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기자] 선조는 그 자리에서 내관 고명수를 불러 광해군을 어전으로 들라 명하였다. 만조백관이 운집한 자리에서 확정을 지을 태세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각에 명나라로부터 사신이 도착하였다는 급보가 올라왔다. 선조는 물론이고 대신들은 저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명나라의 사신이라니?” 명나라와 조선의 관계로 미루어 사신의 왕래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나 사전에 예고도 없이 사자(使者)가 들이닥친 예는 없었다. 선조는 즉각 예조에 명을 내리고 벽제관(碧蹄館)으로 영접(迎接)을 위한 관리들을 급파하였다. 이런 와중에 광해군이 어전에 도착했다. “부르셨나이까.” 선조는 명나라 사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신이 산란했다. 광해를 불러 놓고도 정신은 딴 곳에 가 있었다. “명나라에서 사신이 왔다고 한다. 병부주사라고 하던데......무슨 일로 황제가 사신을 통고도 없이 보내 왔겠느냐?” 광해군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침착하고 조리에 어긋나지 않게 답변했다. “명나라 황제는 이번 일본의 2차 도발을 제지하기 위해서 양국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사신을 파견 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왕 선조의 안색이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는 극도의 무력감으로 온 전신을 꼼짝하기도 싫었다. 입맛을 잃었으며 잠자리도 편치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 그를 괴롭혔다. 이순신. 혹시나 그에게 기회를 줬다가 이런 가공(可恐)할 사태가 발생할 것이 두려워서 수군폐지를 검토 하였었는데 망했다. 선조는 민심과 더불어 군사들의 경외심이 이순신을 위대하게 찬양할 것임을 예감하고 있기에 불안은 가중되고 있었다. 하지만 중신들이 집결한 어전회의는 명량해전의 대승으로 축하 분위기였다. “전하, 승전을 감축 드리옵나이다.” “감축 드리옵니다.” 선조는 그래도 왕으로의 위엄을 잃을 수는 없었다. “이순신이 큰 공을 세웠소. 지난번 칠천량의 패배를 완전히 만회 하였으니 조선 수군의 위엄을 보였다 할 것이요.” 좌의정 육두성이 목청을 높였다. “상감마마의 하해와 같은 은혜이옵니다. 이순신을 통제사로 재임명하시었고 명나라의 수군폐지 주청을 물리치신 것도 주효 하였나이다.” 병조판서 이덕형은 내심 콧방귀를 뀌었다. 수군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좌의정이 아니었던가. 그는 선조의 용안을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비록 바다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였으나 육지의 전투는 비참하옵니다. 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신문에 난 광고입니다. ‘Frontier IFEZ’라고 크게 쓰고는 그 위에 ‘global business’라고 토를 달아 놓았습니다. 무슨 국제업무인 것으로 보이는데 더욱 ‘IFEZ’는 오리무중입니다. 무슨 광고인지 아시는 분 있나요? 한국신문에 난 광고라면 분명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인을 위한 광고라면 굳이 한국신문에 낼 까닭은 없을 것입니다. 한글날이 며칠 전이었는데 이렇게 영어만을 쓴 광고를 내는 것이 사대주의 아니면 무엇일까요?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편집국장] 오늘은 제570돌 한글날이다. 대한민국이 작은 나라이면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는 한글이 가장 큰 이바지를 했다고 사람들은 침이 마르게 추켜세운다. 우리 겨레 모두가 말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글날 행사를 이렇게 온 국민이 축하하는 잔치로 성대하게 치르는가? 그런데 한글날 행사를 치르는 10월 8~9일에 한글과 관련 없는 온갖 축제가 온 나라에서 펼쳐진다. 그 가운데 가장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한글날 행사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문화재청과 함께 또 다른 큰 행사인 '2016 아리랑대축제'를 10월 8~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여는 것이다. 꼭 이때 해야만 하나? 주무부서의 한글날 의미를 깎아먹는 행위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까닭을 문화부의 조직에서 우리는 짐작해볼 수 있다. 문화부의 조직도를 보면 한글・우리말 관련 업무를 하는 부서는 실・국이 아닌 “국어정책과”란 일개 과에 불과하다. 전체 40 개가 넘는 과 가운데 하나란 말이다. 어떤 이는 “국립국어원‘이 별도로 있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국립국어원도 원장이 차관급도 아닌 그저 1급 직위에 불과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편집국장] 오늘은 제68돌 국군의 날,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는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이 기념식에서는 우리 군이 올해 도입한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 '아파치 가디언'(AH-64E)이 UH-60 블랙호크, AH-1S 코브라 등 다른 헬기 등과 함께 축하비행에 나선다고 한다. 동시에 공군의 F-15K와 KF-16 전투기를 비롯한 항공기들도 축하비행에 참가한다고 알려졌다. 국군의 날은 “국군의 새로운 위상과 참모습 적극 홍보 및 장병의 사기 진작과 유비무환의 총력안보태세 확립”하는 날이라고 되었다. 그러면서 그 유래를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이라고 정의한다.