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쪽진 머리에 똬리 얹어 / 함지박 이고 어머니 우물 가는 길 /
누렁이 꼬리 흔들며 따라나서고 / 푸른 하늘 두레박에 넘실거릴 때 /
이남박 가득 하얀 햅쌀 / 일렁이며 돌 고르던 마음 / 아! 어머니 마음

신수정 시인의 '이남박'이란 시입니다. 시인은 “하얀 햅쌀을 이남박에 일렁이며 돌 고르던 마음”이 ‘어머니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남박은 예전엔 어느 집에나 있던 도구로 쌀, 보리 같은 곡식을 씻거나 돌을 일 때 쓰는 물건이지요. '이남박'을 북한에서는 '쌀함박', 강원도는 '남박' 또는 '쌀름박', 전라남도는 '함지' 또는 '함지박', 경상북도는 '반팅이'나 '쌀배기'라고 불렀습니다. 정약용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권11 가정편(家政篇)의 주중잡물(廚中雜物)에 보면 이남박을 ‘도미치표(淘米齒瓢)’라고 했습니다. 이는 ‘쌀을 이는 이가 있는 바가지’라는 뜻인데 이남박의 쓰임새와 모양을 얘기하는 이름입니다.
이남박은 통나무를 파서 만드는데 바가지 안쪽에는 돌을 일기 좋게 여러 줄의 골을 내었습니다. 새로 만들었을 때는 먼저 들기름을 바르고, 기름이 잘 밴 다음 마른행주로 닦아 길을 들인 뒤 썼는데 작은 것은 지름이 20cm 정도에서 큰 것은 70cm 정도 되는 것도 있지요. 지금은 석발기라는 돌 고르는 기계도 있고, 아예 돌을 골라서 팔기 때문에 이남박의 쓰임새가 없어져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이남박의 골진 주름을 보자니 예전 어머니들의 식구들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