 건장한 무사 네 명이 메고 있는 간이의자에 황금색 보료를 깔고 의연한 태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어둠에 잠긴 관선의 선실에서 그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김충선과 준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세상에......?” 구루시마의 뒤로 화승총을 겨냥한 병사 10명과 궁수와 창병이 각기 10명, 도합 30여 명이 넘는 병사들이 꾸역꾸역 밀려 나왔다. 그들은 삽시간에 김충선과 준사를 포위 하였다. “네 놈의 계략이 보통이 아니어서......내가 그 점을 역이용했다.” 구루시마가 차갑게 웃었다. 김충선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당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업고 있는 준사만 아니라면 그래도 어떤 몸부림을 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날 포기해라. 넌 진작 그래야 했어.” 준사의 속삭임이 절망적으로 들려왔다. 김충선은 상대방을 너무 호락호락하게 본 것이 실수임을 깨달았다. 구루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김충선은 몸을 돌려 도주하는 수색병 등을 왜병이 떨어뜨린 창으로 던져서 그대로 꿰뚫었다. “아악.....” 가덕도 숲에서 절망적인 비명이 연신 터져 나왔다. 김충선은 다시 준사를 업고는 다른 방향으로 죽어라 달렸다. 이어서 김충선은 야음을 틈타서 가덕도 해안의 구루시마 진영으로 오히려 내려왔다. 꼬박 하루 동안을 가덕도의 야산에 몸을 숨기고 이리저리 은폐 장소를 옮겨가며 왜적의 수색을 피해 다녔던 것이다. 그는 두 다리를 잃은 준사를 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랐다. ‘왜적이 가덕도의 산야를 누비고 있을 때 우린 오히려 적진의 심장부로 뛰어든다. 이것이 조선의 속담으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이다.’ 김충선은 준사와 더불어 해안을 기다가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준사는 상처가 소금물에 닿자 고통이 극심하였으나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역시 넌 인내 준사다! 예전부터 참는 데는 네가 최고였어.” 준사는 온 몸의 고통 속에서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랬던가?” “기억 나냐? 고구마를 굽기 위해 달구었던 돌을 가장 오래 들고 있는 사람이 고구마를 고를 우선권이 쥐어 졌을 때 항상 네가 일등 이였다. 넌 지독하게 참을성이 강한 놈 이였어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라고 하네만. 자네도 성명을 알려줘야지 공평하지 않겠나?” “공평한 것은 집안에 난장을 이루고 있으니 그만 틀렸소이다. 하지만 내 이름은 기억해 두시는 것이 좋겠소이다. 유진이라 하오.” “유진이라? 기억하기 어렵지는 않네만 이유를 물어도 좋겠나?” 유진은 매우 담담한 얼굴이었다. “우리 집안을 온통 뒤흔들었으니 내 이름으로 한번쯤은 강지평에게 교훈을 내려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강두명의 안색이 싸늘하게 변하였다. “어린 도령이 고약하구나.” “고약한 짓을 누가 먼저 벌렸소이까?” 강두명은 방자한 태도로 위협을 가하였다. “감찰기관의 임무를 방해 한다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유진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버님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응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기 바라오. 그것은 때로 국법보다도 두려운 방문이 될 것입니다. 아주 은밀하게.” 은밀한 두려움이란 어떤 것인가. 강두명의 뇌리에 명나라 사신 병부주사 사헌의 실종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서애 유성룡의 저택에 그의 종적은 없었다. 혹여 사헌은 이미 사망에 이른 것은 아닌지. 서야 유성룡에게 장형을 가한 죄목으로 그는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딸의 바다 슬픈 사람에게는 피어나는 꽃도 슬픈 법 이제 저 바다를 어찌 보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냐, 이미 정신을 잃었을 거야 크레인이 건져 올린 깡통을 따자 꽃망울 다섯 송이가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추웠을까 경찰 위에 검사 검사 위에 기자라더니 어느새 몰려와 사진을 찍고 촬영을 해대느라 단내가 난다 "강릉 해안도로 승용차 바다에 추락 탑승자 10대 다섯 명 전원 사망" 곱기도 했다 아가야 엄마 왔다 엄마다 눈 좀 떠봐 흐느끼는 어미를 어린 딸은 고운 침묵으로 맞았다 눈은 또 돌고래 눈처럼 어찌나 맑던지 "자, 확인절차 끝났습니다. 