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알른알른 [뜻]1)무엇이 조금씩 보이다 말다 하는 모양[보기월]가게 이름이알른알른잘 안 보여서 좀 더 가까이 가야했습니다.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니면 몸은 숨김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그제 저녁에 먹은 게 안 좋았는지 자고 일어나서 속이 마뜩잖아서 힘이 들었습니다. 어제 뒷낮까지도 개운해지지 않아서 먹는 게 조심스러웠습니다.뒷낮에는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밖에 나갔습니다. 수레를 세워 놓고 만나기로 한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가게 이름이알른알른잘 안 보여서 좀 더 가까이 가야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가게였습니다. 한 골목 위에 가니 그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람이 차서 눈물을 좀 흘렸지만 찾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언제쯤 따뜻해져서 두꺼운 옷을 안 입어도 될까 묻는 아이 마음과 같이 좀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속이 좀 나아졌는지 저녁 때가 되니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저녁밥은 가리지 않고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속은 개운하지 않아서 따뜻한 물을 마시며 속을 달랬습니다.어제까지 떠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상기다 [뜻] 1)몬(물건) 사이가 조금 뜨다.[보기월] 상긴이 틈에 낀 것들을 입씻이틀로 씻어내고 나니 개운했습니다.아이들 마침풀이(졸업식)를 끝내고 배곳에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모여 낮밥을 먹었습니다. 한 해 동안 가르친 아이들과 헤어지고 시원 섭섭한 마음을 달래는 자리였습니다.맛있는 밥을 배부르게 먹고 들어오니 아이들이 글로 인사를 남겨 주었습니다. 마음에 쏙 들게 잘하지 못 해서 죄송하고 그 동안 잘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꼭 찾아 와 주겠다는 다짐을 한 아이도 있었고,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겠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무엇보다 토박이말을 알 게 해 줘서 고맙다며 좋아하는 토박이말로 글을 쓴 아이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앞으로 가끔 사는 이야기 주고받으며 지내자고 하나하나 글을 갚아주었습니다.어제 먹은 게 안 좋았는지 아침에 일어나지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하다가 숟가락을 다시 놓고 속을 달랬습니다. 한 숟가락을 먹었는데 입안 구석구석에 밥알이 끼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상긴이 틈에 낀 것들을 입씻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실바실 [뜻] 1)모르는 사이에 흐지부지 없어지는 모양[보기월] 헤실바실빠져나가는 아이들과 달리 끝까지 하고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어제 아침 배곳으로 오는 길에 기별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우니 살펴 가라는 말을 말입니다. 멀리 보이는 지리뫼 마루가 구름으로 덮여 있는 걸 보며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까 차갑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누리어울림마당 동무들께서 올려주신 찍그림을 보면서 눈으로 덮혀 온통 하얀 눈누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날씨처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 붙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와 있는 봄과 함께 따스한 기별을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아이들과마지막 가심을 함께하며헤어질 채비를 했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는데 그동안 빠짐없이 와서 깨끗하게 가셔 준 아이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어제 온 두 아이들은 더욱 그랬습니다.헤실바실빠져나가는 아이들과 달리 끝까지 하고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자 [뜻] 1)몬을 서로 바꾸거나 사고파는 곳=시장[보기월] 우리가 언제부터 '저자'라는 말을 버리고 '시장'이란 말을 썼을까요? 어제는 날씨가 추워진다는 기별을 미리 들었는데도 다들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것처럼 많이들 했습니다. 아이들 가운데 밖에서 공을 차면서 손이 시린지 소매에 손을 넣고 뛰어 다니는 아이도 보였습니다. 저는 집에서 나서면서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서 그런지 그렇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는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 줄곧 틀린 글 찾기를 하느라 눈이 아팠습니다. 여러 사람이 본다고 봤는데도 틀린 게 보였습니다. 슬기틀 힘을 빌려서 마지막으로 챙겨 보기로 하고 일을 끝냈습니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지나치게 쉬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글살이가 쉽지 않을 만큼 어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지는 쪽에서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제가 몸담고 있는 배곳 뒤에 바로저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일을 마치고 나가면서 저녁에 먹을 것들을 사 갈 수 있어 좋다고도 하십니다. 하지만 길이 좁아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알량하다 [뜻] (나름대로는 대견스러워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시시하고 보잘것없다.[보기월]보기에 따라서는 알량할 수도 있는 그것을 지키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몇 날 동안 이건 봄이다 싶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꽃망울을 머금은 나무들이 보이고 낮에 집 안에서 뚜꺼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만큼 따뜻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봄이 머지않았다고 했지요. 그제 비가 올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가 그치고 나자마자 날씨는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배곳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때끝 마무리를 하는데 제가 맡은 일이 여느 날 해서 다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잘못은 안 보이고 남 잘못은 잘 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을 살피다 보면 잘못된 곳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서로 바꿔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거의 하루를 봤지만 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놉을 대서 해도 다 할 수가 없었지요. 또 다시 봐야 할 빌미를 얻었다는 데 뜻을 두어야겠습니다. 