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과인으로부터 버림받고자 했겠지.” 선조는 신음처럼 내뱉었다. “......?” 강두명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선조는 비분이 가득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영상은 과인을 떠났다. 그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로 이순신이다.” “네엣?” 선조의 장탄식에 대하여 강두명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서애 유성룡의 이상행동 끝에 존재하는 통제사 이순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조선의 명재상이라 불리던 서애 유성룡이 조선을 배신하려는 것이 아닐까. “사헌이 실종 되던 날, 김충선과 그 일당들이 서애의 저택을 방문하였음이 밀승들의 감찰 일지에 의해서 밝혀졌다.” 충격적인 보고가 밀승들에 의해서 접수된 것이다. 강두명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는 상황을 빠르게 유추해 내었다. “사헌의 실종에 영상이 관여되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밀승들은 사헌으로 추종되는 인물을 발견한 적은 없으나 김충선 일행이 커다란 자루를 메고 왔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야심한 시각에 어떤 사단이 발생하였는지는 밀승들 역시 모르고 있다. 그들은 인경과 더불어 감찰을 개시하고, 물러갔기 때문이다.” 임금의 설명으로 미루어 밀승들은 인경이 울리기 전까지는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꽤 오래전 일이다. 어린이 책을 전문으로 만드는 ‘상수리’라는 출판사 이름이 찍힌 명함을 건네며 나를 찾아 온 사람이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책을 만들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무렵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책인 《서간도에 들꽃 피다》 3권 작업을 마칠 때였다. (2019년 1월 10권 완간) 뜻은 아주 좋으나 어린이를 위한 책을 집필할 시간이 없어 정중히 사양하고 대신 어린이 책에 들어갈 여성독립운동가를 추천해주는 것으로 마무리한 적이있다. 그 뒤 오래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 쓴 글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곁들인 《나는 여성독립운동가입니다》 라는 책이 나에게 배달되었다. 2013년 2월의 일이다. 김일옥 작가가 쓰고 백금림 화가가 그린 책을 드는 순간 무척 설레고 기뻤다. 이 땅에 어린이를 위한 여성독립운동가 책의 등장은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할 일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을 하고도 전혀 사회의 조명을 받지 못한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일을 상수리 출판사에서 해냈구나 싶어 울컥 눈물이 났던 기억이 새롭다. 이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문화신문=고명주 작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선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럼, 사신이 지금 서애대감의 자택에 구금되어 있다는 말이냐?” “아직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주변을 탐문한 결과, 그 날, 야심한 시각에 여러 번의 비명이 영상의 저택에서 새어 나왔다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아마도 상감마마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강두명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선 왕 선조를 주시하였다. 왕은 여전히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가?” “소신에게는 설명해 주시옵소서. 상감마마께서 은밀히 이용하고 있는 비밀 승려들 말입니다.” 선조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머물렀다. “그들을 찾아내었느냐? 대단하구나. 대견스럽구나.” 명나라 사신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하여 김충선에게 혐의를 두고 추적하던 강두명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서애 유성룡의 저택을 돌아보던 중에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것은 수시로 승려들이 유성룡의 저택 주변을 왕래하며 감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승려들은 두 명씩 교대로 짝을 지어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강두명은 즉시 의금부 나졸들을 동원하여 그들을 포박하였다. “너희들의 배후를 대어라!” 승
[우리문화신문=김영환 교수] 인터넷에 한자도 우리 것이란 주장이 수없이 떠다닌다. 특히 한자교육추진 총연합회 누리집에서 이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기로 하자. 1. 동이족이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갑골문을 썼다는 은나라가 동이족에 속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알려진 갑골문은 분명히 중국어 어순을 보여준다.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다. 따라서 이 주장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조선에서 만든 글자가 있기는 하다. ‘沓, 乭’ 같은 글자가 있다. 전체 한자 수만 자 가운데 몇 자 뿐이다. 2. 오래 전부터 써 왔기에 우리 것과 다름없이 동화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훈독 현상이 광범위한 일본의 경우에는 이 말이 적절해 보인다. 한문은 일본인에게 일본어가 된다. 조선은 일본과 경우가 매우 다르다. 한자 한문이 우리에게 동화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자한문에 동화되어 주체성을 잃고 있다. 한자 문화의 내용인 유교도 우리가 오랑캐를 면하려면 고유문화를 버려야 한다고 부채질해 왔다. 한글이 나올 때 우리말이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그만큼 보편적이이라 여기던 중국 문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중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한 화가가 남은 인생 5년을 가정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책을 냈다. 화가 김미경 작가이다. 그는 지난 5년 전부터 서울 서촌의 옥상과 길거리에서 동네 풍광을 펜으로 그려 ‘서촌 옥상화가’라고 불린다. “지난 5년처럼 살고 싶다. 