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할머니의 연등 - 유 봉 수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시골 작은 절집에도 이웃 사람들 모여 저마다의 연등을 받아 들고 절 마당 곳곳에 꽃등을 달고 있습니다. 허리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구석진 해우소 쪽으로 들고 갑니다 “할머니! 제가 좋은 곳에 달아드릴게요 왜 하필 이 구석진 여기로 오셨어요?” “우리 스님이 어둡고 구석진 곳을 밝혀야 진짜 등불을 밝히는 것이라 말씀했어요.” 이제 다음 주 19일이면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날’이다. 그래서 곳곳에 연들이 달린다. 대낮에도 켜는 연등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자 함”이란다. 그런데 많은 이는 연등을 걸어놓고 소원을 빈다. 무엇을 빌었을까?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어에서 “연기(緣起)의 가르침은 단지 불자(佛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은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는 그 지엄한 진리를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뜻깊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비록 힘드시더라도 모두가 환희로운 마음을 가득 담아 이웃과 함께 염화미소를 나누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혼자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대포소리 울리는 곳에도 봄이 오니 / 청구 옛 땅에 빛은 새로워라 / 달빛 아래 산영에서 칼을 가는 나그네 / 철채 바람 맞으며 말을 먹이고 있네 / 중천에 펄럭이는 깃발은 천리에 닿은 듯 / 진동하는 군악소리 멀리도 퍼지는구나 / 섶에 누워 쓸개를 핥으며 십년을 벼른 마음 / 현해탄 건너가서 원수들을 무찌르세. " 이는 《애국지사들의 이야기(5)》에 나오는 홍성자 수필가의 ‘청산리 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 편(p255~273)에 인용된 시다. 이 시는 김좌진 장군이 지은 ‘산영월하 마도객 칠색풍전 말마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애국지사들의 이야기(5)》는 캐나다애국지사기념사업회(회장 김대억, 이하 기념사업회)에서 해마다 1권씩 펴내는 책으로 올해로 5권을 냈다. ‘코로나19’ 상태에서도 기념사업회에서는 원고를 부지런히 모아 300쪽 분량의 책을 펴낸 것이다. 기념사업회 김대억 회장은 “캐나다에서 애국지사기념사업회가 발족한지 11년이 되었다. 처음 몇 년간은 애국지사기념사업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동포들이 의외로 많아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우리는 묵묵히 애국투사들의 고귀한 조국애와 민족애를 캐나다 동포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번에도 또…공부의 신(神) 이율곡, 9번 수석합격 신화를 쓰다!> 오늘날 이런 일이 있다면, 신문에 이런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지 않을까. 1564년(명종 19년), 대과 명경과의 최종합격자가 발표되던 날. 한양은 온통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의 탄생으로 술렁거렸다. 그 어렵다는 과거시험을, 9번 모두 수석으로 합격한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 이율곡. 500년 조선사에 이런 공부 천재는 없었다. 이 책, 《율곡의 공부》는 5,000원권 지폐의 주인공이자 신사임당의 아들인, ‘이율곡’이라는 전무후무한 공부 천재가 이뤄낸 9번 수석합격의 비밀을 9가지 공부법으로 풀어낸 책이다. 입지, 교기질, 혁구습, 구용구사, 금성옥진, 일목십행, 택우문답, 경계초월, 지어지선으로 요약되는 이 9가지 공부법은 저자의 상세한 설명과 어우러져 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사실, 사극이나 역사책에서 흔히 접하는 조선의 신하들은 그저 ‘공부 좀 했던’ 정도가 아닌, 난다긴다하는 수재들이었다. 조선에서 대과에 급제해 조정에 출사하는 것은 평생을 공부해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만큼 소수의 수재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장 미 - 주장성 저의 잔을 늘 넘치게 부어 주시사 교만의 가시가 돋는 것을 몰랐습니다. 