누군가를 꼲고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삽삽스럽다 [뜻](품이나 마음 씀씀이가)마음에 들게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데가 있다.[보기월]그리고 제가 좀 더삽삽스러웠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날을 쉬고 나가면서 챙겨서 할 일들을 적어서 나갔습니다. 옷도 뫼에 오르는 사람처럼 입고 갔지요. 늘옴치레기같은 아이들 마음 챙기랴, 쏟아지는 물음 갚으랴 많이 바빴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빠뜨린 게 있어서 머리를 숙일 일도 있었고, 잘못한 일을 바로 잡을 일도 있었습니다. 둘레에 계신 분들 마음을 맞춰 드리지 못 하니 그 분들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제 마음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했더라면, 좀 더 능을 두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좀 더삽삽스러웠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꼭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사이가 느껴질 때마다 말입니다.늘 둘레에 사람들이 많은 분은 꼭 갖고 있거든요.^^설을 쇠면서 다짐한 게 있습니다. 앉아 있는 때새를 줄이고 좀 더 많이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밤 마실을 나갔습니다. 바람이 차가울 거라는 생각과 달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헤식다 [뜻]1) 바탕이 단단하지 못하여 헤지거나 갈라지기 쉽다.[보기월] 털로 만든 자리 위에 떨어졌는데도헤식은그릇이 여러 조각으로 깨졌습니다.다들 설은 잘 쇠셨는지요? 반가운 집안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드시며 이야기꽃도 활짝 피우셨을 거라 믿습니다. 날씨도 좋고 여러 날 쉬는 날이 이어져 좋은 곳에 다녀오신 분들도 많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나라 밖에서 차례를 모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니 참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이제 절값을 받는 일은 거의 없고 줘야 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두둑하게 챙긴다고 챙겨 간 돈이 모자랐습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지요. 인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맞는 일과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는 일이 겹쳐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그제 저녁 가시집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저는 아는 분과 함께 다른 곳에 인사를 드리러 가야했습니다. 얼른 다녀 와서 만날 생각으로 나섰지요. 가서 인사를 드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올 때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이 간 아이가 옷을 입다가 상 위에 있던 유리 그릇을 쳤습니다. 털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저어하다 [뜻] 마음을 써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다[보기월] 갈침이로서틀린 게 어버이들께 가는 걸저어하지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해서 옷을 좀 가볍게 입고 나섰더니 몸으로 느끼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낮이 되면 더 따뜻해 질 거라 생각했는데 해가 구름에 가려서 그렇게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람이 불어 더 추운 것 같았습니다. 때끝 마무리로 모두가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맘 때 늘 그렇듯이 잘못 쓰거나 틀린 말들을 찾아 고치는 일에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갈침이로서 틀린 게 어버이들께 가는 걸저어하지않을 수 없기때문입니다. 남 허물은 잘 보이고 제 허물은 잘 안 보이는 것처럼 잘못 쓰거나 틀린 곳을 찾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혼자서 여러 차례 봐도 안 보일 때가 많아서 서로 바꿔서 보고 마무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녁에는 어린이 소리꽃패 솜씨 자랑을 봤습니다. 한해 동안 땀을 흘려 가며 갈고 닦은 솜씨에 자리를 함께한 분들 모두가 큰 손뼉을 쳐 주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그렇게 멋지게 잘 가르치고 이끌어 주신 갈침이들이 우러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알기다 [뜻] 조금씩 갉아 내거나 빼내 가지다.[보기월] 누가알길까봐단단히 한다고 그런다는 걸 알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따뜻한 바람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막상 가서 보면 켜자마자 꺼지거나 절로 찬바람이 나오는 쪽으로 가버립니다. 앞낮 두 때새만 지나면 해가 들어와서 견딜 만합니다. 혼자 있을 때 손이 시린 걸 좀 참으면 되지만 따뜻한 바람이 그립긴 합니다.토박이말바라기가 법인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 두 가지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는 살림 밑천 마련해 놓은 걸 보여주는 것이고 나머지는 법원에 이름 올린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살림 밑천은 마련해 두었는데 그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종이를 떼는 일이 좀 어려웠습니다. 가져 갈 것도 있었고 떼어 갈 것도 있었습니다.누가알길까봐단단히 한다고 그런다는 걸 알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책(통장)을 만들 때 다 챙긴 것들인데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종이를 만들 때 다시 가져 오라는 것이 말입니다. 똑똑한 슬기틀 속에 넣어 놓고 봐야 할 때 꺼내 볼 수 있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상고대 [뜻]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보기월] 그상고대때문에 나무가 죽는다는 걸 알고 새삼 놀랐습니다. 손을 호호 불어 가며 글쇠판을 누르고 있으니 옛날 어릴 때 얼음을 지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날씨도 요즘보다 훨씬 더 추웠고 옷도 그리 따뜻한 것도 아니었는데 잘 견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에서 토끼 몰이를 하던 일도 생각납니다.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와 발이 젖어 시려도 잘 놀았지요.그래서 좋아서 하는 일은 힘든 줄 모르고 한다는 말이 있고, 놀 때는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나 봅니다. 아이들 자리에서 생각하면 이제 마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좀 더 놀듯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런데 해야 할 게 있고, 그것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렇게 해야 할 걸 하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없이 해야 할 일을 챙겨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요. 오죽하면 제가 그리 잘하는 아이 어버이가 부럽다고 했겠습니까? 나이는 같은데 하는 걸 보면 몇 살 언니처럼 보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