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지은이, 그리고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 세간에 알려진 최순우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이다. 오늘날 최순우, 라는 이름 석 자는 우리 박물관 역사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굵직한 이력 몇 줄로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인 세월이 그만큼 무겁고 두터운 까닭이다. 그래서 이혜숙이 쓴 이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을 전한 혜곡 최순우》는 더욱 반갑다. 책에 실린 최순우의 박물관 외길 인생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건 한 사람의 열정과 그 열정이 빚어낸 열매에 잔잔한 감동을 하게 된다. 그와 문화유산과의 인연은 송도고보 5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성에 살던 그는 송도고보 5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빼어난 감식안으로 이름난 우현 고유섭을 만나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는다. 고유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겨레 문화를 알리고 긍지를 심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청년이었던 최순우에게 이런 격려는 천군만마와 같았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 ‘손님이 와도 일어나지 마라. 일할 때는 공적인 일이 아니면 마루로 내려가지 마라. 규장각에서 공부하는 학자가 아니면 아무리 높은 관리라 하더라도 규장각에 올라갈 수 없다. 일할 때는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해라.’ 조선 후기의 명군, 정조가 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일하는 관원들에게 내린 지침이다. 쓱 훑어봐도 정조가 규장각 관원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뒤 창덕궁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한 곳에 2층 건물, 규장각을 지었다. 정조는 24년 동안 재위하면서 규장각 학자들과 151종류, 3,960권의 책을 펴냈다. 직접 펴낸 책 말고도 중국이나 외국의 희귀한 책을 구해와 보관하기도 했다. 책이 귀했던 시절, 규장각은 모든 종류의 책을 모아놓은 ‘조선의 보물창고’였다. 이 책, 신병주 교수가 이혜숙 작가와 함께 펴낸 《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는 규장각에 소장된 책들 가운데 잘 모를 법하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을 가려 뽑았다. 옛 규장각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각종 국보와 보물, 옛 책과 문서, 지도, 정부 기록물 26만여 점 가운데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