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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64] 하성관 <빙 빙 빙>

“돌고 도는 세상처럼 팽이는 돈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하성관 노래가 들어있는 대학가요제 음반 표지
추운 줄도 잊어버리고
 팽이놀이 하는 동네의 골목에서
 노니는 아이들 소리
 채찍 맞으며 아픔을 참으며
 눈물도 흘리지 않고
 그냥 빙빙 말없이 돌아가는
 동그란 팽이
 돌고 돌아가는 세상
 우리 모두 함께 모여
 팽이놀이 해 볼까
 빙빙빙 돌아라 내 팽이야
 빨강 노랑 파랑 줄무늬의
 오색의 내 팽이야
 빙빙빙 돌아라 세상이 어지럽게
 빙빙빙 돌아서 네 자릴 잡아라
 돌고 도는 세상처럼
 팽이는 돌아간다
 얘들아 쉬지 말고
 그 팽이를 쳐봐라 

                      하성관 빙 빙 빙가운데 

강에서 번개가 쳤다. 

하늘을 찢듯 한 파열음이 들리고 도끼로 언 나무 찍듯 쩡쩡 울리는 소리도 들렸다. 고요할 것 같은 겨울밤은 얼음 조여지는 소리로 여름밤보다 시끄러웠다. 이렇게 바람 한 자락 불지 않으면 얼음이 아주 매끄럽다는 것쯤은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내 마음은 이미 얼음판에 가있었다. 지난밤 강물은 군용 쓰리꼬다 (three-quarter, 3/4톤 화물트럭, 편집자말)가 건너갈 만큼 두껍게 얼어붙었다. 

할머이는 우투케 이래 팽이를 잘 깎어?” 

이 핼미가 처녀 적에 팽이치기대회에 나가서 1등을 했지. 그래서 영월대표로 경성까지 가서 거서도 1등을 했잖애 

나는 닥나무 껍질로 채를 만들어 강으로 달려 나갔다. 얼음판엔 벌써 아침밥을 뜨는 둥 마는 둥하고 몰려든 아이들이 오글오글하였다. 사촌동생들은 얼굴이 빨갛게 어는 줄도 모르고 썰매타기에 정신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은 양날썰매를, 좀 큰 아이들은 긴 썰매송곳을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외날썰매를 타고 있었다. 

할머니 말씀에 신이 난 탓인지 그날 나는 동무들과의 팽이시합에서 모두 이겼다. 그 뒤로 팽이 얘기만 나오면 나는 할머니 자랑을 해댔고 그렇게 믿고 자랐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한참 후에야 그런 대회가 열린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추위가 시작 됐다. 다운점퍼를 입고서도 춥다고 난리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연약해진 것 같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 제대로 된 방한복도 방한화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방안에 틀어박히는 일이 없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놀이로 추위를 녹였다. 자치기, 비석치기, 말 타기, 땅 뺏기. 우리는 거기서 협동심과 규칙, 선의의 경쟁과 지혜를 배우며 자랐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가요제의 인기는 대단했다. 대학가요제 입상은 곧 인기가수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였다. 

1977년에 MBC에서 제1회 대학가요제를 개최하여 대 성공을 거두자, 경쟁 방송사들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TBC에서 해변가요제, KBS에선 젊은이의 가요제를 개최하였고 같은 방송사에서 같은 성격의 가요제를 복수로 개최하는 과열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개별 프로그램에서 주최하는 가요제까지 등장하였다. 

하성관은 1980년 전일방송이 주최한 제3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등장하였다. 광주에 있던 전일방송은 1971년에 개국하여 군산의 서해방송과 함께 호남의 대표적 민영방송으로 성장하였다. 두 방송사 모두 1980년에 불어 닥친 언론통폐합의 광풍을 피하지 못하고 KBS에 통합되고 말았다. 

우리에겐 그런 시절도 있었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