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벽파, 《한국가창대계》를 펴내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5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앞에서 벽파 선생은 경서도 민요를 소리로 지켜온 명창, 소리꾼으로는 흔치 않은 학자(學者), 시대를 앞서가는 국악교육자,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존경을 받아 온 대 사범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있어 선생은 역사에 눈을 뜨게 해 준 분이었다. 선생은 민요시간에도 사설 중에 역사적 인물, 지역 이름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실감이 나게 풀어내 마치 역사 공부 이상의 수업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벽파 이창배의 역저 《한국가창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벽파 선생은 예전부터 불려 내려온 민요들을 정리하여 《가요집성》을 펴냈고, 이를 수차례에 걸쳐 《증보 가요집성》을 낸 바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대대적으로 보완, 증보하여 1976년 2월, 경서도창의 교본, 《한국가창대계》를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을 펴내게 된 배경을 보면 국악 중에서도, 성악 분야에 있어서 난해한 가사가 많아 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마침 <홍인(弘人)문화사>의 획기적인 시도로 성악곡 전반에 걸쳐 해설과 아울러 난삽한 어휘를 일일이 주해를 붙이고, 겸하여 각 부문에 걸쳐 그 대표적인 곡에는 악보를 모아 부록으로 이를 싣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한국가창대계》는 9포인트 정도의 작은 글씨로 1,000페이지에 이르는 대작이다. 당시 홍인문화사 이기옥 대표는 당시 이 책을 펴내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것을 되찾아 가꾸고 길러, 민족중흥의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게 해야겠다는 국악진흥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려는 뜻을 높이 기려 이 책을 펴내는데 협조할 것을 결심하였다.”

 

 

《가요집성》을 여러 번 증보하여 세상에 내놓은바 있는 벽파 선생은 새로운 체제의 《한국가창대계》를 발간하며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노래들을 싣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면, 고대가요에서부터 가곡, 가사, 시조는 물론,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좋아하는 통속 민요의 사설도 대폭 증보되어 실려 있다. 특히 중심은 서울의 속가(俗歌)인 민요와 12잡가, 휘몰이잡가, 서도잡가, 그리고 서도지방의 소리, <경기입창>과 <서도입창>, 한문의 7언절구인 <시창(詩唱)>과 <송서(誦書)>도 원문과 함께 자세한 해설이 소개되어 있다.

 

경서도 소리 이외에도 <춘향가>를 비롯한 판소리 5가의 주요 대목이 원래의 사설과 함께 어려운 용어의 뜻풀이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단가(短歌) 20여 편도 실려 있다. 특히, 이전의 《증보가요집성》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 곧 <배뱅이굿>의 전(全)편이 원전(原典) 그대로 수록되어 있고, 거의 인멸 위기에 놓여 있던 서울의 재담소리 <장대장타령>이라든가, <개성팔경가>도 실려 있다.

 

또한 이와 함께 불가(佛歌)도 소개되어 있는데, 종래의 불가조 <회심곡> 외에 또 다른 소릿조의 <회심곡>이라든가, 불교의 교리를 쉽고 익숙한 가락으로 올려 부르는 화청(和請), 탑돌이, 왕생가(往生歌)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 분야 연구의 귀한 참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반인들이 즐겨 부르는 각 도(道)의 흥겨운 전통적인 민요와 새로 창작된 신민요를 소개하고 있어서 가히 우리나라에 전래하는 대부분의 성악곡을 고루 망라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벽파의 《한국가창대계》를 접한 당시 국악지도자들의 평가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기로 한다.

 

전, 국립국악원장 성경린의 말이다. “《증보가요집성》은 본디 창자를 위한 가본이건만 이것은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교수 및 학생에게도 필독서가 되었던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지난날의 《가요집성》은 줄곧 중간보로서 다소 미흡하여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참신한 활자본으로 제작됨은 물론, 미발굴된 <장대장타령>의 재현 외에 여러 분야의 소리들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과 특히 각 도(道)의 통속민요와 신민요의 증보 등이 해설과 함께 실려 있어서 종래의 체재를 크게 혁신하였다”

 

전, 서울대 음대학장 이혜구 교수는 “이전에는 그 소리 사설만을 수록한 것에다가 이번에 새로 악보를 첨가한《한국가창대계》의 발간을 축하한다. 소리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 단절되려는 전통음악을 기록 보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전, 국악고등학교 김기수 교장 역시 “노래 속에서 실제로 불리던 사설을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태도부터가 매우 바람직해서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욕심 같아서는 아직 채보되지 않은 부분의 곡보화 작업도 급선무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국악계 국문학계에도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될 것을 확신하여 흔쾌하기 그지없다는 점을 공감한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경서도 소리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우선 벽파 선생의 《한국가창대계》와 부록으로 제작된 악보집을 먼저 펴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 관한 한, 이 한권의 존재는 한국 경서도창의 오늘을 이룩한 절대적인 문헌 자료이며 악보집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국악계는 물론,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충분히 입증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