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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하지, 양기가 고개 숙이기 시작하는 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62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모심기는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뱃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는 내 사천 너무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 바라지 점심 하소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위는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가운데 5월령 일부로 이 음력 오월 망종ㆍ하지 무렵 농촌 정경을 맛깔스럽게 묘사했습니다. “모찌기는 자네 하소 모심기는 내가 함세 / 들깨 모 담뱃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라며 모내기에 바쁜 모습을 그려내고,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라며 맛있는 점심이야기를 노래합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째 “하지”입니다. 이 무렵 해가 가장 북쪽에 있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합니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 14시간 35분이나 되지요. 한해 가운데 해가 가장 오래 떠 있어서 지구 북반구의 땅은 해의 열을 가장 많이 받아 이때부터 날이 몹시 더워집니다. 그런데 하지는 양기가 가장 성한 날입니다만 음양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지는 양기가 가장 높은 점을 찍는 날이면서 이때부터 서서히 음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동지에는 음기가 가장 높은 점이면서 서서히 양의 기운이 싹트는 시작점입니다.

 

하지와 동지의 음양처럼 사람의 삶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음이 내리막길이라면 양은 잘 풀리는 때이겠지요. 삶이 팍팍하여 죽을 것 같지만 어쩌면 이때가 다시 행복한 삶으로 들어가는 시작점인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삶이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손 치더라도 자신이 고통스러웠거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면 세상이 훨씬 환해지겠지요.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는데 하지를 맞아 24절기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