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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6. 노래 부르는 열정 하나로 사는 소리꾼, 곽윤자

   

 

중요무형문화재 19호 선소리 산타령의 이수자로 용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기소리의 중견 곽윤자 명창이 음반 출시를 했다고 한다. 평소 그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노래에 대한 그의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미국과 중국의 대학과 학술 및 실연교류회를 해 오고 있다. 겨울철에는 미국의 UCLA와 <Korean Music Symposium> 행사를 11년째 해 오고 있고,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는 중국의 연변예술대학, 그리고 조선족 예술단과 <학술 및 실연교류회>를 20여년 전부터 해 오고 있다. 이 행사에 국악계 여러 교수와 석 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인간문화재급 명인명창이나 이수자급의 실기인들이 동참해 주고 있다.

몇해 전부터는 선소리 산타령의 황용주 예능보유자 외 보존회 멤버들이 본 행사에 동행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곽윤자를 가까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연주여행을 함께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그녀만이 지니고 있는 인상에 남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는 그녀가 매사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소리꾼이라는 점이다. 간혹 대형 버스로 장거리 이동 때, 나는 대학원생들을 비롯한 젊은 단원들을 위하여 교양과 상식을 겸한 국악이론이나 국악사 관련 강의, 혹은 우리가 국악공부를 하던 50~60년대 경험담을 풀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나는 누가 열심히 듣고 누가 열심히 졸고 있는가를 살피게 되는데, 곽윤자는 두 눈을 잠시도 떼지 않고 경청할 뿐 아니라, 열심히 메모를 한다든지 또는 망설이지 않고 질문 공세를 폈다.

한번은 맨 앞좌석으로 뛰어나와 녹음기를 대는 통에 진땀을 흘린 기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배우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적극적인 정신을 지닌 사람임을 알게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위 동료가 전해 주는 말 속에서도 그녀는 전공분야인 선소리가 아닐지라도 배워 두어야 할 분야라면 경기민요나 무용, 또는 창작가요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항상 밝고 명랑한 대인관계가 인상적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는 더운 날도 만나고 추운 날도 만나게 되고, 즐거운 일도 섭섭한 일도 만나게 되고, 참여 회원 사이 뜻하지 않은 언쟁이나 불편한 관계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곽윤자는 미소를 띠며 모든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어렵고 곤란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힘, 이웃을 위한 말이나 마음, 행동을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대인관계가 남다르다는 점을 알게 한다.

셋째는 배우고 연습한 것을 평가받으려고 공개적인 발표무대를 갖는 등, 쉬지 않고 노력하는 예비명창이라는 점이다. 이수자 발표회나 그가 속해 있는 예림예술단의 발표공연이 그렇고 용인시 국악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표공연으로 늘상 그는 바쁘다. 집이나 연습실은 물론이고 길을 걸어가면서도,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누구와 만나 대화하는 짬짬이 늘 그의 입은 흥얼거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노래에 대한 그녀의 의욕이나 열정은 전국명창대회에서도 인정해서 대상의 영광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발표무대를 갖는 일이나 음반을 출시한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님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름난 명창이라고 해도 자신의 무대를 갖지 못한 명창도 많으며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세상에 내놓지 못한 명창도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 개인의 발표 무대요, 독집 음반의 제작이다.

이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면서 부지런히 준비하는 사람만이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이고,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젊은이다운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두드릴 수 있는 높은 문이라 할 것이다.

이번에 선을 보이는 창작 국악가요 ‘오려나’와 ‘처가집’이라는 2곡 역시 전통적인 창법 위에 새로운 리듬이나 표현기법을 요구하는 어려운 노래임에도 산타령으로 다져진 그의 충실한 기본기는 이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류의 새 노래들이 곽윤자에 의해 더욱 친근감 있게 생활 속에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기 바라며 평소의 흘린 땀의 대가가 뿌린 것 이상으로 큰 열매를 맺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