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요즘 갑질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대리점 갑질부터 해서 최근에는 공관병갑질이라는 말도 나왔고, 대통령도 "정부 모든 부처의 갑질문화를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http://m.news.naver.com/read.nhn…) 그래서 그런지 '갑질과의 전쟁선포'나 '갑질문화 척결' 따위 섬뜩한 말들이 많이 나돕니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뒷가지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갑질은 당연히 없애야할 일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갑질에 딸려오는 말을 좀 가려서 쓰자는 겁니다. 먼저, 갑질문화라고 하는데, 여기에 문화가 어울리는 말일까요? 문화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ㆍ정신적 과정의 산물을 이릅니다. 그러나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몇몇 못 된 사람들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입니다. 굳이 '문화'까지 붙여 거창한 포장을 해줄 가치가 없는 낱말입니다. 갑질하는 짓과 함께 갑질이라는 낱말도 없애야합니다. 갑질척결에서 '척결'은 살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코엑스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국제도서전시회를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다른 전시회는 안 보더라도 이 전시회는 꼭 봅니다. 그리고 전시회를 한 번 돌고 전시회장을 빠져나올 무렵이면, 제 손에는 대여섯 권의 책이 든 쇼핑백이 들려있습니다. 이번에 사 본 책 중에 전송열, 허경진이 엮고 옮긴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유몽인ㆍ최익현 외, 돌베개)》이 눈에 띕니다. 요즘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못하고, 등산장비도 제대로 없던 조선시대에 그래도 산수를 좋아하는 양반들이 산을 찾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 제법 있네요. 이 책에는 그 중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 20군데의 기행문이 실려 있습니다. 산수기행이니 산의 품속에서만 노닐고 쓴 기행문이 많지만, 실제 정상까지 올라갔다 온 기행문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면암 최익현(1833~1906)도 1875년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남한의 최고봉답게 중간에 날이 저물어 노숙합니다. 요즘 등산용어로 하면 비박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산행날짜가 3. 27.이라 그냥 비박했다가는 얼어 죽겠지요. 최익현은 나무에 불을 피워 몸을 따뜻하게 하였는데, 그러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세문문화회관 주변엔 “한글가온길”이란 것이 있다. 여기서 “가온”이란 ‘가운데’, ‘중심’이란 뜻의 우리 토박이말이다. 따라서 “한글가온길”은 이 세상 중심으로 한글 관련 유적이나 발자취가 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한글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광화문 세종대로 주변을 한글가온길로 지정했다. 이 가온길에는 세종대왕 동상으로 시작하여 훈민정음 창제의 산실 경복궁 수정전, 한글학회, 주시경 집터 등 한글과 관련된 장소들이 모여 있다. 이 가온길 답사를 끊임없이 진행해온 사람은 바로 훈민정음 으뜸학자로 정평이 나있는 김슬옹 박사다. 그는 2013년 서울시에서 “힌글 가온길”을 지정하자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과 함께 답사모임을 제안, 직접 해설하고 이끌어 벌써 30회를 넘어서게 됐다. 서울시는 물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답사길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이에 김슬옹 박사는 답사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역사가 숨어있는 한글 가온길 한 바퀴》라는 책을 해와나무(출판사)을 통해서 펴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한글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정작 한글에는 어떤 엄청난 비밀이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일패공주는 오표에게 경미한 떨림이 있는 목소리를 꺼냈다. “죽여야겠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본래 죽여 없애는 것이 상수잖아.” “......!”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어차피 장예지의 존재만 이 땅에 없다면 기회는 있을 테니까.” 일순간 오표는 머리끝이 쭈뼛했다. 장예지는 아직도 분명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그녀를 암살하려고 했을 때 공교롭게도 광해군이 등장하여 훼방을 놓았었다. 그런데 오표가 사실을 발설하려는 순간에 다시 일패공주가 중얼거렸다. “장예지를 영원히 찾을 수 없다면 김충선도 사람인데 내게 기회를 주겠지.” ‘공주님은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여자인 줄 모르고 계십니다. 어디에 숨어 있어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분입니다. 향기도 최고이며 미소도 우아합니다. 당신이 지니고 있는 고고함과 싸늘한 매력은 독보적입니다. 오표는 그래서 노예로 살아갈 겁니다.’ “안 그런가? 오표?” “그......럴 것입니다.” “칸은 확실히 나보다도 위대하셔. 우린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근자에 조선은 다시 재미있게 변하고 있잖아.”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패공주는 제법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동행자가 있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온 겨레가 기쁨에 겨워 목청껏 만세를 불렀던 광복절 제72주년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광복절을 누구보다도 반겼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아직 그늘에서 나오지 못한 분들이 많다. 국가보훈처(2017년 7월 현재) 자료에는 14,651분이 서훈자로 밝혀졌으나 이 가운데 여성은 겨우 292분뿐이다. 