푸른 잎 하나 이슬 한 방울. 심히 부끄럽습니다. 엎드려 기도합니다. “수만 송이의 장미와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마치 내가 장미가 된 듯하다. 나이 들수록 두꺼워지는 것은 얼굴밖에 없는지 근거 없는 자존감만 높아지고 있다. 작은 키와 수영선수처럼 떨 벌어진 어깨, 다리가 불편해서 뒤뚱거리는 걸음까지 어딜 봐서 내가 장미를 닮았을까. 하지만 꽃이나 사람이나 저마다의 개성이 따로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장미가 있는가 하면 키 작은 민들레나 제비꽃, 채송화도 자기만의 매력이 충분하지 않은가.” 수필가 서미애는 그의 수필 <장미가 있는 저녁에>에서 그렇게 읊조린다. 그렇다. 장미가 어디 똑같은 모습이런가? 어디 붉은 장미만 장미인가? 붉은 장미가 있는가 하면, 노랑, 파랑, 흰 장미들도 있다. 따라서 남이 볼품없다고 바라볼지라도 장미는 장미일 뿐이다. 스스로 교만의 가시가 돋아 있더라도 말이다. 주장성 시인은 “교만의 가시가 돋는 것을 몰랐다.”라고 했다. 장미 스스로 가시가 돋는 것을 안다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김영갑. 제주가 좋아, 제주에 살며, 제주의 자연을 필사적으로 렌즈에 담은 한 예인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제주에 온 사람들은 한 번쯤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를 찾곤 한다. 이 갤러리는 사진작가 김영갑이 루게릭병을 앓으며 자신의 마지막 생의 불꽃을 태워 세운, 폐교를 개조한 사진 갤러리다. 필자 역시 이곳을 찾아 그의 사진에 크게 감명받은 적이 있다. 사진에 대해 평할 만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의 눈에도 그의 작품세계는 퍽 비범해 보였다. 제주의 바람이 스치는 찰나, 파도가 들이치는 순간을 기막히게 포착한 그의 사진은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예인 김영갑이 제주에서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찍었는지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담담히 구술한 기록이다. 자신의 몸과 정신을 오롯이 사진에 바치며 너무나 몸을 혹사한 탓일까. 40대 초반, 루게릭병을 앓게 된 그는 출판사의 책 출간 제의를 받고, 자신의 사진 판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자신이 예전에 쓴 책에서 원고를 뽑아 쓰며 필요한 내용은 구술하는 조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풀꽃들의 수다 - 유 미 영 부쩍 시끄러워진 양지뜸 소곤소곤 도란도란 떠들어 대는 풀꽃들의 수다에 귀를 쫑긋 세운 봄볕이 녹아든다 바람이 순해진다 (어른들을 위한 동시) 이승철 시인은 그의 시 <변산바람꽃>에서 “급하기도 하셔라 / 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중간 줄임) 언 땅 녹여오시느라 / 손 시리지 않으셨나요 / 잔설 밟고 오시느라 / 발 시리지 않으셨나요.”라고 노래했다. 아마도 바람이 불어 언 땅을 녹여 변산바람꽃은 피었나 보다. 그렇게 봄의 풀꽃들은 우리 곁에 다가섰다. 이렇게 바람이 피워낸 꽃의 종류를 보면 “여기도 바람꽃, 저기도 바람꽃 하니까 이것저것 생김새 보고 이름 붙여주다가 나도 끼워 달라고 귀찮게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럼 너도바람꽃이라고 해라.”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너도바람꽃’, 그럼 나도 빠질 수 없다고 해서 ‘나도바람꽃’, 꽃대가 1개씩 자라서 ‘홀아비바람꽃’, 회오리바람처럼 보인다 해서 ‘회오리바람꽃’, 꿩 발자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꿩바람꽃’도 있다. 그밖에 만주바람꽃, 풍도바람꽃, 태백바람꽃이 있으며, 그저 아무 꾸밈도 없는 소박한 이름 ‘바람꽃’도 있다. 이렇게 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이카쿠의 여러 지방이야기(西鶴諸国ばなし)》라고 하면 얼른 이해가 안가겠지만 ‘일본판 신전설의 고향’ 이라고 하면 ‘어? 재미있겠는데..’ 라며 흥미를 가질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고전(古典) 독해를 하면서 함께 공부한 내용을 알기 쉬운 한국어로 번역해 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고전명저독회> 회원들이 이번에 《사이카쿠의 여러 지방이야기》를 펴냈다. <일본고전명저독회> 회원들은 3년 전 《우지습유모노가타리》(지만지 출판)에 이번에 《사이카쿠의 여러 지방이야기》(지만지 출판)를 출간했는데 실은 코로나19로 예정보다 1년 늦게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으로 유명한 일본 에도(江戶) 시대의 대표 작가 이하라 사이카쿠로 그는 일본 전역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수집해 작가 특유의 해학을 보태 새롭게 설화를 창작했다. 