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호수공원(고양시)을 산책하는 길에 만난 '맹꽁이 서식지' 팻말이 매우 반가웠다. 사라져간다는 맹꽁이가 이 동네서 자란다니 싶은 마음에 풀이 무성한 습지를 한참동안 바라다 보았다. 녀석들은 아직 깊은 잠에 빠진 것일까? 습지는 조용할뿐이다. 모쪼록 이 동네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서식지'라는 말이다. 서식이란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로는 "서식(棲息): 생물 따위가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 이라고 되어 있다. 자리를 잡았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어서, 구태여 어려운 한자말로 '서식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도 지나다니는 길목인데 한자말을 쓰지말고 "맹꽁이가 자라는 곳" 또는 "맹꽁이가 사는 곳"이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 쉬운 것을 어렵게 풀이하고 있는곳곳의 '설명판, 표지판, 알림판' 따위를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말 사랑'을 먼저 바탕에 깔고 관련된 일을 했으면 한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 동창인 언론인 김창희가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을 냈습니다. 2009년 가을 어느 날 창희는 집 안을 정리하다 어느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인 종이 상자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상자 속에는 창희가 9살 때 돌아가신 창희 아버지께서 평생 찍은 사진필름이 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필름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창희가 어머니께 이 얘기를 하자, 어머니께서는 평생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의 개인수첩 10여 권을 창희에게 보여줍니다. 이때의 심정을 창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갑자기 지나간 시대가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사진과 수첩 두 가지를 맞춰보면 뭔가 그림이 그려지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날부터 집 안 여기저기를 뒤져보았다. 이렇게 찾아낸 자료들과 필름, 수첩까지 다 쌓아놓고 보니 꾹꾹 눌러 담아도 큰 여행용 트렁크 하나는 가득 찰 것 같았다. 잘 알지 못하던 과거로부터 빛바랜 영상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 자료들을 가지고 아버지를 기억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증언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편화된 자료와 자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그 틈새는 결국 누군가의 기억과 합리적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야외활동차림(아웃도어) 기업인 “레드페이스”는 그동안 영어 광고를 하여 꾸짖음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나온 광고에는 영어가 아닌 한글광고를 하여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우리말이 아닌 영어를 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웃도어 샌들“이라고 한글로 제목을 달고 ”물도 건너고, 산도 건너는“이라며 우리말로 표현도 해놓았습니다. 이 정도만이라도 우리는 큰 손뼉을 쳐주고 싶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철관 기자]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한 작가가 시와 음악, 그림과 풍속 등으로 한국전통문화를 소개한 책이 나왔다. 한갈 김영조 <우리문화신문> 발행인이 쓴《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인물과 사상사, 2017년 4월)은 옛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더듬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돌아보게 한 책이다. 특히 국악과 춤, 그림, 도자기와 탑, 민속품, 옷과 꾸미개, 풍속, 인물, 한시 등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농부가를 부르며 혹독한 삶을 이겨낸 농부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기생의 가냘픈 기다림을 노래한 가곡이 ‘바람은’이다. 한국의 전통 성악곡인 가곡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칼을 휘두르는 것도 예술이다. 바로 검무이다. 검기무 또는 칼춤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라 소년 황창이 백제에 들어가 칼춤을 추다가 백제의 왕을 죽이고 자기도 죽자, 신라인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 얼굴을 본떠 가면을 만들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겸재 정선이 80세에 그렸다는 <노송영지도>는 가로 103cm, 세로147cm인 초대형 그림이다. 휘굽어 늙은 소나무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우리은행이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톡 SORi 나는 금융”입니다. 우리말로 된 은행이 왜 광고에 억지 영어 “SORi”를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더 멋있다고 생각한 것인가요? 더구나 그 아래는 “위비톡 플랫홈(WIBEE PLATFORM)”이라는 어플 선전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었나요? 은행이름은 우리말로 잘 만들어 놓고 영어에 허우덕거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어제 비가 내렸고, 오늘도 비가 조금은 더 내린다고 합니다. 바람도 무척 서늘하네요. 어제저녁에 초등학생 아이가 벽보를 보고 '주인 백'이 무슨 뜻이냐고 묻더군요. 