그나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는 고작 유관순 열사 등 몇 분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여성독립운동가를 널리 알려야한다고 목청을 높여온 시인이 있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서간도에 들꽃 피다》라는 책 속에 그 분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는 이윤옥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윤옥 시인은 지난 2010년부터 여성독립운동가를 발로 뛰어 찾아내 한 권에 20분 씩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펴냈으며 지난 7월 말에 제7권을 펴냈다. 제1권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를 소개하며 쓴 시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는 팝페라 가수 듀오아임이 비장한 톤으로 노래해 유투브 등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들리되 보이지 않는 깊은 절망의 나락에서 고통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동포의 피 끓는 심장 박동소
[우리문화신문=교토 김리박 시조시인] 어제(7월28일), 일본 오사카 지방법원은 2012년 이후 일본정부가 일본 안의 모든 외국인 고등학교에 실시하고 있는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 제도’에서 오사카 조선고급학교를 제외한 조치는 ‘법률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주 정당한 판결이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물론 지방법원의 판결이어서 일본정부의 처사에 따라서는 고등법원, 최고법원에까지 질질 끌고 갈 수 있고 최고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으니 무턱대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와 교육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지만 우연히 반민주, 독재국이 수립되었을 때는 나라와 민족을 망쳐 먹으니 국가는 교육을 제 뜻대로 좌지우지 하지 말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 ‘근대 민주국가’의 참 모습이다. 따라서 모든 민주국가는 그 입장을 지켜서 그 나라에 머물고 사는 주민들에게 민족교육의 자유와 권리, 학교건립의 자유와 권리, 배우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하고는 처지가 다르고 사상과 신조, 종교와 신앙, 소속단체와 조직이 다르기는 하지만 광복 이후 줄곧 우리말과 거룩한 한글을 지키고 다듬으면서 교육을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엘지그룹이 “옳은미래”라는 신문 전면광고를 했습니다. “전깃불만큼이나 반딧불이도 많은 청청한 세상을 위해”라면서 엘지그룹이 친환경에너지를 만들고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옳은미래”를 추구해 나갑니다. 이런 광고를 하면서 영어 아닌 우리말로 “옳은미래”라고 한 것은 참으로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엘지 로고 앞에 “Innovation for a Batter Life”라고 붙인 것입니다. 이왕 우리말 광고를 했으면 이것마저도 우리말로 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롯데백화점이 드디어신문에한글로 "제주도 이야기"라며 전면광고를 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롯데백화점이 영어에 사랑에 빠진 광고를 한다며 자주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로 광고를 한 것을 보니 눈에 확 띄고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한글 광고를 할 줄 몰라서 영어 광고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광고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아란은 신비한 미소를 입가에 담으며 오표의 동공을 빤히 쳐다보았다. 거짓말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조선으로 다시 간다면 날 데리고 떠나줘. 그리고 김충선, 그와 재회할 수 있게 도와줘.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오표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혀버렸다. 누이의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것은 그냥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란의 태도는 그 이상이었다. 일패공주가 김충선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오표는 너무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김충선과 장예지의 관계 또한 어떠한가? ‘김충선, 이놈이 여자 복은 대단한 모양이다. 아주 타고 난 것이야. 만나본 여인들은 누구라도 호감을 갖게 만들다니! 여자를 유혹하는 솜씨가 조총을 다루는 것 이상인 모양이다.’ 오표는 생각했다. 같은 사내로서 부러움도 생겼다. 일패공주에 대한 자신의 그리움은 늘 감춰진 애정이다. 인내하는 사랑이란 언제나 괴로운 법이다. 그럼, 이제 김충선을 떠나보낸 일패공주는 또 얼마나 고통 속에 잠겨 있는 것일까? “동생은 어때?” 오표가 일패공주의 처소를 방문하자 가장 먼저 묻는 말이었다. 오표는 솔직히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天女何年一乳亡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今日偶然落文房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少年書生爭手撫 나이 어린 서생들이 앞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不勝羞愧淚滂滂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자신의 책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 인물과 사상사》의 머리말을 시작하자마자 내놓은 시입니다. 이름 모를 선비가 쓴 시라는데, ‘백자 무릎 모양 연적’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 산책>은 김영조 소장이 그 동안 쓴 한국문화편지 “얼레빗” 글을 모아 낸 책입니다. 참! 얼레빗은 다 아시다시피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빗을 말하는데, 김소장은 자신의 글을 이런 우리 문화의 상징인 얼레빗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소장은 그 동안에도 얼레빗 글을 모아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이번이 얼레빗 글로는 세 번째 책이네요. 참! 얼레빗 글이 뭔지 모르시는 분이 있으시겠군요. 김소장은 2004년부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고 하여 우리 문화에 대한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