말하자면 옛것(전설)과 지금(사이카쿠가 생존해 있던 에도시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낸 ‘일본판 전설의 고향’ 쯤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방은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에도(江戶, 지금의 도쿄)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예로부터 제왕들이 배우는, 경국(經國)을 위한 통치학이자 제왕학이었다. 역사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임금이 되고자 하는 자, 곧 제왕학 공부를 하는 이들은 역사를 통해 옛 선현이 마주한 갖가지 문제를 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론을 배움으로써 경세의 도를 깨치고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업적을 이룬 성군이자, 그 위대함이 극에 달하여 ‘대왕’으로 추숭받는 한 임금이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해냈는지’, 그 방법론을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의 리더십 교육으로도 손색이 없다. 세종의 리더십, 세종의 국가경영 비결에 관한 연구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이유다.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가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가 2011년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개념’이라는 주제의 연구 과제를 채택한 후 여섯 명의 연구자가 세종의 정치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가치를 연구한 결과를 모아 엮은 것이다. 이들은 세종리더십의 요체를 각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며 핵심사상을 도출해냈다. 정윤재 교수는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가치로 ‘균형감각’, ‘힘 실어주기’, ‘추진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바람의 길 - 김상아 꽃씨를 틔우는 건 봄비가 아니라 바람이라 하였지 바람이 낸 길을 바람 따라 걸으면서도 그 속을 알지 못했지 음악이 날려 오고 문학이 날려 오고 이 모든 게 바람의 짓이란 걸 누군가 일러준 뒤에야 알게 되었지 내가 익는 건 햇살이 아니라 한 자락 바람이라 하였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공 부 - 김기준 운구를 해 보면 안다 저 길이 곧 나의 길이라는 것을 운구를 하다 보면 철이 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언젠가 친구를 운구해 보면 이윽고 깨닫게 된다 먼 길 가는 길이 이미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운구는 하늘이 주신 기회이자 참다운 공부다 “눈물 짓고 이별하고, 황천길로 떠날 적에” / “빈손 들어 배 위에 얹고, 황천길로 들어갈 때 /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 (가운데 줄임) 방문 안을 바라보니, 머리맡에 약그릇과 / 지성구원 하던 모양 여기저기 던져있고” / 처자권속 돌아앉아, 눈물 짓고 있는 모양 / 산천초목도 설워하고, 일촌간장이 다 녹는다.“ 이는 서울시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박상옥 명창이 부르는 상엿소리 사설이다. 우리 겨레는 사람이 살다가 이승을 떠나면 상여를 태워 저세상으로 보낸다. 이 세상 사는 동안에는 온갖 궂은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꽃상여를 태워주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주검을 운구한다. 앞에는 동네에서 가장 목청 좋고 곡을 잘하는 사람이 상엿소리를 하고 좌우로는 상여꾼들이 적게는 20명이 좌우에서 상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