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 때 사간원에서 성균관 학유 조득인의 직임을 거두기라는 상소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학정(學正)ㆍ학록(學錄)이란 벼슬은 유생(儒生)의 사표(師表)로서, 인재의 현능(賢能, 어질고도 재간이 있음) 여부와 풍속의 아름답고 고약한 것이 모두 이와 직접 관련되고 있으므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신 등이 이조에서의 각 품에 제수한 문서를 접해 보았는데, 새로 급제한 조득인(趙得仁)으로 성균관 학유(學諭)를 삼은 적이 있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염치(廉恥)라는 것은 사풍(士風, 선비의 기풍)의 가장 큰 근간이옵고, 장리(贓吏, 뇌물받거나 횡령한 자)는 중인이 경멸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탐관오리와 불법한 인간은 비록 그 후손까지라도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하께옵서 특별히 관대하옵신 도량과 어떤 추한 것도 다 포용하옵시는 덕으로 장리의 자손까지도 또한 다시 등용하시니, 이는 〈아름다운 덕은 길이 그 후손까지 뻗어가게 하시고, 악한 일은 그 자신에만 그치게 하옵시는〉 아름다운 뜻으로 아옵니다. 그러하오나, 조득인은 장리인 조진(趙瑨)의 손자입니다. 어찌 성균관 학정·학록의 직임에 합당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봄강물 얼음 녹고 봄기운 돌아오네 (달) 움트는 소리에 놀란 봄가슴 (빛) 물오른 버들가지 기웃기웃 (초) 뱃사공 어디 가고 낡은 주막 (돌) ... 25.3.12.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근래에는 기후 변화가 심해서 계절 감각도 흐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수ㆍ경칩이 지나고 나면 얼어붙었던 저 강물이 풀리고 봄기운이 온누리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듯함을 느낄 수 있다. 강물 따라 청둥오리 물오리들이 날렵하게 자맥질을 하고 강가의 갯버들 가지들이 연둣빛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이런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던 농경민들의 후예인 노년기의 우리들이 아직도 이런 봄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고맙고도 애처롭다. 옛 뱃사공과 주막집을 떠올리고 그려보는 마지막 세대의 향수가 봄강물 위에 반짝이는 저 햇살처럼 오래 빛나기를...(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소장 조규형)는 4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혹서기 7~8월 제외) 5달 동안 경복궁 집옥재와 팔우정 내부를 ‘작은도서관’으로 조성해 개방한다. 경복궁 내 집옥재(集玉齋)는 고종이 서재로 사용하며 외국 사신들을 맞이했던 장소로, ‘옥처럼 귀한 보배(서책)를 모은다’라는 뜻을 지닌 전각이다. 집옥재의 양옆에는 팔각형의 2층 구조인 팔우정과 단층 전각인 협길당이 함께 자리해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경복궁관리소는 2016년부터 이곳에 1,700여 권의 조선시대 역사와 왕실 관련 도서를 비치하여 ‘집옥재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해 왔으며, 코로나19로 개방을 일시 중단(2020~2021년)했다가 지난 2022년부터 재개하였다. ‘작은도서관’의 개방 시간은 날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4시까지로, 경복궁 방문객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단, 매주 월ㆍ화요일과 7~8월(혹서기), 한가위 연휴(10.5.~8.)와 문화행사가 있는 날에는 휴관한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royal.khs.go.kr)을 참고하거나 전화(☎02-3700-3900~1)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소장 이승재)는 4월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4.6./4.13./4.20./4.27.) 낮 2시에 덕수궁 정관헌과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서울 중구)에서 대한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가족 참여형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석조전에서 만난 세계」를 운영한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한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기획된 덕수궁의 대표적인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이다. 교육에 참여한 어린이는 대한제국의 황제와 외교관이 되어 황제를 폐현하는 행사를 체험하고, 대한제국 시기 정동에 있던 외국 공사관과 관련 건물에 대해 알아보는 게임 활동도 하며 덕수궁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 폐현: 대한제국 황제를 찾아뵙는 의식 4월 6일과 13일자 교육프로그램 신청은 4월 1일 낮 2시부터, 4월 20일과 27일 자 교육프로그램 신청은 4월 15일 낮 2시부터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royal.khs.go.kr, 덕수궁-통합예약)에서 선착순으로 할 수 있다. 참여 대상은 초등학교 4~5학년 어린이이며, 회차별로 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당초 3월 9일(일)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어린이박물관의 상설전시 《달토끼와 산토끼》를 2026년 5월 10일(일)까지 약 1년 동안 연장 운영한다. 《달토끼와 산토끼》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자, 옛이야기 속에서 지혜롭고 꾀 많은 존재로 그려지는 ‘토끼’를 주인공으로 한 어린이 눈높이 전시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 이야기,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방정환의 《어린이》 잡지에 실린 ‘토끼의 재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창작동화로 재구성하고, 이를 다채로운 체험과 놀이 요소와 결합해 풍성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개막 이후, 어린이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취향 저격 전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흥미로운 콘텐츠,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은 나라 안팎 어린이 전시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물관은 전시 연장에 맞춰 3월 10일(월)부터 31일(월)까지 약 3주 동안 임시 휴관을 진행하고, 좀 더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재정비를 마쳤다. 전시는 4월 1일(화)부터 다시 문을 열며,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들의 ‘N차 관람’ 열기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우리 전통문화의 연구와 계승, 발전을 위한 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4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더 라움’에서 ‘제13회 아름지기 기금 마련 바자’를 연다. 2010년부터 시작된 ‘아름지기 기금 마련 바자’는 우리 전통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뜻에 공감하는 후원자와 후원기업이 함께 진행하며, 바자의 수익금은 전액 전통 의ㆍ식ㆍ주 문화를 위한 사업 기금으로 사용된다. 