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농악에 관한 연구는 기원에 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전승과정이나 실태에 관한 연구, 구성이나 판제에 관한 연구, 각 차(次)에 따른 기본형 리듬과 변형리듬에 관한 연구, 동작이나 춤사위 연구,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해서 상호 비교나 특징을 찾는 작업들이 활발한 편이었으며 상당수준의 연구성과도 축적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특히 농악의 리듬을 발췌하여 이를 무대음악으로 만든 꽹과리, 장고, 북, 징의 타악합주 사물놀이는 시연 3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미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학교의 사물놀이 팀이나 평생교육원, 직장의 동호인 중심으로 점점 확산해 가고 있다. 이제는 농악의 외양이나 내면의 매력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응답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농악 속에 어떤 미적인 가치가 있어서 한국인들은 농악과 더불어 긴 세월을 함께 해 올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지방마다 전해오는 농악은 각각 어떤 독특한 멋과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한국 농악 속에 녹아있는 미적인 특징이나 농악
농악은 한국의 대표적인 향토음악이다. 그런데 농악의 기원을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옛날 삼국시대 이전에도 5월의 파종 후나 10월의 추수 후에는 천신, 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이 있었는데, 이때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즐겼다고 한다. 그것이 비록 오늘날의 농악과는 다르다고 해도 농사일과 관련하여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에서 농악의 시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가요인 동동의 후렴에 나오는 「아으 동동다리」라는 가사에서「동동」을 농악에 쓰이는 북소리의 의성어인「둥둥」에서 온 말로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농악의 기원은 우리 민족이 이 땅에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가 하면 농악의 기원설도 다양하다. 농사와 안택(安宅)을 위한 축원설이 있고, 농군을 훈련 양성하는 방안의 하나로 군악(軍樂)설도 있으며, 사찰건립이나 중수목적의 모금방안과 관련한 불교 관계설 등도 있다. 이중에서는 농사를 위하고 안택을 제신에게 비는 농사안택축원설이 농악을 하게
충청남도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매해 인삼축제를 열고 있어서 이 기간 중에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를 비롯하여 세계의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금산을 찾고 있다. 또한, 금산군에서는 축제기간 동안 각 지방의 농악대를 초청하여 대대적인 농악공연을 계획해 놓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농악의 실기뿐 아니라 한국 농악의 미학이란 주제로 전국 국악학 학술대회도 준비하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을 둔 학자나 연구자들, 그리고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실기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개최일시는 10월15~16일 양일간 충남 금산의 다락원 소공연장에서 오전 10부터 열릴 예정이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국악속풀이는 농악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언제 어디서 보고 들어도 한국인을 신명나게 해 주는 농악은 음악적인 요소뿐 아니라, 무용적인 요소와 연희적인 요소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농악이나 농악무는 농사와 관련하여 집단노동을 할 때, 작업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명절 같은 때에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하는 농민들의 음악과 춤인 것은 분명하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를 ‘풍물’ 또는 ‘풍장’이라도 하는데, 풍물(風物)이란 말은 풍악에 쓰이는 기물을 말하는 것
우리가 자주 입에 올리는 말 중에 전통(傳統)이란 말이 있다. 전통이란 무슨 말일까? 아마도 과거로부터 전해 오는 ‘문화적 가치’ 혹은 ‘유산’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은 과거의 모습을 급속하게 바꾸는 개혁의 사회가 된다거나 혹은 동시 다발적으로 흘러들어오는 외래문화를 만나게 될 경우, 두 얼굴의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나는 전통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다. ‘오랜 전통은 지켜가야 할 바람직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쪽은 전통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전통이야말로 ‘사회질서의 기반’이라고 믿고 있다. 반대로 과거의 양식은 고리타분한 관습이어서 우리사 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라고 보려는 시각도 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전통문화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점이라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 중앙이나 지방의 국악계가 전례 없이 고무되어 있다. 그 가운데는 경기소리 노학순 명창이 이끄
경북대 국악과의 정해임 교수가 이끌고 있는 고령의 ≪대가야 가야금연주단≫이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축적된 연주단의 성장 모습을 보이고 평가와 함께 격려와 축하를 받는 기념 잔치를 열겠다는 것이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렀으니 연주단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로서 음악사에 남을 굵은 선 하나 그리고자 하는 의욕이 어찌 없겠는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지역 고령은 옛날 가야국이었다. 가야국 하면 제일 먼저 가야금이 떠오르고 가야금을 만들었다는 가실왕이 나타나며 가야금을 잘 탔다는 악성 우륵선생이 연상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우륵과 진흥왕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 있다. 가야국의 우륵이라는 악사가 가야금 한 틀을 가슴에 품고 신라에 들어가 매일같이 가야금을 타며 세월을 보낼 적에, 때마침 진흥왕이 이 음악을 듣고 계고, 법지, 만덕 등 3인에게 선생의 음악을 배우도록 하였다. 이들의 음악이 어느 정도 익어갈 무렵 진흥왕은 좌우에 늘어선 신하들과 함께 감상하고는 신라의 대악(大樂)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펼치자 신하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대의 이유는 “망한 나라의
