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경기도 고양시(시장 최성)에는 일산호수공원이 있다. "일산호수공원은 면적이 99ha(약 30만평)에 이르는 동양최대의 인공 호수공원이다. 30만㎡(약 9만평)의 담수호에 깨끗한 물 관리를 위해 잠실수중보상류의 상수원을 약품 침전시켜 맑은 물을 담수(방류)하고 있다. 일산신도시의 개발과 함께 근린공원으로 1995년 개장한 공원은 5㎞의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감싸는 시민들의 체육공원이고 주말이면 각종 공연과 행사가 이어지는 문화의 공간에 하나이다.” -위키 사전- 한국의 최대 인공호수도 아니고 동양최대라니 압도적이다. 이커다란 호수공원을 곁에 끼고 살고 있으니 여간한 복이 아니다. 기자는 복작대는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이곳에 살면서 자연 친화적인 호수경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호숫가를 산책하길 올해 22년째를 맞이한다. 특히 흙길인 메타세콰이어 길을자박자박 걷는 재미는 걸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데 점점 호수공원에 실망을 느끼고 있다. 어느새 가을인데도 시민들이 산책하는 길에는 국화 한송이 안보인다. 국화는커녕 산책길 곳곳에 만들어 놓은 꽃밭은 개점 휴업 상태같다. 대관절 관리를 하는 것인지 내버려두고 있는 것인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쾅! 쾅! 원균이 책상을 내리치자 김충선도 힘껏 내리쳤다. 단단하게 박달나무로 만든 서궤(書几)가 금방이라도 부숴 질 것만 같았다. “이런 법이 있습니까?” “당장 한성으로 달려가 명나라 사신 사헌이란 작자를 요절내야 합니다.” 한양으로부터 들려온 소문은 김충선과 원균 등의 장수들을 동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명나라 사신에게 곤장을 맞은 유성룡은 업혀서 실려 나갔다고 했다. 한 동안 공무를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마침 이순신과 정도령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그들은 명나라 제독 진린과의 협상을 위해 출타 중이었다. “진제독 역시 명나라 놈 아니요?” 명나라에 대한 반감이 무섭게 끓어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보잘 것 없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일개 병부주사가 일국의 영상을 욕보이다니! 이것은 있을 수 없는 만행입니다.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김충선이 장검을 쥔 손을 부르르 흔들었다. “사헌이란 사신이 그리 기고만장 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내가 상소를 올리고 직접 한양으로 올라가서 그 명나라 사신 놈을 토막 내 버릴 테요!” 원균은 손을 번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십이령 구빗길 기러기들 남녘으로 떠나던 동짓날 밤 행여 장닭이 깰까하여 숨 죽여 님 앞에 앉았습니다 님의 얼굴을 산호 빛으로 물들이던 이 화롯불이 사글면 이제 기약 없는 이별입니다 첫 닭이 울기도 전에 시어머니의 헛기침 소리 들려옵니다 차곡차곡 접어둔 얘기첩은 펴보지도 못 한 채 시어머니 죽으면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만 잿 속에 묻고 서둘러 싸리문을 나섰습니다 강물에선 얼음 째는 소리가 새벽하늘을 가르고 새파란 바람이 젖무덤을 찌릅니다 보따리 하나 품에 안고 바람보다 앞서 달렸습니다 해가 중천에 오르고 헤진 버선에 배롱 꽃이 피고서야 한 도부쟁이* 무리 앞에 서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언 밥 한 덩이 얻어먹은 연으로 맏 도부쟁이 아낙이 되어 그동안 시름 서른 단을 묶었습니다 어느 까치 떼가 유난히 시끄럽던 날 님을 닮은 청년 하나가 탕약을 달이는 내 앞에 서 있었습니다 청년과 도부쟁이가 감나무 잎이 수북하도록 얘기를 털어낸 이튼 날 아침 씨받이가 낳았다는 님의 아들을 따라 십이령 마루에 오르니 도부쟁이 영감 깊은 숨소리 예까지 들립니다 *보부상의 낮춤말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원사웅은 들고 온 보자기를 풀었다. 찐 감자 여러 개와 노랗게 익어 맛있게 보이는 옥수수가 전부였으나 전란 중이라 이것도 감지덕지일 게다.원사웅은 손수 감자를 하나 꺼내서 여인에게 건넸다. 그녀는 수줍어하면서 손을 내밀어 받았다. 전혀 일을 해보지 않은 맑고 귀한 손이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상놈이나 여종 노릇을 하던 여인은 아닌 듯 했다. 바닷바람에 살짝 날리는 머릿결이 참으로 고왔다. 원사웅은 그녀와 나란히 앉아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갈매기들이 떼 지어 날아가는 그 곳에 장엄한 빛이 황홀할 정도로 아찔하게 펼쳐져 있었다. “정말 아름답구려.” 원사웅은 대자연에 심취하여 중얼거렸다. 