배우 신애라, 오연수, 윤유선, 최지우, 윤승아,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등 유명인들도 옷, 가방, 액세서리 등 애장품 기부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자선행사에 동참한다. 또 흑백요리사로 큰 주목을 받은 도량의 임태훈 조리사는 GS25와 협업한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남영탉의 오준석 조리사는 바자 현장에서 꼬치 요리를 선보인다. 이를 비롯해 패션과 잡화, 화장품, 보석, 가구와 생활용품, 바로 요리 꾸러미(밀키트), 어린이용품, 공예 작품 등 100여 개의 상표가 참여한다. 특히 협력 상표에서 기부한 건강용품, 화장품, 애견 관련 후원물품이 시중 대비 싼값에 팔며, 재단 회원들이 기부한 골동 의류와 명품, 패션 잡화를 합리적인 값에 파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시립청소년드림센터(서울 양천구)는 국가보훈부가 진행하는 2025 보훈 주제활동 ‘보훈해봄’ 공모사업에 뽑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역사의 주인공이 되다’ 보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 보훈 주제활동 프로그램 ‘청소년, 역사의 주인공이 되다’는 청소년들이 서울시 내 독립 관련 명소를 탐방하며 역사와 독립에 대해 배우고, 이를 소책자로 제작하는 활동이다. 이 프로그램은 광복 80돌을 맞아 보훈의 의미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나라사랑 값어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시립청소년드림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독립과 보훈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보훈 주제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역사적 지식만 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의 중요성을 배우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립청소년드림센터는 서울 양천구에 있으며, 서울시에서 설립하고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수탁받아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맞춤형 한자리(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기청소년 지원 특화시설이다. 시립청소년드림센터 박정우 센터장은 “이번 보훈부 공모사업을 통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춘천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송유진)이 오는 4월 18일(금) 저녁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제178회 정기연주회 “OBERON”을 연다. 이번 공연은 독일 낭만주의, 프랑스적 색채, 고전적 구조미가 한데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협연자로 나서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하며 정교한 기교와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생상스 탄생 190돌을 맞아 12월에 열릴 본격적인 기념 공연을 앞두고 생상스의 대표 협주곡을 미리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1부는 △ 베버의 오페라 <오베론> 서곡(작곡연도 : 1825년~1826년)으로 공연의 문을 연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마지막 작품으로, 숲의 정령을 연상케 하는 생동적인 관현악 기법과 극적인 오케스트라의 전개가 돋보이는 곡이다. △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작곡연도 : 1879년~1880년)은 19세기 바이올린 거장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된 작품으로, 화려한 기교와 서정성이 결합 된 프랑스 낭만주의 대표작이다. 이번 연주는 생상스 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3월이 봄의 수줍은 미소라면 4월은 봄이 얼굴을 펴고 웃는 계절이라고 하겠는데 올해는 날씨건 세상이건 봄이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안 왔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다음 주는 4월이지요. 4월 초, 정확하게는 4월 2일이 되면 제가 속한 모임에서는 서울 중랑구 망우리공원의 한 묘소에 오릅니다. 제가 속한 모임은 ‘아사카와 노리타카 다쿠미 현창회’입니다. 이름에서 보듯 아사카와라는 성을 가진 일본인 형제를 기리는 모임입니다. 망우리에는 아사카와 형제 가운데 동생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 巧)의 무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1891년에 태어나 23살 때인 1914년에 우리나라로 와서 산림과 수목 관련 일을 하다가 1931년에 세상을 떠난 분인데 돌아가시고도 이 땅에 묻혀있습니다. 돌아가신 지 올해로써 94돌이 되는군요. 우리들 현창회 회원들은 해마다 4월 2일에 이분의 묘소에 간단한 술과 안주와 함께 그의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덤 앞쪽에는 작은 비석에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걸견폐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자기 주인에게 충성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걸왕은 대표적인 폭군이고 요임금은 대표적인 성군입니다. 그런데 폭군인 걸왕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자지러지게 짖어댑니다. 그것은 개의 머리에 선악의 판단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기 편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세태에 참 맞는 성어인 것 같아서요. 자기 편이 아니면, 곧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막무가내로 물어뜯습니다. 우리 겨레가 쓰는 말은 자신의 의견을 고급스럽고 품격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훌륭한데도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총과 칼로 하는 정치보다 말로 하는 정치가 그래도 온건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린 특정 나라의 언어를 저급영어라고 폄훼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층이 말하는 언어를 보면 그런 비판을 해 온 것이 부끄러워집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말은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차라리 "우리 당과 나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서요."라는 솔직함이 더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