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갑작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침,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기별이 들렸습니다. 한뉘(평생) 한약방을 꾸리며 번 돈을 아낌없이 배움이와 이웃에게 내어주셨던 진주의 큰 어른, 김장하 스승님의 이야기입니다. 스승님께서 꾸리시던 옛 '남성당 한약방'이 고장 사람들의 배움터인 '교육관'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바라는 것 없이 베푼다는 뜻을 이어받아, 이제는 집마저 내어놓으신 스승님의 삶을 보며 저는 문득 '기부'나 '나눔'이라는 말보다 더 깊고 튼튼한 우리말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 '노느매기'입니다. '노느매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는 일, 또는 그렇게 나누어진 몫'이라고 풀이를 합니다. 이 말은 곰곰이 뜯어보면 볼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옛말에 '나누다'는 뜻을 가진 '놀다'의 끝바꿈꼴(활용형)인 '노느'에, 몫을 정한다는 뜻의 '매기다'에서 온 '매기'를 더한 말이지요. 그저 가진 것을 뚝 떼어 주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몫을 살피고 고루 나눈다는 동아리(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이 이 낱말 속에 오롯이 배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 누리가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예수님오신날 앞날 아침입니다. 하지만 오늘 들려온 먼 나라 핀란드의 기별은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고 쓸쓸합니다. 산타클로스가 나고 자란 곳으로 알려진 로바니에미의 하늘에 썰매가 아닌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땅에는 방공호가 들어섰다고 합니다. 꿈과 사랑이 머물러야 할 그곳이 전쟁의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다는 기별에 마음 한구석이 시려옵니다. 오늘 이런 안타까운 기별을 보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살얼음'입니다. '살얼음'은 '살'과 '얼음'이 만나 이루어졌는데요, 여기서 '살-'은 '오롯하지 못한' 또는 '살짝'이라는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푹 삶지 않고 살짝 삶는 것을 '데삶다'라고 하듯, 물이 꽁꽁 얼지 않고 얇고 여리게 언 됨새(상태)를 '살얼음'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살얼음'을 '얇게 살짝 언 얼음'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꽁꽁 언 얼음은 '매얼음'이라고 하니, 우리 토박이말의 맛이 참으로 남다르지 않나요? 이 말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먹고 살기 어렵고 추웠던 그 살얼음 같은 날들을 견디게 해준 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예수님오신날(성탄절)을 이틀 앞둔 오늘, 하늘빛은 조금 흐리다고 합니다. 들려오는 기별(뉴스)을 보니 뒤낮(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경기도 위쪽과 강원도 높은 곳에는 눈이 올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날씨알림이가 이어주는 "적설량 1cm에서 5cm안팎"이라는 말이 조금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줄 아름다운 토박이말 '자국눈'을 꺼내 봅니다. '자국눈'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눈앞에 뚜렷한 발자국 하나가 찍히는 듯하지 않으신가요?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빌리자면 '자국눈'은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이라는 뜻입니다. 눈이 펑펑 내려서 온 누리를 하얗게 덮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바닥에 살짝 깔릴 만큼만 올 때가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때, 사람이 밟으면 발자국이 뚜렷하게 남을 만큼 얇게 깔린 눈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쓰였습니다. 백수린 님의 소설집 《여름의 빌라》에 실린 <폭설>을 보면, 주인공이 눈 내리는 바람빛(풍경)을 바라보며 제가 아는 아름다운 눈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아침, 바다 건너에서 날아온 기별이 제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으뜸빛(대통령)이 나랏일 하는 일꾼들에게 예수님오신날(성탄절)을 앞뒤로 하여 사흘 동안 쉴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별을 들을 때 '휴가(休暇)'나 '휴무(休務)'라는 한자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특별 휴가를 주었다"거나 "휴무일로 정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말들은 어쩐지 '일을 딱 멈춘다'는 딱딱한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 차가운 겨울,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아랫목 같은 토박이말, '말미'를 꺼내어 볼까 합니다. '말미'라는 말을 읽어보면 참 부드럽고 둥글둥글하지 않나요?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에 매인 사람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시간적인 틈'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저 노는 게 아니라, 어떤 까닭이 있어 얻게 된 값진 틈을 뜻하지요. 이 말의 뿌리를 캐다 보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말미'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말미암다(까닭이 되다)'와 뿌리가 같은 말입니다. 옛사람들은 "말미를 얻다"라고 하면 "어떤 까닭이 있어 쉴 겨를을 얻다"는 뜻으로 썼다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하루하루 시나브로 해끝으로 가고 있는 요즘, 거리마다 따스한 마음을 올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조임이 갈마들곤 합니다. 오늘 들려오는 나라 밖 기별도 우리 마음을 사뭇 무겁게 하네요.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는 기별에 온 누리가 술렁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공포'나 '잠재된 위험' 같은 딱딱한 한자말들이 가득한 기별을 읽다 보면, 우리 삶의 터전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이런 마뜩잖은 마음의 결을 살피다 보니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바로 '도사리다'입니다. 이 말을 보고 뱀이 몸을 사리고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도사리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쓰는데 그 가운데 "장차 일어날 일의 기미가 다른 사물 속에 숨어 있다"는 깊은 뜻도 품고 있지요. 