여인의 고개가 원사웅의 어깨 위로 살포시 기대왔다. 아찔한 동백꽃 향기가 콧등을 자극했다. 갑자기 심장이 무섭게 박동하고 피가 요동치며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이것이 무슨 증세인가?’ 원사웅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뻗어서 여인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주었다. 하늘에는 태양을 품은 노을이 있고, 땅에는 사모의 정을 품은 남녀가 있었다. 파도소리는 아득하게 들려오고 젊은 남녀의 피는 뜨겁게 흘렀다. “난 원사웅이라 하오. 낭자가 입을 열지 않으니 내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일간신문에 “I am HUFS”라는 광고가 났습니다. 물론 한글이 있기는 하지만 꼼꼼히 다 읽어본 뒤에야 저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국외국어대학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봅니다. 외국어대학교니까 이렇게 영어를 중심으로 광고해야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지원 하나요? 미국인들도 처음 본다면 “HUFS”가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라고 한글로 먼저 쓰고 “HUFS”는 괄호 안에 쓰면 촌스럽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런 사고는 민족주체성을 버린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 그보다 더한 대학 신입생 모집 광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광고를 꼼꼼히 줄러보아도 어느 학교인지 한글로 쓴 곳은 없습니다. 갈수록 가관입니다. 도대체 어느 대학인가요? 인덕대학교처럼 우리말 사랑 광고를 낼 수는 없는가요?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처음으로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이쯤 되면 <아멘>하고 싶어진다. 이 시는 한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미당 서정주(1915~2000) 의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처음으로의>'의 일부다. 이 시를 쓴 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훌륭한(?) 미당 시인의 시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말 미당의 시가 맞나?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맞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미당 서정주의 시가 맞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한 사람인지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잘 모른다. 37살 이후 세대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미당은 ‘전두환 대통령을 위한 찬양시’를 썼는가? 요즘 천만관객을 동원한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 가가 막힐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유사이래 최고로 극찬한 대한민국 최고(?)의 시
[우리문화신문=김슬옹 세종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사무총장] 경복궁 네 개의 문 가운데 서쪽의 영추문은 늘 닫혀 있다. 나가는 것만이라도 가능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거대한 빗장으로 닫아 놓았고 의경이 얼씬도 못하게 막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청와대 경호를 이유로 막고 있는데 청와대 앞마당까지 개방한 문재인 정부도 이곳만은 아직 열지 않고 있다. 필자는 훈민정음 관련 핵심 기관인 경복궁 집현전부터 세종생가터를 거쳐 서울시가 만들어놓은 한글가온길 답사 행사를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해오고 있다. 노 정권 때는 당연히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가 막히게 그 거대한 문이 닫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정을 얘기하면 열어 주기도 했는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속된 말로 그 어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경호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설마 새 정부도 그러랴싶어 20여명의 답사단을 이끌고 7월 26일 오후 4시 무렵 나가는 것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불가능했다.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 70세 이상 노인 분과 몇 명의 어린이까지 있어 하소연까지 했으나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의경은 무척 호의적이었으나 상부에 무전기로 보고하