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은 물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날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국군의 날로 기념할 날이 없어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겨눈 채 진격한 날을 국군의 날로 지낸다는 말인가?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쌘 칼이 비끼는 곳에 이길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위는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동아일보에 난 기사를 보면 제목이 “Rise Up, 충청”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요? 영어를 잘 모르면 기사도 읽지 말고, 충청도로 가지도 말아야 할까요? “Rise Up”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폭동을 일으키다’, ‘봉기하다’로 나옵니다. 차마 ‘충청도여 봉기하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꼭 이렇게 영어를 기사제목에 써야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잠깐 멈췄던 포성이 다시 커다랗게 고막을 찢어 놓을 듯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일본의 군선들이 파괴되고 분해되었다. 300 여 척의 군선에는 최고 4만 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선원을 제외한 병사들의 수는 최소 1만 5천 명 에 달한 것으로 추산 되었다. “전......멸인가?” 구루시마는 눈앞에서 펼쳐진 도륙(屠戮)의 바다를 응시하며 넋이 나가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악몽도 이런 악몽은 없으리라. “이것이 이순신의 힘인가? 이순신, 그는 정녕 바다의 신인가?” 구루시마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두려움에 잠겼다. 공포에 사로잡힌 구루시마의 동공에 배 한 척이 명랑해협을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도도 총대장의 전함(戰艦)입니다.” 부장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만 살아오면 어쩌겠다는 건가? 나의 충고를 외면하고 전 군사들을 동원하여 이토록 처참한 바다를 만들어 내다니.” 도도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힘겨운 속도로 올라왔다. 구루시마는 그래도 상관인 도도를 영접해야 했기에 야가따(집과 같은 구조물)에서 걸어 내려갔다. 천신만고(千辛萬苦)의 사선을 뚫고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신세계백화점 앞으로 지나가다 보니 길가 전봇대에 영어로만 쓴 광고 깃발이 펄럭입니다. 알파벳이 3줄로 쓰였는데 첫 줄엔 LO, 둘째 줄엔 VE, 셋째 줄엔 IT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하니 “LOVE IT”으로 “정말 멋있다”란 뜻인가 봅니다. 그 아래엔 2016 F/W STYLE NOW“라고 썼군요. 꼭 이렇게 영어로만 그것도 알파벳을 두 자씩 써서 일부러 무슨 광고인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인가요? 그런가 하면 영어로만 된 신문광고도 있습니다. 한 연예인 사진 바탕 위에 “VEDI VERO”라 쓴 다음, 영예인 이름을 영어로 쓰고, 또 “LIVEVEDIVERO”라고 덧붙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한 다음에야 이것이 색안경 광고임을 알았습니다. 꼭 이렇게 광고를 해야 멋지다고 생각하는 몰지각한 소비자와 이에 편승하는 광고주들을 꾸짖습니다. 제발 민족정체성을 버리는 이런 행위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저 걸개에 핀 말꽃을 보아라 하늘벽에 걸린 걸개 한 그루 말꽃“ “‘말꽃’은 말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 또는 말로써 피워 낸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말의 예술’이라는 본디 뜻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인 낱말이다.” 우리말대학원장과 국어심의위원장을 지낸 국어학계의 원로 김수업 선생은 이렇게 문학을 “말꽃”이라 표현한다. 그 말꽃이 최인호 시집 《바람의 길목에서(교음사)》에서 활짝 피어난다. 얼마 전 일본 교토의 김리박 시인이 《울 핏줄은 진달래(도서출판 얼레빗)》란 순 토박이말 시조집을 낸 바 있는데 최인호 시인 역시 순 토박이말로 시집을 내 화답한다. 토박이말만으로도 얼마든지 맛깔스러운 시, 말꽃을 피울 수 있음을 중명한다. “눈으로 맞는 새해 펄펄 아우성 달빛 별빛 머금은 천둥번개 가루들 네 집은 큰산 큰그늘 별빛 따라 어둠 따라 바람 따라 놀더니 오늘은 누항 저잣거리에서 몸을 푸는구나.“ 시집의 시작을 그는 “눈”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하동 두메에서 자연과 함께 살더니 자연과 하나 되었거니 “앙칼진 아침 / 너그러운 햇살 비칠 때 / 떠나지 못하던 임이 / 떠남을 보누나 / 떠나지 못함으로 떠나감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선물을 사라는 광고가 요란합니다. 그런 가운데 부산 자갈치시장에도 펼침막이 나붙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추석’이란 한자말을 쓰지 않고 우리 토박이말 “한가위”를 넣어서 ‘한가위 선물세트 특가전’이라고 써놓았군요. 우리말 사랑 칭찬합니다. 다만 2% 모자란 부분도 있습니다. 펼침막 한쪽에는 아쉽게도 “해피 추석”이 보입니다. “행복한 한가위” 또는 “복된 한가위”라고 쓰는 게 더 좋았을뻔 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