가곡의 노래 말은 초장, 중장, 종장으로 짜여진 3장 형식의 시조(時調)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래 말을 가곡에 얹어 부를 때에는 5장으로 분장한다. 남창의 26곡, 여창의 15곡 전체가 동일하게 5장으로 나눈다. 가령, 우조 ‘초수대엽’에 얹어 부르는 “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되는 시조시를 가곡으로 나눈다면 제1장은 시조의 초장 안귀의 동창이 밝았느냐이고 제2장은 초장의 바깥귀인 노고지리 우지진다이다. 가곡의 제3장은 시조의 중장인 소치는 아희 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이다. 시조의 중장 전체가 가곡에서는 3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4장은 종장의 첫 3음절인 재 넘어이고 나머지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는 제5장으로 나뉜다. 다시 정리하면 시조의 초장은 가곡에서 1장과 2장으로 분장이 되고, 시조의 중장 전체는 가곡의 3장이 되며 종장의 첫 3음절만이 가곡의 제4장, 나머지는 제5장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이러한 형식이 바로 시조창과 가곡창의 큰 차이점이다. 간혹 시조의 중장이나 종장이 정형에서 벗 어나 길게 확대된 엇시조라고 해도 이를 별도의 장으로 늘리지 않고 모두 5장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곡의 형식이다. 반주 악기군이 먼저 대여음(大餘
전통가곡에 관한 속풀이를 하다가 잠시 다른 장르로 옮겨 갔다. 이번 주부터는 다시 가곡의 멋에 관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전통가곡은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으로 대별되고 있다. 남창 가곡은 우조 음계(흔히 서양음악의 장조 음계로 비교 됨)로 된 11곡과 계면조(단조에 비교 됨)로 만들어진 13곡, 그리고 중간에 조가 바뀌는 2곡 등 모두 26곡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여창 가곡은 우조가 5곡, 계면조 8곡, 그리고 변조의 2곡 등 모두 15곡이 모두 불리고 있다. 남창의 곡수에 비해 여창의 곡수가 적은 셈이다. 남창이든, 여창이든 간에 이들 가곡은 부르는 순서가 거의 정해져 있다. 느린 빠르기의 긴 호흡으로 부르는 곡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빠르게 진행되는 순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간에 몇 곡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으나, 절대로 앞뒤 악곡을 뒤바꿔 부르지 않는다. 창자 임의대로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을 관습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순서를 정해 놓고 순서대로 부르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전 시대 가곡의 명인들, 즉 이주환이 엮
김동석 씨는 미국의 명문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에서 한국음악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다. 대학에서는 Donald Kim 교수로 알려져 있으며 미 서부지역에서는 한국 전통음악과 춤의 대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얼마 전, 그가 한국인 최초로 Durfee Foundation의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 이 재단은 미국의 소수민족들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 높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음악을 보존하려고 2년에 한 번씩 소수민족 음악인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해서 연구사업을 후원해 주는 기관이다. 그동안의 수상자들로는 일본의 샤미센(三味線) 연주자, 남미의 인디오 뮤직 연주자, 스페인의 전통기타 연주자 들이었다. 그는 연구 사업으로 약 70분이 소요되는 대곡 성금연 류 가야금산조를 한 장의 음반으로 담아 낼 것을 계획하였고 그동안 연주해 오던 가락들을 다듬어 이번에 완성하였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내에는 여러 소수민족이 공생하고 있다. 한인 동포의 수는 약 200만을 넘는데, 그 중 LA지역에만 약 50만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전통음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
지난주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순임 명창은 해마다 여름, 경주 보문관광 단지 내에 있는 야외무대에《유관순 열사가》를 비롯한 《이차돈》, 《놀보전》과 같은 창극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려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월 초, 경상도 일대에 국지성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어 가슴을 졸이는 가운데, 단원들은 수궁가를 바탕으로 마당극 개념을 도입한 《약 일래라, 토끼 간이 약 일래라》를 총연습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무료 봉사였기에 하늘이 도왔는지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경주에서 창극이 공연될 수 있는 배경은 정순임의 열의와 경상북도의 지원, 그리고 그를 돕는 스태프와 제자들의 의욕이 충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극을 오페라 혹은 가극이라 부른다. 창극은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이다. 경기소리나 서도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극은 창극이라 부르지 않고 경서도 소리극이라 부른다. 창극의 기본은 판소리이다. 소리가 어느 정도 익어야 창극이 가능한 것이다. 소리가 익지 않으면 아무리 연기가 훌륭하고 사설을 재미있게 옮긴다 해도 가슴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정순임은 제자들에게 소리공부를 가장 중요하다고
지난 7월 초, 중국 연변에서는 한국전통음악학회와 중국 연변예술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3회 전통음악교류회가 열렸는데, 학술 토론과 공연 교류 행사에 국내 유명 교수들과 명인명창 40여 명이 참가하여 교류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 바 있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판소리 명창 정순임 씨는 그의 제자들과 함께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실연하였는데, 소리도 소리이려니와 멋들어진 발림(사설에 맞는 몸동작)으로 객석의 열띤 갈채를 받았다. 중국의 연변지역이란 곳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조(中朝)변경지역이다. 폭 30~40m의 두만강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환상적인 푸른 물이 아니라 뿌옇다 못해 완전히 죽어 버린 강이 되었다.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인 중국의 도문 시와 남쪽인 북한의 남양 땅이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이다. 이 연변지역은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언어나 음식의 불편이 거의 없다. 거리의 간판은 모두 한글을 먼저 쓰고 밑에 한문을 달아 무엇을 하는 건물인지 무슨 물품을 파는 곳인지 알 수 있어 딴 나라 같지 않고 친숙하다. 연변은 전통문화를 비롯해 여러 방면으로 북한의 영향을 받은 곳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