[우리문화신문= 시즈오카 이윤옥 기자] 현재 시즈오카현 이토시(伊東市)에 살고있는 이나바 스스무 (稻葉進, 88살)씨는 1945년 8월 6일 원폭지인 히로시마의 구레항공대(吳航空隊)소속 대원이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날, 이나바 씨는 구레항공대로부터 30미터 떨어진 하늘에서 새빨갛게 솟아오르는 불기둥을 보았다. 16살 소년의 눈에 비친 원폭 현장은 평생 “비참한 전쟁을 두 번 다시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토신문(伊東新聞) 8월 14일치 1면 “종전(終戰) 72년” 특집에서 밝혔다. 그런가하면 어제 (13일) 오전 9시 시즈오카텔레비젼(SBS)에서는 “종전(終戰) 72년”을 맞아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종전 72년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참패한 일본은 패전 72년을 맞아 텔레비전과 방송에서 그날의 기억을 더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8월 12일부터 이즈반도의 시모다(下田)에 와 있는 기자는 한국의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이곳 방송과 신문 등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광복을 맞이했지만 이곳은 패전(敗戰, 지금은 전쟁이 끝났다는 뜻으로
[우리문화신문= 도쿄 이윤옥 기자] 무궁화 꽃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것도 일본의 거리에서 말이다. 무궁화가 나라꽃인 한국에서 특히 서울 같은 경우에는 거의 거리에서 무궁화를 보기가 어렵다. 대관절 이래 가지고 무궁화가 나라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평구 홍제천변 등을 걸어보면 새로심은 벚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또한 구파발역에서 가까운 삼송농협하나로마트 길에도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면서벚꽃만 무더기로 심었다. 기자는 지난 2주동안 와세다대학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지인 집에서 묵으면서 4개의 정거장을 걸어다녔다. 지인 집이 있는 시미즈로부터 메구로역까지는 쇼보쇼, 모토케바죠, 오오도리신사, 곤노스케자카를 지나야 역이 나온다. 이렇게 걸으면 걸음수로는 5천보 정도이고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 걷는다는 것은 몸에도 좋은 일일뿐더러 동네를 샅샅이 관찰하기에도 좋다. 그것이 이국땅이면 더욱 좋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손바닥만한 공간만 있으면 꽃을 심는 일본인들의 습관이다. 그것도 자기 정원도 아니고 큰 길가의 가로수가 있는 작은 공간을 이용해 온갖 꽃을 가꾸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더 인상적인 것은 심은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잠시만 기다리게. 다 끝나가는 판이니까.” 선전관 조영은 다시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때 섬뜩한 무엇인가가 조영의 뒷목을 관통했다. “기다리고 싶지 않다. 개자식아.” 날카로운 칼끝이 조영의 목 아래서 반짝였다. 핏물이 그 칼끝을 타고 흘러내리자 사태를 눈치 챈 창기가 찢어지는 비명을 토해내려는 순간에 오표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의 눈이 아닌 것 만 같았다. “쉬이.” 오표는 조용히 입을 다물라는 시늉을 했다. 여진의 창기는 온 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비명은 입안으로 삼켜졌다. 그녀는 실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배 위에 상체를 얹고 있는 사내의 목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 그녀의 젖가슴과 배를 흥건히 적셨다. 여진의 창기는 오표가 사라진 한참 동안을 그 자세로 있었다. “피 냄새가 나는 걸?” 아란은 귀가한 오표를 보고는 대뜸 지목했다. 오표는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은혜를 갚았다.” “누구의 은혜?” “너를 구해준 조일인 김충선. 그 김충선을 노리고 있는 자를 내가 제거했으니 널 구해준 인사는 한 셈이지.” 아란이 입을 삐죽거렸다. “피, 내 은혜는 내가 갚을 것이야. 오빠는 날 조선으로만 데려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