매일매일 그림 그리고, 그 그림을 팔고, 그림 그리며 만나는 새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 속으로 쑥쑥 들어가며 살고 싶다. 여행을 더 다니고 싶고, 딸 옆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 -본문 중에서 김미경 작가가 소중한 것들에 대해 기록한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한겨레출판, 2018년 11월)는 20여 년 간의 기자생활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마감하고 전업화가로 살아가는 법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한겨레> 신문사에서 20여년의 기자생활을 비롯해 아름다운재단 등 27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2014년 쉰 네 살이 되던 해에 전업화가가 돼, 서촌의 그리움과, 시간과 추억, 꽃과 나무, 자유 등을 그림 속에 담았다. 그림 농사꾼으로 옥상, 길거리 등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며 살기 시작한 지난 5년, 그림 판 돈으로 넉넉하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물론이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모조리 동원해야 하는데 묘안이 혹 있느냐?” “그건......큰형님이 강구하셔야지요. 이 아우야, 술과 계집을 후리는 솜씨는 좀 있어도......그 역시 큰형님에게 물려받은 재주뿐입니다만.” 임해군의 인상이 크게 구겨졌다. 동생 순화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 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회답이 자신에게 베운 술과 계집이라는 대목에서는 기분이 씁쓸할 수 밖 에는 없었다. “주변에 대가리 좀 굴린다는 놈들이 그리도 없느냐?” “그런 대가리 말고 다른 대가리를 기가 막히게 굴리는 놈들은 몇 있습니다.” “다른 대가리라니?” “양 다리 가운데 달린 대가리 말입니다.” 순화군은 자신이 대답하고도 저속한 표현이 민망한지 키득거렸다. 임해군은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왔으나 간신히 참아내었다. 이제는 입궐하기 전의 임해군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달라져야 한다. 적어도 이제는 명나라와 조선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세자의 신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임해군은 고개를 돌려서 선조가 있는 어전으로 시선을 던졌다.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한 번 겪었습니다. 그것을 두 번 까지는 절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발로 철학하기》 - 수석회 수필집 53권의 제목입니다. 수석회는 문학을 하는 의사들의 모임입니다. 저랑 같이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을 하는 유석희 박사가 얼마 전에 이 수필집을 보내주셨네요. 그 전부터 유 박사님이 글을 잘 쓰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봤더니 수석회 회장이셨군요. 수필집 이름을 참 멋지게 지었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쳐 목차를 보니, 이성낙 선생의 수필 제목을 수필집 전체의 제목으로 정한 것이네요. 수석회 회장인 유 박사님은 ‘나와 하숙 생활’과 ‘후지산의 일출을 보며’ 두 글을 올리셨습니다. ‘나의 하숙생활’에서는 1966년 서울의대 예과 1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그 후 13번이나 이어진 하숙생활을 추억하며 쓴 글이고, ‘후지산의 일출을 보며’는 5년 전에 후지산 등산하면서 특히 후지산 일출을 본 장엄한 느낌을 쓴 산행기입니다. 수필집에는 모두 18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글을 실었습니다. 그 중에 정지태 선생은 모임에서 경품으로 드론을 타서, 드론을 띄우고 능숙하게 조정하기까지의 고생담을 ‘나도 드론 띄우는 사람입니다’라는 글로 맛깔스럽게 표현하셨습니다. 음악 애호가인 오재원 선생은 이번에는 음반을 감싸고 있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임원경제지 등 풍석 서유구 선생이 남긴 저술의 번역과 출판 및 기념관 건립 등 선양 사업을 펼치고 있는 풍석문화재단(이사장 신정수) 부설 출판사 자연경실에서는 2019년 1월 서유구 선생의 형수이자 조선 유일의 여성실학자인 빙허각 이 씨의 생애와 업적, 사랑과 비애를 드라마틱하게 그린 소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곽미경 저)을 펴냈다. 소설은 펴낸 지 2주만에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와 영풍 등 주요 서점에서 역사소설 베스트에 오르는 등 뜨거운 호평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래는 소설을 펴낸 뒤 진행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드러난 독자의 반응 중 일부다. “빙허각의 일생을 담은 최초의 역사소설이라는 점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책” - 독자 까꿍메리 “같은 여자로서 자신의 길을 똑바로 직시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이었고... 뿌듯하면서도 조금은 안타깝고...또 감동하면서 읽었다” - 독자 coly0102 “가히 지난 십년간 읽은 소설 중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글자 하나라도 놓칠까 천천히 읽게 되는 따뜻한 책이다” - 독자 01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옛날 히에이산에 있던 가난한 승려가 부처님의 계시를 꿈속에서라도 보기 위해 구라마사(鞍馬寺)에 기도하러 갔다. 그러나 7일간 정성껏 기도를 해도 답이 없자 다시 7일을 연장하고 또 다시 100일 동안 기도 정진에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원하던 부처님은 나타나지 않고 사자(使者)가 나타나 기요미즈사(淸水寺), 가모신사(賀茂神社) 등으로 자꾸 기도처를 옮기라고 해서 히에이산 승려는 기대를 걸고 사자의 지시를 따른다. 그러다 꿈에도 그리던 계시를 받는데(작품에서는 계시자가 부처라는 이야기는 없다) 승려에게 흰종이와 쌀을 내려주겠다는 소리를 들은 승려는 ‘그렇게 힘들게 기도를 했는데 고작 흰종이와 쌀이 무엇이냐 싶어 원망스런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흰종이와 쌀은 생각과 달리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이었다.” 이는 일본 중세의 설화집 《우지습유모노가타리(宇治拾遺物語)》, 제6권 제6화 ‘가모신으로부터 신전에 바치는 흰종이와 쌀 등을 받은 이야기’의 요약이다. 이야기 끝에는 ‘신과 부처에게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기도 정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이 붙어 있다. 이와 같은 설화가 197화 수록되어 있는 일본 중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