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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이유라, 해금으로 법고창신의 경지 이룩하다

[공연] “김세종제 춘향가로 듣는 이유라의 해금산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두 줄의 미학으로 황홀한 해금. 해금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악기는 보통 6줄 이상이다. 하지만 해금은 오직 두 줄을 손으로 감아쥐거나 떼면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 두 줄뿐이지만 6, 12줄 심지어 25줄을 가진 어떤 악기에도 뒤지지 않는 신비한 악기다. 이 해금으로 청중을 사로잡아온 이유라는 지난 7일 저녁 7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김세종제 춘향가로 듣는 이유라의 해금산조를 펼쳤다. 


난계예술제 문화부장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한 이유라는 이유라 독집음반 “The Moment of Leeeura”, 해금실내악단 이현의 농’ 123, 태교음반 <왕자를 키운 음악> 등 많은 음반을 내왔으며, 현재 국악퓨전 이유라밴드를 이끌고 있고, 해금실내악단 이현의 농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판소리를 해금으로 표현한 것이다 

 

  

▲ 혼신을 다해 “김세종제 춘향가로 듣는 이유라의 해금산조”를 연주하는 이유라



그동안 해금 연주는 산조나 단편적인 창작곡을 연주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전통음악의 기본인 법고창신(法古創新)”에는 못 미친다는 느낌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고창신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이유라는 연주를 통해 늘 자신을 연마하고 있지만, 막상 새로운 작업을 앞두고는 또 다시 긴 열병을 않는다고 고백하면서 공연을 기획했다. 그는 일 년여 동안 판소리 명창에게서 소리를 직접 배우고, 채보하고, 해금의 시김새를 새롭게 바꾸는 등 혼신을 다해왔다. 


그런 그의 열정이 청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했다. 시작은 해금 다스름 설레임’”이다. 다스름이란 한국 전통음악에서 악기를 연주하기 전에 음률을 고르기 위해 짧은 곡조를 연주하는 것이다. 첫 설레임의 가슴 뛰는 감성을 섬세한 해금으로 풀어낸다는 설명처럼 이유라의 설레임이 청중의 설레임으로 다가선다. 


이어서 즉흥시나위가 연주된다. 이유라의 해금을 중심으로 대금 김상연, 거문고 허익수, 아쟁 신재현, 장구 정준호가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즉흥 연주는 가히 일품이다. 이날의 연주곡목 가운데 청중들이 가장 쉽게 호흡한 곡일 게다. 즉흥시나위가 끝난 뒤 본격적인 이유라의 해금연주에 앞서 노해현 소리꾼의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천자뒤풀이가 걸쭉하다. 

 

  

▲ “즉흥시나위”를 연주하는 모습


이제 우리는 오늘의 중심 음악 김세종제 춘향가로 듣는 이유라의 해금산조를 들어볼 차례다. 연주자나 청중이나 처음 시도되는 이 음악에 모두가 그야말로 설레임으로 파묻힌다 


이유라는 판소리 음악 김세종제와 고대 소설 춘향전의 두 공간을 현재적 시작으로 읽어내는 시도를 한다. 판소리에서는 더늠이라는 것이 있다. “더늠은 판소리 명창들에 의하여 노랫말과 소리가 새로이 만들어지거나 다듬어져 이루어진 판소리 대목을 말한다. 이유라는 해금으로 이 더늠을 표현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의 법고창신의 순간이다.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유라제 해금산조일지도 모른다. 


연주자는 도창을 겸한 짧은 나레이션을 풀어내면서 다섯 장으로 나눠 오늘날의 오늘의 춘향을 대변한다. 1장은 만남과 사랑, 2장은 이별과 슬픔, 3장은 위기와 고통, 4장은 인내와 해탈, 5장 해후와 기쁨이다. 각 장마다 김세종제 춘향가의 눈대목에 해당하는 소리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하는 연주는 신명 그 자체다. 이 연주야말로 이유라가 존재하는 그 이유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힘들게 끝난 연주에 연주자와 청중 모두가 열병을 앓고 난 듯하다 

 

  

▲ 첫곡 다스름을 연주하는 이유라



본격적인 해금 연주를 처음 봤다는 홍은동에서 온 유광남(57) 씨는 이유라의 해금산조로 김세종제 판소리를 듣는 내내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 첫사랑의 상큼한 맛을 느끼면서 시작했는데 그동안 살아온 삶 모두가 오늘에 되돌아온 느낌이다. 약간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서 나는 해금에 푹 빠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연에 약간의 흠도 있었다. 매끄럽지 못한 해설은 애교로 놔두더라도 공연 전체를 약간 무겁게 끌고 갔다는 느낌도 들었다. 연주의 시작에 다스름보다는 평소 이유라가 잘 소화해낸 퓨전 창작곡의 연주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부드러운 도입을 하고 음악을 끌어 올리다가 마지막을 김세종제 춘향가로 듣는 이유라의 해금산조을 통해 정점에 도달했다면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깊어가는 가을 밤, 청중들은 공연이 끝났어도 공연장을 쉽게 빠져나갈 줄을 몰랐다. 이유라의 해금으로 몸살을 앓고 난 뒤의 상쾌함을 맛본 탓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