알림 백 자를 써서 '주인 알림'이라고 했더니, "아, 알림... 그렇게 쉬운 말을..."이라고 말끝을 흐리더군요. 자기가 모르는 말을 늘 저에게 묻고, 제가 쉽게 설명해주면, 그렇게 쉬운 말을 왜 어렵게 쓰냐고 자주 이야기했는데, 그런 이야기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저에게 좀 미안했나 봅니다. 그래서 굳이 "그런 쉬운 말을 왜 어렵게 쓰냐"고 하지 않고, 혼잣말로 말끝을 흐려버리는 것이죠. 그런 모습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거의 다 '가뭄 해갈'이라는 기사 꼭지를 뽑았더군요. '해갈'은 '解渴'로 비가 내려 가뭄을 없애주는 것을 이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갈증을 풀어 버림'으로 다듬어 놨습니다. 저라면 '가뭄 해갈'을 '가뭄에 도움'이나 '가뭄 벗어나'정도로 풀어쓰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저희 집 애는 '가뭄 해갈'을 보고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하철에 탔더니 초등학생들이 20여 명이 함께 어딘가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모두 파란빛의 반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 뒤 모두 영어로 범벅이 된 것입니다. 뒤에 “WATER=LIFE” 곧 “물은 생명”이라고 써서 그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도 물론 한글은 없고 영어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뜻이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입는 티셔츠가 영어로 범벅이 되다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입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담임 선생님은 무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어릴 때부터 우리말 사랑은 보이지 않고 사대주의만 키워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 승용차에는 뒤에 “초보예요 말이나 탈걸”이라고 써두었습니다. 그걸 본 우리 일행은 “와”하고 웃었습니다. ‘초보운전이니까 잘 봐주세요.’라는 뜻으로 우스갯소리로 표현했으니 이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양보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 어떤 차에는 “초보라 미안해요 비행기를 살 걸 그랬네요.”, “저도 제가 무서워요.”, “왕초보운전 직진만 오일째”, “뒤에서 빵빵하니 아기도 울고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버스도 택시도 무섭지만 내가 제일 무섭다.”, “발로 하는 운전이라 미안해유”, “오른쪽이 브레이크죠?”, “ 등 재미난 스티커가 많습니다. 그러나 “초보운전 당황하면 후진함(후진전적 2회)”, “판검사가 타고 있어요.” 같은 협박성이라든지, ”R아서 P해라“ 같이 말도 안 되는 영문자를 붙이는 것, ”NEW DRIVER“, ”BABY IN CAR“, ”I’m sorry 초보운전“처럼 완전 영문, ”운전 못하는데 보태준 거 있수?“ 같은 예의 없는 것, ”뒤에서 받으면 나는 좋지만 뭐 ㅋㅋ“ 같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정도령은 단언(斷言)하였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외교이고 정치입니다. 또 믿어야 하는 것도 외교이고 정치이지요. 작금에 명나라는 우리를 의심합니다. 일본과 조선이 힘을 합하여 명나라를 욕보일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소생이 알고 있는 조선은 감히 그런 야합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일본과 명나라는 또 어떻습니까? 그들은 조선을 석권하기 위해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는 자세를 늘 고수하고 있습니다.” 좌중에 어둡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조선이 일본을 응징하기 위해서 출동 한다면 일본은 명에 대해서, 명은 조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고수할 것인가? “결국 책략가 심유경은 명나라와 일본의 교묘한 줄타기 끝에 황제를 기만한 죄로 처형당하고 말았지요. 중요한 것은 명나라가 한때 조선을 두고 협상을 벌렸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천황이 명나라에게 굴복한다면 명의 태도는 또 다시 달라질 겁니다.” 정도령의 설명을 듣고 있던 김충선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여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김충선은 그 부분 때문에 여진과의 담판을 짓기 위해 만주를 다녀온 것이었다. 소득이 없었다고 자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저희 집 앞에 국민연금공단이 있습니다.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그곳을 지나치는데 제 눈길을 잡는 팻말이 있네요. “육생비오톱” “비오톱”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뜻을 지닌 토포스(topos)를 합친 낱말로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곧무리를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가를 수 있는 일종의 서식지를 뜻합니다. 좀 더 쉽게 풀자면, 비오톱이란 최소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 무리가 사는 곳“입니다. 도심 곳곳에 그런 곳을 만들어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노릇을 해보자는 것이죠. 육생은 ”육지에 사는 생물“을 줄인 말입니다. 그렇게 좋은 뜻으로 만들어 놓은 곳에 그런 외래어를 써서 잘난 체 하는 간판을 세워두다니요. 저라면 '육생비오톱'이라 쓰지 않고 아예 제목을 없애거나, 굳이 만든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터'나 '동식물 무리가 살고 있어요.'라고 풀어서 쓰겠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어김없이 드는 생각 하나. 역시 배운 사람들이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