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닿은 보드레한 잎이 건네는 살가운 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집앞 뜰에 있는 모과나무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하루 사이 눈에 띄게 자라 있었습니다. 가지마다 난 잎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그 잎을 손끝으로 살짝 스치자 사르르 닿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 때 떠오른 말이 바로 ‘보드레하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보드레하다’를 '꽤 보드라운 느낌이 있다'라고 풀이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말은 ‘꽤’입니다. 아주 물러 흐물거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부드러워서 기분 좋게 느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보드레하다’라고 하면 단순히 만져지는 감촉을 넘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알맞은 부드러움이 함께 떠오릅니다. 우리는 흔히 ‘부드럽다’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드레하다’에는 그보다 한결 더 살결 같은 따뜻함과 살가움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 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여리지도 않은, 딱 좋은 느낌. 봄날 갓 돋아난 잎사귀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지금 막 나온 잎을 보면, 아직은 바람에도 살짝 흔들리고 햇볕에도 조심스레 몸을 맡깁니다. 그렇지만 그 잎은 단지 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