이 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맛이 더 살아납니다. '도사리다'는 앞서 말했듯이 뱀 같은 옮살이(동물)가 몸을 둥글게 감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에서 왔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튀어 나갈 갖춤(준비)을 마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마음까지 뜨끈해지는 반가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어제 들려온 기별 가운데 올해 고향사랑기부금이 1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큰비로 어려움을 겪은 고장에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 줄을 이었다고 하니, 아직 우리 누리는 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따스한 마음을 보며, 딱딱한 숫자를 갈음할 따스한 토박이말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안다미로'입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뭔가 가득 찬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을 가진 어찌씨(부사)입니다. '안다미로'라는 낱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있지만, 안쪽을 뜻하는 '안'과 무엇을 그릇에 넣는다는 '담다'가 어울려 나온 말로 보기도 합니다. 그릇의 안을 채우다 못해 위로 수북하게 쌓아 올린 모습이 그려지지는 듯한 말입니다. 그저 '많이'라고 할 때보다, 주는 사람의 넉넉한 마음이 듬뿍 느껴지는 참 예쁜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네 삶을 잘 담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쉽니다. 송기숙 님의 소설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온이 겨울로 가득 차는 온겨울달의 열여섯째가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하고 여느해보다 따뜻한 날이 이어질 거라는 기별에 마음까지 따뜻해졌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들리는 기별 가운데 통일부 장관을 지낸 분들이 "나라의 대북 정책이 헌법의 원칙을 벗어났다"며 걱정 어린 쓴소리를 던졌다는 기별이 있었습니다. 나라의 큰 기틀이 흔들린다는 말씀에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분들도 계실 것같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서로 나누고 좋은 수를 찾아가야 하는 때, 우리는 쓰는 말도 좀 가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이나 '기강' 같은 딱딱한 한자어 대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물을 손질하며 쓰시던 거칠지만 힘 있는 토박이말, '벼리'를 썼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은 그 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벼리'라는 말은 본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오므렸다 폈다 하는 '으뜸 줄'을 뜻합니다. 그물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코가 있어도 이 벼리를 잡고 당기지 않으면 그물은 그저 헝클어진 실타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일이나 글의 뼈대나 줄거리'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말의 맛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기별종이(신문)에는 참 시원하면서도 어머어마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큰일터 으뜸빛(대기업 회장)들이 앞날의 먹거리를 찾으러 온 누리를 오갔는데, 이들이 올해 오간 길이가 지구를 열 바퀴를 돈 셈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터에서 온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이들의 애씀을 '하늘길 경영'이라 부른다는 대목에서 오늘의 토박이말을 떠올렸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말은 앞서 알려드린 말이자 기별 종이에서 만난 '하늘길'입니다. '하늘길'은 앞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하늘을 나는 길'을 뜻하며, 우리가 흔히 '항로(비행기가 다니는 길)'를 빗대어 이르는 토박이말입니다. 이 말은 '하늘'과 '길'이라는 두 가지의 맑고 쉬운 우리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이 주는 탁 트인 넓음과 '길'이 주는 맞섬과 일굼(도전과 개척)의 뜻이 더해져, 왠지 모르게 마음을 울리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라는 뜻을 넘어, 우리가 무언가를 좇아 나아가는 끝없는 늘품(가능성)의 길을 말할 때도 이 '하늘길'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하늘길'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빛을 낼 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깊어지며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와 달리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고 곳곳에 많는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날씨알림터(기상청)에서는 이를 두고 '대설(大雪)'이나 '폭설(暴雪)'이라 부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눈이 많이, 그리고 사납게 내린다는 것을 알리는 말로 오랫 동안 써 온 말입니다. 하지만 온 누리를 하얗게 덮어버린 눈의 바람빛(풍경)을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이 차가운 한자말을 갈음해, 소복이 쌓인 눈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우리 토박이말 '잣눈'을 알려 드립니다. '잣눈'이라는 말은 '많이 와서 수북하게 쌓인 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잣'눈일까요? 잣눈'이라는 말을, 얼핏 보면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잣'이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잣'은 우리가 흔히 길이를 잴 때 쓰는 '자(尺)'에서 온 말입니다. 옛 어른들은 한 자(약 30cm) 높이 정도로 푹푹 빠질 만큼 많이 내린 눈을 보며 "자가 묻힐 정도로 깊다" 하여 '잣눈'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저 눈이 내리는 모습이 아니라, 이미 내려서 발목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밤새 도둑비가 내렸습니다. 길은 젖었고 하늘은 여전히 흐립니다. 어제보다 포근한 날씨지만 바람은 서늘합니다. 오늘 아침, 추위를 살짝 잊게 할 만큼 뜨거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정부가 우리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 그 가운데에서도 설계를 맡은 분야를 키우려고 무려 70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는 것입니다. 온누리에서 으뜸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야무지고 올찬 앞생각(계획)을 보니, 우리 앞날이 오늘보다 훨씬 넉넉해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가멸다’입니다. ‘가멸다’라는 말, 어딘가 낯설면서도 소리 내어 읽으면 입안에 꽉 차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재산이나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많다’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부유하다’나 ‘잘산다’는 말과 비슷하지만, 토박이말이 가진 구수하고도 수수한 맛이 살아있는 낱말이지요. 이 말은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이 잘 살기를 바라는 대목에서 힘 있게 쓰였습니다. 김동인 님의 소설 <운현궁>을 보면 흥선대원군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다짐하는 대목에서 이 말이 나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