이제 장례식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 놈은 무슨 빽으로 저리도 무심할까 이게 꿈같은 생시인가 생시 같은 꿈 인가 이 꿈이 깨기를 바래야하나 깨지 말기를 바래야하나 꺼이꺼이 우는 녀석 앙앙 우는 계집아이 컥컥 쉰 소리 홀짝 홀짝 코울음 학생 손님만 칠백 명도 넘게 왔대 어린 것이 꽤 잘 살았네 칠백 명이면 뭐 하고 칠천 이면 뭐 하나 잘 살았으면 어떻고 못 살았으면 어떠랴 다 소용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푸라기 삼아 울음들과 함께 넣어 관 뚜껑을 닫았다 슬픈 사람에게는 빗소리가 오히려 다정한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그것은 거부하겠네.” 강두명의 눈초리가 세모꼴로 독 오른 독사처럼 번뜩였다. “계속 의심을 안고 가실 작정입니까?” “내가 아직은 조선의 재상 신분이네. 물론 임금님에게 사직 상소를 올려두긴 했지만 윤허(允許)를 받지 못했으니 영상의 몸이란 말일세. 일국의 재상이 이런 추잡한 사안에 응대하는 것은 체통의 문제일세. 이해하시게.” “만약 사직 상소가 오늘 밤이라도 받아들여진다면 그리 하시겠습니까? 순순히 사헌부의 압수 수색에 응하시겠느냐는 말씀입니다.” 서애 유성룡은 망설이지 않았다. “물론일세. 자네에게 그만한 배경이 존재 하는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군.” 사헌부 지평 강두명은 오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악귀처럼 이를 드러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소생을 까다로운 부류로 분류했어야 옳았소이다. 영상의 고매한 안목을 평소 존경해 왔었는데, 그건 헛소문에 불과 했군요.” 강두명은 기분 나쁘게 미소를 날리면서 가장 자리에 황금 칠을 한 갈색 두루마리를 장삼에서 꺼내어 영상의 코앞으로 내밀었다. “이것은......?” “읽어 보시오. 상감마마의 어지요.” - 영상과 함께 한 세월이 몇 해인지 아득하오. 평생을 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가 한국어판 《백범일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일이다.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사적지답사단 단원이 되면서 부터이니 어느새 올해로 10년째다. 그 이전에도 《백범일지》를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조직적으로, 구체적으로, 낱낱이 《백범일지》를 읽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다. 그렇게 시작한 《백범일지》공부는 2년 뒤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난의 27년 노정답사로 이어졌고 답사단은 《김구 따라 잡기》(2012. 옹기장이출판)라는 책으로 ‘백범일지 공부’를 마무리했던 적이 있다. 그것으로 끝난줄 알았던 《백범일지》와의 인연은 또 다른 곳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어지고 있다.얼마전 일본어판 《백범일지(白凡逸志)》(류의석 번역), 2019.3.8. 도서출판 하우)를 받아 든 것이 그것이다. 《백범일지》를 일본어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4년 전 《백범일지》의 일본어판 원고를 받아들었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일본어로 《백범일지》를 번역한 사람은 류의석(柳義錫:1933~2014) 선생이다. 나는 류의석 선생을 본 적이 없지만 대학 후배인 그의 딸, 류리수 박사(한국외대 강사)를 통해 우연한
[우리문화신문=고명주 작가] 하얗게 부서질지라도 파도였다고 바람에 실려 온 파도가 매섭다 멍든 가슴 때리고 또 때린다 때리고 부서지는 포말이 석양에 어린다. 바람에 밀려오는 것은 파도만이 아니다 파도처럼 밀려가는 인생도 들이친다 속절없이 부서지는 젊음도 떠나간다 포말로 남기고간 하얀 유서는 장엄하다 온몸 하얗게 부서질지라도 파도였다고 마지막 포말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더 큰 인생의 파도에 휩쓸렸을지라도 두 눈 감게 하고 저 곳에서 죽더라도 똑바로 서서 거친 파도와 맞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